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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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지만 때가 된 거지요. 이제 시작입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임팩트투자, 임팩트금융이 화두로 떠오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지난해 8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임팩트투자 시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금융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지난 2월 22일 이 전 부총리를 만나 우리 사회에 임팩트금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들었다.

“왜, 지금, 임팩트금융이냐? GM사태처럼 일이 터져야 관심을 갖는데 이미 생태계 밑바닥에서는 임팩트투자에 대한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시스템은 과거의 산업생산시대에 맞춰져 있어요. 그 시스템 안에 있는 방식으로는 고속성장의 그늘에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소금융의 실패를 보세요. 전통금융의 시스템 안에서 접근하니 안 되는 겁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이 전 부총리는 수요를 바탕으로 민간이 주도해야 지속가능한 금융시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의 경직된 시스템은 다양성을 해치고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정부는 시장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를 덜어내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유인책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판을 만들고 임팩트금융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환경, 교육, 주택 등 사회문제가 결국 경제로 직결됩니다. 그 피해는 결국 서민에게 돌아갑니다. GM사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와 시민들이 감내해야 합니다. 과거의 ‘주는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임팩트금융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투자와 융자를 통해 자본을 선순환시키면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사회문제 해결이 곧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임팩트금융추진위는 2000억원대 기금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들이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는 출범과 함께 임팩트금융포럼을 조직했다. 국회의원 17명과 민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임팩트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법,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들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뜻을 같이했다. 이 전 부총리는 “포럼이 그동안 연구한 것을 토대로 상반기 안에 어느 정도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팩트금융추진위는 연내 2~3개의 펀드를 론칭해서 임팩트금융의 샘플을 만들 계획이다. 임팩트투자회사나 중간운용사에 투자할 수도 있고 직접 투자도 고민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부총리가 많은 이야기 중에 가장 강조한 것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 경제적 가치만 좇아서는 더 이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빈곤·교육 등 사회문제 해결로 인한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이뤄낼 수 있다.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혁신가가 나와야 한다.

“3040세대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 주고 20대가 따라가면서 진화를 시켜야 합니다. 필요에 의해 시장이 생기면 금융이 일어나고 투자가 일어납니다. 방향을 잡아주는 것까지만 저의 역할입니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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