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 설명회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photo 연합
지난 11월 2일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 설명회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photo 연합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앞. 1호선 제기동역에서 5분 남짓 걸어 도착한 학교 앞은 어수선했다. 지난 11월 24일 오전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성일중학교 내 남는 공간에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짓기 위해 공사 장비를 옮기려 하다 실패했다고 한다. 지역주민과 성일중 학부모들이 길을 가로막고 앉아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는 직업교육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원래는 지난 9월부터 공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거센 반발로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화난 표정으로 학교 앞을 왔다갔다 하던 학부모 한 명이 토해내듯 이유를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던져서 2살 난 아이가 죽은 사건 아시죠? 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힘이 세다고 해요. 앞뒤 분간 못하는 애들이, 우리 아이 같은 중학교 여학생에게 덤벼들 수도 있잖아요. 위험한 거 아닌가요?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 건가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위험, 안전, 보호 같은 단어를 외치는 주민들에게 일부에서 말하는 ‘집값’ 문제는 뒷전인 것 같았다. 아들이 성일중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이걸 님비현상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당신들 집 옆에 발달장애인 100명이 왔다갔다 하는 시설이 들어선다면 찬성할 건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간 대부분의 언론은 이들 학부모를 비판했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번 논란이 학부모만 비판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기적인 사람들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사고 기저에 깔려 있는 차별적인 인식이라는 것이다. 특수교육학 교수이자 한국통합교육학회 회장인 류재연 나사렛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와 정신병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장애인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장애에 대한 이해도도 낮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특수교육진흥법 등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요즘은 웬만한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고, 전문 교육을 받은 특수교사가 배치돼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장애인을 잘 모른다. 류 교수는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한번 가보세요. 장애학생 교육에 대한 문제에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해 문제를 단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애학생과 함께하지 못하는 교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인 박예지(가명)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혼자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 일반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도움반’이라고 부르는 특수학급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한두 시간, 원래 소속된 반에 들어가면 위축이 된다. 말을 걸어주는 친구도 없다. 가끔 담임 선생님이 “예지도 즐겁게 보냈니?”라고 묻지만, 예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얼른 다른 얘기를 꺼낸다.

서울 구로구의 초등학교 4학년 김정훈(가명)은 예지와 달리 하루의 모든 시간을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정훈이가 다니는 학교는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대신 통합학급을 운영한다. 정훈이네 반에는 보조원이 배치돼 있어 이동과 수업 준비 등을 도와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모두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겠다고 시작한 통합학급이지만, 정훈이네 부모님은 “문제가 더 많다”고 말한다. 2학년 때만 하더라도 없었던 왕따가 3학년에 들어서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러 정훈이의 새 공책, 연필을 빼앗아 가서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요. 정훈이는 왼쪽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데, 남자애들이 정훈이 앞에서 흉내를 내며 놀린 적이 있대요. 요즘은 진지하게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나 특수학교로 아예 전학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정훈이는 뇌병변장애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훈이네 부모는 정훈이가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일반학교에서 공부하며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으면 했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정훈이 때문에 일이 많아지니 불편해해요. 정훈이 혼자만을 위해 모든 걸 바꿀 수 없으니 결국 정훈이가 못 따라가는 수업만 듣게 되고요. 친구들도 정훈이의 장애를 이해하는 것보다 불편해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 같아요.”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 8만7000여명 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5000여명, 약 30%에 불과하다. 6만1000명 학생이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장애학생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특수학급이 아니라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도 1만5000명이 넘는다.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한데 어울려 공부하는 것을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이라고 한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장애학생 교육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을 개정하면서 통합교육의 의미와 시행 방법 등을 자세히 규정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통합교육 방법을 도입했다.

통합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의 정도에 상관 없이 비장애인이 사는 삶을 장애인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릴 때부터 구분 없는 교육을 받는 것이 통합교육이고, 통합교육을 통해서 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장애인이 있는 일상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통합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실 현장의 실제 모습은 이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를 경험해 본 적 있는 특수교육 관련자는 60%에 달했다. 언어폭력(25%), 괴롭힘(19.2%)은 물론 통학지원이나 보조인력을 지원하지 않는 사례(29.9%)도 많았다. 특수교육 관련자들이 “물리적으로만 통합교육이 이뤄질 뿐, 실질적인 통합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는 근거가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흉내만 낸 통합교육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을 심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성일중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의 주장이다. “저희가 생각 없는 차별주의자인 건 아니에요. 경험한 게 있어서 그래요.” 중학교 1학년인 그의 딸은 초등학교 3, 4학년 때 장애학생과 한 반에서 수업을 받다가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남자애였는데, 판단력이 없으니까 수업시간 중에도 마구 소리를 지르곤 했대요. 한번은 우리 딸 학용품을 가지고 싶어했는데 안 주니까 딸을 막 때려서 제가 학교에 간 적도 있어요.” 이 학급에는 보조교사가 있긴 했으나 특수교육 전문가가 아니었고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웅천초의 통합교육 현장 모습. ⓒphoto 허정환
경남 창원시 진해웅천초의 통합교육 현장 모습. ⓒphoto 허정환

