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이의 아침식땅’ 팀. 가운데가 노영은 공동대표.
‘왈이의 아침식땅’ 팀. 가운데가 노영은 공동대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2호선 합정역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당이 있다. 가게 이름은 ‘왈이의 아침식땅’. 광화문역이 1호점, 합정역이 2호점이다. 식당은 18인치 캐리어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식당의 메뉴는 특별하다. 위장보다 마음을 채워주는 메뉴들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엔 한정판 메뉴가 손님을 기다린다. 선착순 5명, 가격은 공짜. 식당 위치가 어디냐고?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으로 가면 된다. 식당 문을 여는 비밀번호? 기사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왈이의 아침식땅’을 만든 이들은 20대 여성 3명이다. 노영은(28)·김지언(27) 공동대표와 콘텐츠기획을 맡고 있는 권예솔(26)씨다. ‘왈이의 아침식땅’은 오디오 서비스를 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타깃 독자는 24세부터 32세까지 직장 여성, 네이버의 음성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자리를 잡았다. 직장 초년생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소개한다. 2017년 11월 13일, 문을 열고 올린 첫 메뉴는 ‘회사 화장실만 가면 울음꼭지 트는 인간을 위한 밤조림’이었다. 매주 2회 새로운 사연과 메뉴가 서비스된다. ‘부장님과 주말 등산에 시달리는 인간을 위한 브로콜리수프’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인간을 위한 초코타르트’ 등의 메뉴다. 요리를 하면서 사연을 읽어주고 레시피도 소개한다.

3인방은 한 직장에서 만났다. 두 명은 인턴, 한 명은 1년을 갓 넘긴 신입사원 때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왜 모두 지쳐 보일까?” “일을 하러 나와서 왜 다들 퇴근시간과 주말만 기다리지?” 짧은 직장생활은 3명 모두에게 회의만 안겨줬다. 행복하게 일을 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이 결국 ‘왈이의 아침식땅’으로 이어졌다. 매일 아침 감동받은 문구들을 서로 주고받던 것을 사업모델로 발전시켰다. 출근길 힘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아침밥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야기가 있는 아침밥. 비록 귀로 듣는 음식이지만 따닥따닥 도마 소리,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당,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차린 ‘왈이의 식땅’은 매주 월요일 열린다. 방송을 들은 한 셰프의 도움을 받아 만들게 됐다. 도시락을 아침 7시에 보관함에 넣어두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비밀번호는 그날 아침 방송에서 공개한다. 도시락이 떨어져도 보관함 안에는 엽서와 방명록 등을 비치해놓아 사연이나 고민을 적을 수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락이 떨어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지하철역 식당은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2월 5일에는 3호점 역삼역이 문을 열었다.

방송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아침밥을 실은 ‘티코’가 어디든 달려간다고 돼 있지만 사실 3명이 교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배달하고 있다. 빨리 돈을 벌어 차를 사는 것이 단기 목표이다. 그를 위한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과제이다. ‘야근을 위한 무적의 다크초콜릿’과 같은 콘텐츠에 제품 광고를 녹인 ‘네이티브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샘플을 만들고 있다. 배달업체와 연계해 음식에 콘텐츠를 입혀주는 것도 고민 중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1 대 1로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도 장기 목표이다. 책바, 밤의 LP바 등 저녁의 공감을 위한 콘텐츠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이 차려낸 한 끼 밥을 먹고 싶다면 지금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된다. 팟빵,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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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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