이베 신조 일본 총리 ⓒphoto 로이터·뉴스1
이베 신조 일본 총리 ⓒphoto 로이터·뉴스1

지난 7월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한 것에 대해서 서울 주재 일본 기자들은 “한국 덕분이다. 아베는 한국에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한다. 일본 언론계는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일본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베를 좋아하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기자도 있다. 그중에 “한국이 아베를 도와주었다”는 농담은 재미있다.

그 농담에 의하면 “그만큼 한국이 정부부터 언론계까지 아베 때리기를 했기 때문에, 아베로서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분발했다. 일본 국민도 한국이 말하는 대로 되면 큰일난다, 이대로 가면 일본은 한국의 속국이 되어버린다면서 아베에 가세했다. 다른 나라에서 비난했다고 해서 그것을 따라가는 유권자는 없다. 한국에 대한 반발이 아베를 이기게 했다. 아베에게 한국은 고마운 이웃이다”라고.

투표 전날에 한국 미디어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침에 한국 신문을 보고 놀랐다.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일본의 선거 정세를 전하는 마지막 기사가 웬일인지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야기였다. 그것도 거의 모든 신문이 톱기사 등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영화제작회사의 홍보 잡지(무료)에 아베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특히 헌법개정에 반대하고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에 관해서 아베를 비판하고 아베에 반대하는 투표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쓴 것처럼 일본에서는 아베에 대해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다. 당연히 여당이 있으면 야당도 있다. 야당 지지자도 많다. 여당에서도 연립의 공명당은 헌법개정 문제에 관해서는 반드시 자민당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견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학자, 지식인, 문화인들의 아베 평가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소위 전후 민주주의파라고 할까. 리버럴(liberal)계의 문화인이다. 국가·민족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반국가·시민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사히신문 기호(嗜好)의 문화인일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당연히 야당 편이다. 다른 지식인이나 문화인같이 선거를 앞두고 자기의 입장이나 생각을 표명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의 발언이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된 것도 아니고 파문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 아베에 반대하는 야당 진영에는 플러스가 되기 때문에 어느 당이나 후보가 그것을 인용했을지도 모른다. 그것뿐인데 한국 언론은 그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미야자키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미야자키 감독이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토토루’ 등으로 인기가 많고 팬도 많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아베 비난을 한층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베 때리기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이용한다는 그 집념은 놀라울 정도다. 아까 쓴웃음을 지었다고 썼는데 한국이 아베 비난을 위해서 드디어 ‘귀여운 토토루’까지 동원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내 비판적 지식인들을 ‘양심적인 일본인’이라고 해서 자주 보도한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인들은 일본을 비난하고 한국 입장을 지지하는 것뿐이지 양심하고는 상관이 없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정치에 대한 지식인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 때문에 미야자키 감독이 선거 전에 어떤 발언을 했다고 해서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한국 언론에서 자주 보이는 일본에 대한 오해의 하나다. 아베 때리기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동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토토루’도 이용당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아베 때리기라면 ‘731 비행기 사건’이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이 좋아하는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일본의 ‘반일 양심세력’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이해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일 확대 현상’으로서 일본에서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베는 선거 전에 국내 시찰로 방문했던 항공 자위대 비행장에서 기체번호가 731인 훈련기 좌석에 올랐다. 그 사진을 보고 일본 군국시대의 화학생물병기 연구부대(만주 주둔 관동군)의 소위 731부대를 생각한 외국 네티즌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베가 시찰한 곳은 대지진 피해지역이고 지진 당시 항공 자위대 비행장이 쓰나미로 수몰되어 구조활동에 출동을 못했다고 한다. 아베는 항공부대를 격려하는 뜻으로 지상에서 훈련기를 타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훈련기의 기체번호가 우연히 731이었다.

그 사진은 일본 언론에 소개되었는데 그것을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본 사람이 731부대로 연결시킨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그런 ‘장난’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한국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베 때리기로 인용해서 마치 캠페인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731이란 번호만 보고 ‘극우 아베의 군국주의 부활 책동’ ‘위험한 군국주의 지도자 아베의 정체’라고 매도했다.