차별을 심화시키는 통합교육의 문제

전문가들은 “장애이해 교육은 통합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것,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다르지만 같은 점도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장애이해 교육에 포함돼 있다. 또 장애인을 무조건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을 배우는 게 장애이해 교육의 목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이해 교육이 제때 이뤄지지도 않고 올바르게 진행되지도 않고 있다. 정광조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장애이해 교육은 더러 장애 체험 활동처럼 진행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장애를 대상화해서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애이해 교육은 장애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좋다. 실제로 정 교수의 장애이해와 관련된 2014년 논문을 보면 통합학급을 경험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장애이해도가 높았다. 즉 통합학급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장애이해 교육이 이뤄지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실의 ‘폐쇄성’은 자연스러운 장애이해 교육은 물론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도 어렵게 한다. 류재연 교수의 설명이다. “일반 교사들은 장애학생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교실에 다른 교사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교실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걱정하기도 하고, 불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특수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학급에 가면 자연히 특수교사는 보조교사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굳이 통합학급에 가서 보조자 역할을 하느니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 담임교사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류 교수는 “교사들도 통합이 안 되니 학급이 통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통합교육의 교육 과정을 ‘손해’로만 여기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문제가 된다. 서울 구로구의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인 이규현(가명)씨는 “보통 예체능 수업은 통합수업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문제 삼은 학부모가 있어 요즘은 따로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체육수업이 문제였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학생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다른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저와 담임선생님이 함께 정신지체 학생을 지도하고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운동장에 앉아서 놀고 있었어요.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그걸 봤다가 문제를 삼은 거지요. ‘왜 쟤 하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제때 수업을 받지 못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어요.” 동조하는 학부모도 많아 결국 몸놀림이 힘든 장애학생은 체육수업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다. 이씨는 “장애학생은 물론 전체 학생에게 좋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딱히 장애가 없더라도 유난히 굼뜬 학생들이 있어요. 장애학생을 배제하고 효율적이고 즐거운 수업만 하기로 한 학급에서, 느리고 굼뜬 학생을 배려해 줄까요? 아이들은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까요?”

함께 사는 방법 배우기부터

경남 창원시 진해웅천초 특수교사인 허정환씨는 “진정한 통합교육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드문 협력교수 방법으로 통합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협력교수 방법이란 통합학급에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모든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말한다. 한 반에 두 명의 선생님이 있는 셈이다. 때로는 교사 두 명이 나란히 서서 가르치기도 하고, 때로는 교실 한곳에서 특별히 도움받아야 하는 학생을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 일반교사나 특수교사 모두 익숙한 방식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교습방법을 고민하고 개발해 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교과과정에 있는 ‘문장으로 그림 설명하기’를 가르칠 때는 평소보다 품이 더 들어간다. “장애학생이 아니라도 학급에는 문장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아이, 한글을 겨우 뗀 아이, 한글도 어려워하는 아이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런 학생을 모두 배려해 준다고 생각하면서 기초적인 부분부터 가르치는 겁니다.” 그림을 먼저 보고 단어를 말로 하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단어를 문장으로 말하고, 써보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교실 안에서는 다양한 단계의 학생이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장애학생과 부진한 학생이 충분히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 한글로 글쓰기에 익숙한 학생도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공유하며 더 높은 수준의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손해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던 학부모도, 직접 수업을 참관해서 보고는 오히려 더 수준 높은 수업을 하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장애와 뒤처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사라졌다. “장애학생을 두고도 ‘모자란 친구’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허정환 교사는 “특수교사가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협력교수 방법을 시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수업을 하는 1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참관을 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확실히 통합교육의 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듣다가 일이 생길 때만 일반학급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학생이, 이제는 “친구들과 있고 싶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비장애학생들도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져 “통합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서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것이 허씨의 말이다.

통합교육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시행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류재연 교수는 “어린이집, 유치원 단계에서 시행하는 통합교육이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시기 이뤄지는 통합교육은 아이뿐 아니라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학부모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도도 높인다는 것이다. 비장애학생과 학부모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 역시 장애를 걸림돌로 여기지 않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게 된다. 류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받는다면, 이번 성일중 논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꺼리는 사람에게 무작정 ‘장애인을 이해하라’고만 윽박지를 수 없습니다. 핵심은 교육입니다.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자리 잡은 사회라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가 발생할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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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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