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제는 뿌연 미세먼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괜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고, 기침을 하는 불편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자가 매년 2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물론 세상을 무겁게 짓누르는 미세먼지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매연’에 대한 대책을 처음 마련한 것이 1957년이었고, 1969년에는 ‘스모그’가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우리의 대기 질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조차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유차 대책에 4조원 쓰고도 효과 없어

환경부는 경유차와 중국발 미세먼지를 탓하고, 산업부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도권의 대기 질 개선을 핑계로 경유차 대책에만 4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서울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승용차 운행을 줄여보겠다고 사흘 동안 대중교통에 무려 15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고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조급해진 정부가 앞으로도 미세먼지 저감에 7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실천할 때다.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경유차와 석탄화력, 그리고 중국발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환경부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기 오염원 중 전국적으로 경유차를 포함한 도로이동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2%였고, 석탄화력을 포함한 에너지산업 연소는 불과 4%에 지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에도 도로이동오염원이 16%였고, 에너지산업 연소가 5%를 차지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환경부의 통계에서 확인조차 할 수 없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하게 기승을 부리는 시간은 새벽이다. 그런데 야간에는 경유차가 활개를 치지도 않고 석탄화력도 가동을 줄인다. 대도시와 석탄화력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도 심각하다. 백령도의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백령도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을 뒤덮고 있는 ‘북한발’ 미세먼지가 내려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경유차가 휘발유나 가스연료(LNG, CNG) 자동차보다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서 햇빛의 자외선에 의해 ‘스모그’로 변환되어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LA형 스모그’가 그런 이유로 발생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보다 경유차 비율이 월등히 높은 유럽의 대기 환경은 우리처럼 나쁘지 않다. 질소산화물이 뭉쳐져서 2차 미세먼지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화학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까지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서 배출가스저감장치(DPF)를 장착했고, 노후 경유차도 퇴출시키고 있다.

경유차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비가 좋은 경유차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2005년에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고 ‘클린디젤’을 친환경 자동차로 법제화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국내 문제인 미세먼지 때문에 국제 문제인 온실가스를 포기하겠다는 정책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1월 17일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조치발령을 내려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된 시민들이 서울 신촌의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지난 1월 17일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조치발령을 내려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된 시민들이 서울 신촌의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서민들만 괴롭히는 경유차 대책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의 거부감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전국의 시내버스를 모두 압축천연가스(CNG)로 바꿔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중소도시의 CNG 버스에 200기압 이상으로 압축된 연료를 공급해주는 비용은 온전하게 정부의 몫이다. CNG 버스의 구입에도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간다. 그뿐이 아니다. 연료비가 부담스러운 택시업계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경유 택시도 거부해버렸다. 국민 안전을 외치는 정부가 돌아서서는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 연료를 확대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환경부가 온실가스 문제를 외면하고 오로지 가스 연료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가스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민간단체까지 틀어쥐고 있는 환경부가 자칫 윤리적으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경유차 중심의 수도권 대기 질 개선 사업은 정책적으로도 낙제점을 받았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 2013년 관련 재정 집행의 효율성이 낙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환경부가 주장하는 성과에 비해 투입한 비용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뜻이다. 그나마 엄청난 투자를 통해 거두었다는 부분적인 성과도 지난 5년 동안 크게 퇴색되어 버렸다.

현실적으로 경유차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 버스나 트럭의 경우에는 경유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환경부가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경유를 사용하는 SUV·소형 트럭·승합차뿐이다. 결국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핑계로 애꿎은 서민들만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가 앞장서서 확산시키고 있는 엉터리 가짜 뉴스도 정리를 해야 한다. 런던이 ‘청정운행구역(LEZ)’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런던의 LEZ는 ‘경유차 진입 금지구역’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정책을 시행하는 지역은 없다. 런던의 LEZ는 ‘유로 3’ 이전의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생산된 모든 자동차의 진입을 규제한다. 2006년 10월 이후에 등록된 3.5t 이상의 경유 트럭이나 5t 이상의 경유 버스는 아무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거부감은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산업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정유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는 휘발유·항공유·윤활유·나프타 등과 함께 상당한 양의 경유가 생산된다. 우리 사회가 적정량의 경유를 소비하지 않으면 정유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경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국제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출량을 늘리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

중국의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 서북부의 건조지대에서 거대한 돌풍에 의해 발원하는 ‘황사’가 대표적이다. 황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되었고, 지구상의 건조지역이라면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다.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는 발원지에서 5~8㎞ 상공으로 올라간 미세·초미세먼지들이다. 편서풍을 따라 날아오는 가벼운 황사는 대부분 북한과 서해 북부를 건너 우리나라에 도달하고,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는 미국 서부까지 날아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가 중국 산업지대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으로 오염됐다는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산업지대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은 낮은 구름이 떠 있는 1㎞ 이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 오염물질이 구름 위를 날아가는 황사 입자를 오염시킨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황사에도 중금속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서부 건조지대의 토양 속에 들어 있는 중금속이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중금속과 달리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화된 상태다.

물론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미세먼지가 언제나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의 발생과 이동은 대기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어제 중국발 미세먼지가 왔다고 해서 오늘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미세먼지의 87%가 중국발’이라는 환경부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최악의 경우에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일 뿐이다.

다행히 우리와 중국 사이에는 폭이 200~300㎞에 이르는 서해 바다가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발생한 강한 바람이 서해 바다를 통과하면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대기가 섞이는 것을 막아준다. 더욱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올 수도 있지만, 한국발 미세먼지가 중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인천 앞바다에 작은 국지성 고기압이 위치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북한발 날림먼지 문제

환경부의 주장과 달리 국내에서 발생하는 먼지의 양도 엄청나다. 실제로 환경부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발생원을 확인할 수 있는 미세먼지 12만t 이외에도 발생원을 특정하지 못해 날림먼지 또는 비산(飛散)먼지라고 부르는 미세먼지의 양도 무려 11만5000t에 이르렀다. 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날림먼지를 철저하게 무시해왔던 정부의 대책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날림먼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 날림먼지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과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동·아프리카 북부에 이르는 전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매우 심각한 국제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부터 아프리카 서해안에 걸친 거대한 중저위도 지역 전체가 날림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북한의 날림먼지 상황도 심각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보다 북한에서 밀려 내려오는 날림먼지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우리의 날림먼지는 대부분 건조한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철 밀과 보리 농사를 포기해버린 우리 농경지의 대부분은 4월 말까지 바싹 마른 상태로 유지된다. 중국 서북부의 건조지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벽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그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거가 전혀 없는 지적이 아니다. 2018년 세계적 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먼지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계층은 대도시의 주민이 아니라 농민들이었다.

정부와 미세먼지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날림먼지가 압도적인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상황은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대책을 흉내 내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경유차와 중국발만 탓하고 있을 상황이 절대 아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치유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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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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