이러한 ‘연상게임’은 술자리 또는 네티즌 세계에서는 블랙유머로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언론 기관들이 심각한 분위기로 대대적으로 보도할 만한 뉴스는 아니었다. 우연한 731이란 숫자를 가지고 아베를 군국주의자로 비난하는 것은 ‘반일병(反日病)’이란 하나의 사회병리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언론 중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 한발 거리를 두고 블랙유머 쪽으로 소개·논평한 매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언론은 언제부터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일까. 아베 때리기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는 것인가.

이러한 현상을 일본에서는 ‘고도모 다마시(아이 속이기)’라고 한다. 한국 언론의 퇴보현상이 아닐까.

한국 언론의 반일 과잉반응 때문에 일본을 쓴웃음을 짓게 만든 일이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신드롬’이다. 근래 한국에서는 아침 태양을 디자인한 것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마구 비난하는 풍조가 있다. 먼저 최근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나는 지난 주말 목포에 다녀왔다. 1970년대 유학 시절의 동창생 둘과 함께였다. KTX로 목포에 도착해 점심으로 홍어회와 연포탕을 먹었다. 목포 근대역사관을 보고 유달산에 올라 이난영 노래비 앞에서 ‘목포의 눈물’을 합창했다. 가까이에 완공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도 방문했다.

시내로 돌아가서 목포역 맞은편의 번화가를 산책했는데 술집 간판에 욱일기 비슷한 디자인이 크게 보였다. 한국 언론식으로 말하자면 ‘일본 군국주의 망령이 목포에 상륙’한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서울에서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햄버거집 광고가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욱일기 디자인은 아사히신문의 깃발이다. ‘아사히(朝日)’는 문자 그대로 ‘아침의 태양’이다. 영어로는 ‘모닝선’이다. 실제로 영어권 나라에는 ‘MORNING SUN’이란 신문이 곳곳에 있다. 아침에 뜨는 태양은 밝고 신선하고 힘있게 보이기 때문에 희망이나 발전 같은 이미지가 된다. 아사히신문사 이름이기도 하고 신문사를 상징하는 로고도 같은 디자인이다.

한국에서 양심적이라고 해서 칭찬받는 아사히신문의 심벌이 한국이 비난하는 일본 군국주의 심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외국산 맥주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사히맥주도 옛날에는 병 라벨에 욱일기 마크가 붙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사히신문에 한번 항의해 보면 어떨까. 아사히맥주 불매운동은 안 하나.

일본에서는 예부터 아침 태양을 상징하는 디자인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쓰여 왔다. 일본군 군기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래서 욱일 디자인은 군국주의와 무관하다. 이것을 모르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 한국 언론들이 일본 여자 체조선수의 유니폼을 가지고 일본 군국주의라고 비난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기를 상징하는 하얀색과 빨간색으로 햇빛을 디자인한 것인데 한국 언론들은 그것을 보고 군국주의다, 정치적 행위다라며 흥분했다.

한 신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인터뷰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위원장 측은 일축했다. 한국 언론만 떠드는데 이러한 발상은 한국 사람밖에 없다. 이것도 하나의 반일병리현상일 것이다.

런던올림픽 때 축구선수의 독도 퍼포먼스가 정치적 행위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 불만을 일본을 향해 분출시킨 것이다. 그후 아일랜드에 유학 가 있는 한국 여학생이 아침 태양이 디자인된 초밥 도시락의 포장지를 보고 지역 식품업자에게 항의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한국 언론들은 젊은이들의 애국 행동으로 칭찬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반일 강박증의 하나인 것 같다.

이렇게 쓰면 “한국인의 대일 감정이 그만큼 미묘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그 감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라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취재 분석해온 입장에서 최근의 반일현상들은 어딘가 연출 과잉이고 단순한 한풀이인 것 같다. 인터넷 시대의 반일 스타일이랄까, 장난같이 보이고 무게를 못 느낀다. 일본 사람들은 웃음만 나오고 심각성을 못 느낄 때가 많다.

