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거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2017년 5월 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거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가파르다. 야당과 여러 언론들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지율 하락이 분명한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서울 집값만 폭등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지방 부동산 부자와 서울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신혼부부 모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다. 하지만 두 집단의 비판 이유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숫자에 반영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여기에 못지않게 전통적 지지층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은 지지율 하락의 ‘질(質)’이 나쁘다고 지적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이 왜 1년여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일까.

주간조선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가 최근 지지를 철회한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주간조선이 만났던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보수정당을 지지하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는 것처럼, 주간조선이 만난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 민심을 대변한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로 마음이 바뀌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여론조사가 담지 못한 저마다의 사연이 어렴풋이 보인다. 어쩌면 단순한 숫자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에 현 정권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진보정치 실현보다 좌충우돌 느낌만”

30대 후반의 전모씨와 30대 중반 강모씨는 부부다. 전씨는 국내 굴지 대기업 해외플랜트 사업부에 다니고 있으며 현재 해외 근무 중이다. 강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 계약직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출산하고 현재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전형적 중산층 가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씨는 한때 열린우리당 당원이었으며 강씨는 열성적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채식주의자다. 대학 때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스스로를 진보와 중도를 오가는 정치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은 이른바 ‘이명박근혜’ 정권을 무척 싫어했으며, 2016년 시작된 촛불집회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선에서 두 사람은 아예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샷도 찍었다. 강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일산에 유세를 왔을 때 현장에도 나갔다.

강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넘어 “좋아했다”고 표현했다. 그가 문 대통령을 좋아했던 이유는 보수정권의 대안이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고, 인품 또한 훌륭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못다한 진보정치의 꿈이 현실이 되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바로잡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은 대통령을 지지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두 사람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는 약간 다르다. 전씨의 경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부동산 정책이 단초가 됐다.

“몇 번 청약해봤지만, 청약 가점이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현재 시세에서 집을 마련하려면 어느 정도 시드머니가 있든가, 아니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옥죄었잖아요? 근데 결국 잘사는 사람은 별로 영향을 안 받고, 우리 같은 사람들만 어려워졌어요. 이렇게 부동산 정책에서 의심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 정부 관료들이 하는 거 보면 도대체 지난 정권과 뭐가 달라졌는지 차이점이 보이지 않고, 의지도 없는 것 같아요. 진보정치를 실현한다는 의지보다는 좌충우돌하는 느낌만 듭니다. 집권 2년 차가 됐으면 어떤 차별화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도 기다려달란 말만 하잖아요.”

강씨의 경우 공론의 장으로 나온 페미니즘의 문제로 지지를 철회했다.

“지난 대선 공약을 보면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 정부 들어서 남녀갈등이 더 심해졌어요. 문제는 대통령이 페미니스트냐 아니냐 보단 갈등 조정 능력이 실망스럽다는 점이에요. 페미니스트 집회가 갑자기 커진 이유는 남성 가해자보다 여성 가해자에 대해 더 편파적 수사를 했던 것이었는데, 대통령이 경찰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그건 팩트가 틀렸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여성의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달라는 호소를 자꾸 ‘팩트가 틀렸다’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대통령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풀 수 있겠어요. 소통이 안 된다고 평가받은 전직 대통령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거죠.”

전씨와 강씨는 부부였지만 그들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는 이처럼 달랐다. 전씨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주된 이유였고, 강씨는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대통령이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것, 즉 소통의 문제를 꼽았다.

전씨의 사례처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유 중 첫 번 째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다. 주간조선이 만난 과거 지지자들 중에서도 ‘부동산’을 이유로 꼽는 사람이 다수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 역시 조금씩 달랐다.

지난 9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photo 뉴시스
지난 9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photo 뉴시스

“대출제한은 서민에 피해 주는 정책”

국내 대기업 카드 회사에 대리로 재직 중인 1988년생 권모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영등포구에 신혼살림을 마련했다. 그는 “주변 20~30대 중에 본인 소유 주택이 없는 대다수 20~30대가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이 최소 ‘중타’는 쳐야 지지를 해주지 당장 내 집 하나 갖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떻게 이 정부를 지지할 수 있나요. 나름 대기업 다니는데 집 걱정은 없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근로소득의 가치를 0으로 수렴하게 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분노보다는 무능력한 내각에 대한 분노가 크긴 합니다만 뭔가 정책들이 뜬구름 잡는 느낌입니다. 하루 만에 전세대출 정책 뒤집은 게 대표적이죠. 다만 부동산 정책이 중타만 친다면 다시 지지할 의사가 있어요.”

권씨 사례처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젊은층의 반감은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내놓았다가 철회한 맞벌이 7000만원 전세자금 대출제한 정책은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이 정책은 전세자금보증 이용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이를 철회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사는 30대 후반 여성 안모씨는 “이 정책을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였고,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줬다. 성인이 된 이후 한 번도 보수정당에 표를 던진 적도 없었을 뿐더러 ‘정치는 현실’이라고 생각해 민주당보다 더 왼쪽 정당에도 표를 준 바 없었다. 그런 그가 7000만원 전세자금 대출제한 정책에 현재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둔 상황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부부합산 7000만원이면 부모님 도움 없이 둘이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부부의 전형 아니에요? 애 키우고 부모님 용돈 드리려면 둘이 뼈 빠지게 일해서 1억원을 벌어도 서울에서 전세 구하기도 버거운 현실인데 7000만원을 넘기면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이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차라리 혼자 벌어서 7000만원을 넘기는 가정은 대부분 남편이 대기업에 다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곳은 회사 자체적으로 대출도 가능하잖아요? 이건 전형적으로 서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정책 아닌가요? 너무 실망스러운 건 문재인 정부가 정말 서민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대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들조차도 이 정책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보았다. 국내 한 대기업 건설사에서 사원으로 재직 중인 1990년생 정모씨의 지적이다.

