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종’ 임익종(왼쪽)과 정우성씨.
‘이크종’ 임익종(왼쪽)과 정우성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카투니스트 임익종. 본명은 낯설지만, 필명 ‘이크종’은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만8000명이 넘는다. 연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취업했으나 100일 만에 뛰쳐나와 백수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다. 그의 대표 만화 캐릭터는 헝클어진 머리에 ‘빤스’만 걸친 익살맨. 그래서 실제로도 팬티만 입고 산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정우성 기자. 경향신문 공채로 입사해 레이디경향, GQ, 에스콰이어에서 피처팀 기자를 거쳤다. 자동차 전문 기자로 페라리, BMW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등 잡지 기자 11년이 남긴 것은 고급 취향. 눈높이가 통장 잔고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의 기사라면 믿고 보는 독자팬이 많다.

38살 동갑내기 두 남자가 만났다. 그림 그리는 ‘이크종’과 글 쓰는 정우성. 이들의 특기는 수다. 둘이 붙으면 불꽃이 튄다. 문학, 영화, 자동차, 화장품 등 장르 불문. 생각은 전혀 다르지만 죽이 척척 맞는다. 이미 더아이콘티비(The ICONtv)에서 ‘컬쳐토크’로 입을 맞췄다. 수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두 남자가 본격적으로 수다판을 펼쳤다. 장소는 리뷰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 ‘더 파크’(www.the-park.co.kr)이다.

주제는 넷플릭스, 고전문학, 리뷰 등 3개 섹션이다. 넷플릭스의 영화 한 편을 선정해,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고 소개한다.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이 사용자의 취향에 한정된 반면 이들의 추천은 무조건 좋은 영화 우선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 이크종의 삽화가 입혀져 동영상으로 서비스된다. 고전문학도 마찬가지. 리뷰 섹션은 모든 물건이 다뤄진다. 말하자면 두 남자의 ‘취향 저격’이다. 비어있는 시간과 돈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조언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조언의 기준은? 두 남자가 좋다고 믿는 것. 그동안 자기 분야에서 ‘프로’로 활동해온 두 남자의 이름이 보증수표인 셈이다. 타깃 독자는 성별·연령을 떠나 좋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이 뭉친 것만으로 벌써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문학, 물건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정우성 더 파크 대표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신뢰’와 ‘가치’라고 믿는다.

“정말 좋은 물건과 믿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독자는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좋은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끼리 단단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우리 글과 그림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느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느낌을 믿고 가는 거죠.”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와 협업. 초기자금은 메디아티의 투자를 받았다. ‘더 파크’의 가치를 믿는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믿고 있다. “잡지 기자로 잡지의 전성기부터 위기를 거치면서 매체와 브랜드 사이에서 어디에 균열이 생기는지를 지켜봤습니다. 독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손을 내밀겠죠.” 정 대표의 말이다. ‘더 파크’는 2월 9일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왜 ‘파크(공원)’일까. “공원은 가장 여유 있을 때 찾아가잖아요. 근데 그 공원에 가면 넷플릭스 같은 카페도 있고, 고전문학 극장도 있어요. 또 편집매장에는 우리가 추천하는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죠. 공원처럼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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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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