아베 때리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의 아베 때리기는 엄청나다. 특히 언론들은 아베 비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세계에서 아베를 가장 열심히 비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마치 자기 나라 정치 지도자를 대하는 것처럼 사사건건 비판과 비난을 쏟아낸다. 아니 자기 나라 정치 지도자라면 오히려 배려나 자제가 있을 것이다. 나는 1970년대부터 한·일관계를 살펴 왔는데 이런 현상은 전대미문이다.

아베가 ‘극우’라는 비난에 대해서 짚어보자. 나도 한국에서는 극우 언론인이라는 대단한 ‘호칭’을 받았지만 일본의 사회·정치 사정을 모르는 선동적 표현이다.

일본에서는 ‘극좌’라는 말은 흔하지만 ‘극우’는 거의 안 쓴다. 극좌는 1970년대 전후의 학생운동에서 많이 쓰였다. 기존의 온건한 좌익운동을 비판하고 폭력혁명을 주장하는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격한 데모는 물론이고 폭탄이나 총까지 사용했다. 즉 극좌에는 폭력성이 따라붙는다.

극우도 폭력성이 있어야 극우인데 아베도, 이시히라 신타로(전 도쿄도지사·일본유신회 공동대표)도 그리고 나도 정치적 폭력을 주장한 적이 없다. 일본에는 현재 테러를 포함해서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우익은 없다. 국민도 일본에는 그러한 극우세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언론만이 그들 우익 또는 보수파를 극우라고 과대선전하고 있다. 이유는 마음에 안 드는 존재를 비난하기 위해서 실제 이상으로 악의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다. 한국 언론들이 일본에 얼마나 감정적인지 잘 알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우익 세계는 ‘친미 우익’이 주류다. ‘반미 우익’은 소수파다. 우익이란 원래 민족주의이고 국수주의이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그래서 과거 우익이 나라를 지배했던 군국주의 일본은 반미이고 반소련이었다. 나라 전체가 ‘미국 타도!’를 외치고 미국과는 전쟁을 선포하고 소련에 대해서도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후 일본의 우익은 과거와 달리 미국과의 동맹체제를 중요시 하는 친미다. 좌익 세력의 중심이었던 소련이나 공산주의의 위협이 존재했던 시대에는 좌익 세력과 대항하기 위해서 친미가 필요했는데 소련이 붕괴된 후에도 친미다. 이것은 우익으로서는 하나의 모순이다.

그 결과 최근 일부 지식인들의 논단에서는 ‘반미 우익’이라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반미 보수’라고도 한다.

반미 우익의 대표 인물은 예부터 반미론을 주장해 온 이시하라 신타로인데 공감하는 사람들은 소수파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일본인의 주체성을 되찾으려면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잡지 등에서 많이 보인다.

그러면 아베는 반미인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반대로 친미다. 전후 일본의 보수 또는 우익의 전통(?)을 이어받고 전후 일본의 복구와 번영을 이룬 자민당의 국가 기본 전략을 이어받은 친미 정치인이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수상도 친미노선을 주도했다.

그러한 아베가 반미가 될 때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익이란 뜻에서 극우가 된다. 폭력성은 없어도 위험한 국수주의적인 이념으로서.

반미 우익 또는 민족주의(자주독립)는 일본인에게 있어서 정치적 낭만이자 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하나의 모색이 군국주의시대의 일본이었다. 미국과의 전쟁이야말로 궁극적 반미가 아닌가. 전후 일본은 반미 우익이란 실패한 뼈 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재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대다수도 친미는 납득하고 반미는 반대하면서 친미 자민당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친미의 대안으로서는 친아시아론이 있다. 이것은 친중국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시아주의란 정치사상인데 이것도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다. 즉 중국·한국을 포함해서 아시아에 대한 과도한 집착(개입·지배·침략)은 결과적으로 일본을 망하게 했다. 아시아에 깊이 접근하게 되는 반미는 큰 위험이라는 것이다.