“주택자금대출보증 규제에서 말하는 고소득층 기준이라는 게 맞벌이 부부 합쳐서 연 7000만원인데, 제가 지금 결혼해서 아내가 최저임금만 받아도 바로 이 기준을 넘기거든요. 신혼 맞벌이 부부는 상한선이 8500만원이라고 하지만 전세도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8500만원을 고소득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정부가 아파트값 잡는다고 내놓은 정책들이 지방 아파트값은 죽이고 오히려 서울 아파트값만 올리고, 주택담보대출도 집값의 40%로 확 줄여버렸잖아요? 나 같은 흙수저들이 이제야 취업해서 차근차근 서울에 집 하나 사려고 하는데 점점 더 사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지방의 ‘문재인 지지 철회자’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이 정권이 들어서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던 탓에 더 민심이 들끓고 있다. 역시 부동산이 문제로,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가 너무나 많이 벌어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경기도 과천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공무원 김모씨는 세종시에 30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했고, 남편은 소위 ‘문빠’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 열성 지지자였다. 이 부부도 최근 현 정부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다시 대선을 한다면 정의당에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서울은 도배를 세입자가 하고 지방은 집주인이 해준다는 말이 있어요. 지방에서는 집값도 그대로고 매매는 꿈도 못 꿔요. 세입자도 귀해서 해달라는 거는 어지간하면 다 해줘요. 서울 집값만 오르는 걸 보니 과연 대한민국이란 나라에는 서울만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지난 4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정시 확대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지난 4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정시 확대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hoto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다시 입시지옥으로”

경제 문제와 관련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정책인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지 철회의 이유로 꼽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진보정권에 원했던 건 혈액(돈)이 사각지대 없이 전 사회 말단까지 돌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어요. 그것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봤죠. 하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힘들면 건물주와 대기업 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하는데 이게 빠진 상태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역효과만 났죠.”(서모씨·30대 초반·삼성전자 근무)

“주 52시간 근무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는 일의 절대량이 많다면 그에 맞는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기존의 인원으로 이를 해결하려고만 하죠. 결국 소화해야 하는 일의 양은 더 많아졌는데, 근무시간은 주 52시간을 넘기면 안 되게끔 하면 야근수당 같은 혜택도 못 받는 부작용만 생기죠.” (박 모씨·30대 후반·제약회사 근무)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원인으로 교육 정책의 실패를 꼽는 사람들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을 지지한 진보적 교육시민단체들은 연일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발표한 정시 수능 확대를 골자로 한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은 교육 정책을 몇십 년 퇴행시킨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 역시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편된 대입제도가 적용되는 세대는 현재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 부모의 대부분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40대 초반 윤모씨는 지자체 공무원으로 두 아이의 아빠다. 2012년에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윤씨는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그가 문 후보를 찍었던 결정적 이유는 교육 정책이었다. 현재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첫째 딸이 2022년 대학입시를 보는데, 새로운 정부에서 입시제도를 바꾸지 못하면 윤씨의 딸은 잘못된 시스템 안에서 입시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윤씨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입시 경쟁과 지식 암기 중심의 교육으로 대변되는 심각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마음이 끌렸다. 그런데 8월 말 발표한 입시제도를 보고 현 정부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한다.

“결국 핵심은 수능 전형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건데, 이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했던 개정된 교육과정만도 못한 것 같아요. 입시 위주 교육을 탈피하려면 결국 수능의 영향력을 점차 줄여가야 하는데, 2015년에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꾼 것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되돌려놨잖아요. 2015년에는 문·이과 학생들이 공통으로 배우는 것을 수능에 출제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과목이 너무 많아져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암기해야 할 것도 많아졌어요. 우리 딸은 그야말로 다시 입시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어요.”

문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꾸준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부분은 바로 남북문제를 풀려는 대통령의 의지다. 대통령이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경제 실정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남북문제에만 매달리는 듯한 모습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구에 사는 40대 중반 여성 권모씨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는 놔두고 남북문제만 매달려”

그는 현재 대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이다. 나름 파트타임 약사 1명과 아르바이트 1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형 약국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10년 동안 일하다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내려와 개업했다.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살면서도 민주당을 꼬박꼬박 지지해왔다. 그는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가 붙었을 때도 정 후보를 찍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 유세 왔을 때 열심히 나갔고 촛불집회도 당연히 나갔다고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진중하지만 소탈하고 더 안정적으로 정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권씨의 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정책을 펼친다기보단 ‘노무현의 그림자’를 등에 업고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직 집권 초반인데 앞으로 뭘 하겠다는 비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외부의 공격을 막는 데만 급급해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만 든다”고도 했다. 그는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대하는 자세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솔직히 유일하게 크게 칭찬할 만한 게 남북관계 개선인데, 아직 진행 중이어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요. 오히려 여기에만 너무 매달린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사람들에게는 평화보다 경제가 중요한데, 이 부분을 잘못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에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장 실장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9월 13일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역시 비슷한 의미의 발언을 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김 대변인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는 당장의 삶이라는 절박한 문제가 걸려 있다. 삶이 팍팍해진 서민들은 연말까지도 기다릴 수 없다고 지지율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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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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