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photo 김연정 객원기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photo 김연정 객원기자

인천 영종도에 사는 직장인 윤모(34)씨는 최근 휴대용 산소캔을 들고 다닌다.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검색하다 호기심에 구매해 사용했는데 상쾌한 기분이 들어 계속 사용하게 되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윤씨는 “공기까지 사 마시는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 못 했는데 기분 좋게 사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래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이모(37)씨는 최근 공기청정기를 구매했다. 요새 들어 기침을 자주 하는 다섯 살, 두 살 두 아이의 건강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기청정기뿐 아니라 의류건조기 구매도 고민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창문을 열고 옷을 말리는 게 꺼려져서다. 이씨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미세먼지 문제에 민감해지고 관련 제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관련 산업은 날개를 단 듯 성장하고 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외에 산소캔, 노스크, 삼림욕기와 같은 이색상품들도 인기를 얻으며 시장 호황을 이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전년 동기(1월 1~21일) 대비 마스크, 노스크, 휴대용 산소캔·공기캔 매출은 각각 172%, 935%, 235% 증가했다.

휴대용 공기캔 제품 중에 지리산 해발 700~800m의 공기를 담았다는 ‘지리에어’가 눈에 띈다. 지리산 숲속에서 공기를 모아 피톤치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공기를 담은 ‘바이탈리티에어’라는 제품도 있다. 바이탈리티에어는 공기캔과 산소캔 두 종류를 판매 중이다. 공기캔은 청정 지역의 공기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산소캔은 95% 농축된 산소를 담고 있어 오래 흡입할 경우 과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평상시엔 공기캔을 사용하고 산소캔은 운동 후 또는 심한 피로를 느낄 때 사용하면 피로 해소에 좋다”고 말했다. 산소캔·공기캔은 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며 일부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식약청에서 의약외품으로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KF80’(황사마스크) ‘KF94’(방역마스크) ‘KF99’ 세 종류가 있다. KF80은 평균 0.6㎛ 지름의 미세입자를 80%까지 차단할 수 있으며 KF94와 KF99는 평균 0.4㎛ 지름의 미세입자를 각각 94%, 99%까지 차단할 수 있다. 차단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차단율이 높으면 호흡 시 저항이 강해서 숨쉬기가 불편하다. 호흡기 질환자나 노인의 경우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발생 수준, 폐활량 등을 고려해 개인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노스크’는 노즈 마스크의 약자로 코 삽입형 마스크이다. ‘코마스크’라고도 불린다. 마스크가 입과 코를 모두 덮어 답답하고 불편했던 점을 개선해 출시된 제품이다. 일동제약, 카스 등 제조업체에 따르면 노스크는 미세먼지를 96.3%까지 걸러낼 수 있는 데다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세척 후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안티폴루션 화장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라네즈의 ‘올데이 안티폴루션 디펜서’, 제이준코스메틱의 ‘안티 더스트 인텐시브 크림’, 맥클린코스메틱의 ‘프리미엄 펩타이드 볼륨 에센스’ 등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 중이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김연정 객원기자

산소캔, 삼림욕기, 의류건조기…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 시장도 활황세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판매된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의 매출(1월 23일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0%, 480%, 205% 증가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업계 관례상 판매 수치를 공개할 수 없지만 판매량은 지속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2년 단위로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4년 50만대에서 2016년 100만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200만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위닉스 등 가전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은 ‘블루스카이 7000’이다. 블루스카이는 레이저 광원을 이용, 지름 0.3㎛ 크기의 미세먼지까지 감지하며 먼지·악취·유해가스를 제거하는 7중 필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LG전자는 모든 방면으로 정화된 공기를 내뿜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퓨리케어 360’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전용면적 91㎡(약 28평)로 공기청정기 가운데 청정면적이 가장 넓다.

의류건조기 시장은 1년 만에 6배 성장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의류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에서 지난해 60만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100만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의류건조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는 미세먼지 문제뿐 아니라 주거환경 및 생활양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텔 및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베란다가 없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이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거실을 넓히고 베란다를 좁힌 구조가 많아 옷을 건조할 공간이 부족하다. 또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고 이른바 ‘욜로족’ 등 생활 편의를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건조기 시장 판매 점유율은 LG전자가 70%, 삼성전자가 20%를 기록했다고 한다. LG전자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트롬 건조기’를 앞세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히트펌프’는 낮은 온도로 옷감 속 습기를 말리는 방식으로, 뜨거운 열로 옷감을 말리는 ‘히터식’에 비해 옷감손상 및 전력소비량이 적다. 유해세균을 99.99% 없애고 먼지를 제거하는 살균·위생 기능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유럽 가전제품 기준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으로 개발된 ‘플래티넘 이녹스’를 출시해 점유율 신장을 노리고 있다.

의류관리기는 주 기능인 구김제거와 탈취기능뿐 아니라 살균, 미세먼지 제거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 의류관리기 시장은 LG전자가 사실상 유일한 사업체로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전자의 의류건조기인 ‘트롬 스타일러’는 2011년 출시된 이래로 지난해 누적판매 대수 20만대를 돌파했고 현재는 월평균 1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중견기업 코웨이와 파세코가 후발주자로 들어와 의류관리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외에 실내 공기를 정화하면서 피톤치드 성분을 분사하는 ‘삼림욕기’와 공기 중 오염물질과 질소를 제거하고 산소만 농축해서 내보내는 ‘산소발생기’ 판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전년 동기(1월 1~21일) 대비 삼림욕기와 산소발생기의 매출은 각각 79%, 52%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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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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