아베가 역사문제로 중국·한국과 대립하고 헌법개정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위험한 극우’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오해다. 아베를 비롯한 자민당이 친미노선을 기본정책으로 추진하는 한 국민은 안심한다.

친미에 머물고 있는 아베는 온건한 우파 또는 보수 정치인에 불과하다. 한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서두에서 소개한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잉 반일 현상에 자극받은 국민 감정의 불만을 배경으로 ‘한국은 이제 과거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다. 한국에 대해서 항상 네, 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과는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군사적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팽창, 한국의 발전,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에 대한 위협…. 아시아 정세는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 속에서 일본만이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일까. 아베에 대한 여론의 지지 배경에는 이러한 시대 인식이 깔려 있다.

헌법개정 문제도 그렇다. 지금 존재하는 이른바 평화헌법은 미국과 전쟁까지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교훈으로 미국이 만들어 일본에 준 것이다. 그 뜻은 일본이 미국에 대해서 또다시 군사적 도전을 할 수 없게 일본을 철저히 비무장화시키려 한 것이다. 그래서 그 헌법은 1945년 당시의 전승국과 패전국 사이에서 태어난 역사의 산물이다.

그후 미국 스스로가 6·25전쟁을 계기로 (한국을 북한의 공산화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시작하고 자위대가 생겼다. 21세기의 지금, 미국에도 일본에도 이제 이 지역의 안보문제는 중국이나 북한과 직결돼 있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세계에서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방력을 부정하고 침략과 싸우는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은 어디에도 없다. 외국이 만들어 준 헌법을 60년 이상이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아베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그리고 변화한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결함 헌법’을 정상적인 헌법으로 자기 나라 국민의 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은 우경화라기보다 하나의 국가로서 정상화에 불과하다.

아베는 극우와 거리가 멀다. 일본인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극히 상식적인 보수 정치 지도자다.

아베 자민당이 예상대로 참의원선거에서 대승했다. 승리 요인은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기대다. 생활과 직결한 경제에 희망을 갖게 되면 국민은 당연히 지지한다. 일본 경제가 다시 일어나면 일본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진다. 한국이나 중국이 얕잡아보게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번의 승리로 정치 안정이 실현되고 장기 집권의 가능성도 보인다. 최고지도자가 해마다 바뀌는 일본에 대해 국제사회는 짜증이 났었다. 정치 안정으로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다. 일본 사회를 뒤덮고 있던 침체감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일본 국민은 아베가 위기이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 아니다. 변화와 결단의 정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개혁은 좌익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베는 보수개혁파 또는 진보적 보수파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1945년 이전의 일본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베를 극우 또는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국민의 지지는 없었을 것이다. 선거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역사의 교훈을 한국 국민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베에 대해서 시대착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아베야말로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보려고 하지 않는 한국 언론의 일본 보도가 오히려 시대착오가 아닐까.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자민당이 이겼다고 해서 헌법개정이 당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처럼 히트 영화를 전 국민의 4분의 1(1000만명) 이상이 본다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언론계에서도 요미우리·산케이·닛케이 등은 아베의 개헌에 찬성하지만 아사히·마이니치·도쿄 등은 반대한다. 60년이 넘도록 과제였던 헌법문제 해결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선거 결과 이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아베 자신도 당분간은 경제 우선을 약속하고 국민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아베에 대한 선동적 극우 캠페인을 슬슬 거둬들여야 한다. 일본의 고정적인 부정 이미지만 강조하고 일본 정치의 전망을 오직 과거 이미지의 군국주의 부활로만 말하는 것은 한국 국민에게 실례가 아닐까. 한국 국민은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나 분석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는 한국 사회에 잘못된 일본 정보, 잘못된 일본관이 확산되어 한국 정치외교의 방향을 오도(誤導)할 위험성도 있다. 벌써 그 징후가 보이는 것 같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특별주재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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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특별주재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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