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1, 2월은 졸업과 함께 교직원들의 인사이동이 많아 모두가 뒤숭숭한 시기이다. 공립학교는 5년의 순환근무 원칙 때문에 교사 5명 중 1명은 해마다 학교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휴직에 들어갔던 교사들의 복직 여부에 따라 기간제 교사들도 학교를 그만두거나 다른 학교로 떠나야 한다. 교장, 교감, 행정실 식구들도 승진이나 전근발령에 따라 학교를 옮기고,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으로 영영 교직을 떠나는 동료들까지 있으면 도대체 누가 남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떠나가는 사람들은 섭섭하고 보내는 사람들은 아쉬워서 일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전근 간 교사들은 첫해에는 신규 발령자처럼 조용히 생활하면서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애쓴다. 전 근무지와 현 근무지의 서로 다른 분위기와 행정 업무 절차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전 학교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가 다소 무례하거나 교사 업무에 대한 간섭과 요구가 심할 경우에는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진다. ‘신기한 것’은 학생들도 처음 온 선생님에게 텃세를 부린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우리 학교는 어렵게 확보한 예산으로 오래되어 낡은 벽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학생 책상과 칠판도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학교는 교내 물품을 바꾸려면 최근에 비슷한 물품으로 교체한 다른 학교에 가서 의견을 수렴해 온다. 원하는 물품에 대한 공고를 하고 입찰한 업체의 설명을 듣고 선정위원들이 점수를 매겨 심사를 한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거쳐야 비로소 업체와 가격이 확정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구성된 학부모와 교사 대표들은 열심히 물품을 선정하여 새것으로 교체를 하더라도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해에 사용할 교과서도 정작 선정한 사람들은 떠나고 새로 온 사람들이 그 교과서를 사용한다. 교과서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앞으로 교사 중 일부는 장기적으로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꾼다는 말이 있지만 특혜논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한 학교에서 5년쯤 근무하다가 옮기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많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크게 영향을 받지만 교사의 역량에 따라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다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 학교는 최근 들어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학생이 적으니 교사 수도 적어서 한 교사가 맡아야 할 업무도 타 학교에 비해 2~3배 정도 많아진다. 가정에서의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은 거칠거나 무기력하다. 한 반에 학생이 20명 남짓에 불과하니 학교를 청소할 인원도 부족하다. 그러나 작은 학교가 좋은 점도 있다. 남는 교실이 많아 교과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큰 학교는 학생 수가 거의 줄지 않는다. 자녀의 중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서 이사 오는 집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큰 학교는 큰 학교대로 어려움이 많다. 일탈행위를 하는 아이들도 많고 부모가 사소한 일로 항의하고 민원제기를 하기 일쑤다. 어쨌든 교사들에게 1, 2월은 또 다른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기대와 설렘이 함께하는 시기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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