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소비자단체들이 대진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1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소비자단체들이 대진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헛소문을 믿었던 소비자들이 날벼락 같은 소식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던 침대에서 난데없이 발암물질인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연간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심해도 된다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꿔버렸다. 이제는 침대에서 기준치의 9.35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라돈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공포로 변해버렸다. 라돈 측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겁에 질려 있는 소비자들을 안심시켜 주지는 못하고 있다.

방사성 라돈이 방출되는 침대는 더 이상 사용할 이유가 없다. 목재·스프링·스펀지·천으로 만드는 침대에는 방사선에 대한 ‘허용 기준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방사선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알라라(Alara·합리적으로 가능한 최저 수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방사성 광물인 모나자이트 분말이 들어 있는 침대에서는 어떠한 건강상의 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 라돈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토륨이 10여 단계의 방사성 붕괴를 거쳐 더 이상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안정된 납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알파선·베타선·감마선)은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결국 문제가 드러난 침대는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침대를 만지거나 가까이 두기만 해도 끔찍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라돈 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이나 방사선의 양이 핵연료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럼 엄청나게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침대를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두면 더 이상의 피해를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굳이 침대를 비닐로 꽁꽁 싸매놓아야 할 필요도 없다.

매트리스 내부에서 회갈색의 모나자이트 분말이 도포(塗布)된 부직포를 제거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개폐식 지퍼가 있는 매트리스라면 간단한 일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매트리스의 내부에 남아 있는 모나자이트 분말도 깨끗하게 털어내야 한다. 모나자이트를 최대한 제거한 침대는 더 이상 걱정할 이유가 없다. 물론 원안위의 발표처럼 스펀지까지 방사성 모나자이트로 범벅이 된 경우라면 매트리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안위, 축소했거나 부풀렸거나

라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기체 상태로 알파선과 감마선을 방출하는 라돈은 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라돈에 의한 피해는 만성적인 것이다. 라돈에 노출되기만 하면 누구나 당장 폐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장기간에 걸쳐 노출량이 늘어나면 폐암의 발생 가능성도 함께 커지게 된다. 자연 상태의 흙에서도 방출되는 라돈을 회피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그래서 콘크리트·석조 건물이나 지하실에서는 환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라돈은 흡연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폐암 발생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폐암 사망자의 12.6%(1968명)가 실내 라돈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매년 2만1000명이 라돈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흡연에 의한 폐암 사망자가 한 해 16만명에 이른다. 심장병·호흡기질환까지 합치면 매년 5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한다. 미국의 흡연율이 20% 수준인데도 그렇다. 결국 라돈이 폐암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은 흡연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그런 라돈을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 ‘침묵의 살인자’라고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어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라돈 침대에 의한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피폭량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 조사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당장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과격한 주장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오히려 지나친 걱정이 폐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평소보다 폐 건강에 신경을 더 쓰는 정도의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모나자이트 제품들도 문제

라돈 침대는 정부가 5년 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2012년에 제정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원안위가 대표적인 천연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의 유통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더욱이 2007년에 이미 모나자이트를 넣은 음이온 온열매트 때문에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있다. 침대 회사가 방사성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원안위가 5년 동안 2960㎏의 방사성 모나자이트의 비정상적인 거래를 방치한 책임이 무겁다. 인터넷으로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는 원안위의 변명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라돈 침대의 위험성에 대한 원안위의 발표도 믿을 것이 못 된다. 원안위가 실제로 측정한 것은 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의 방출량이다. 5월 10일에 발표한 라돈-220(일명 ‘토론’)의 방출량은 91.6베크렐(Bq)이었는데, 닷새 후의 2차 검사에서 측정한 방출량은 1364.45베크렐로 늘어났다. 2차 검사에서는 모나자이트를 훨씬 더 많이 넣은 침대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원안위가 추정한 ‘연간 피폭량’은 1차에서는 0.34밀리시버트(mSv)였고, 2차에서 8.96밀리시버트였다. 두 검사에서 측정한 라돈의 방출량은 14.9배가 늘어났는데, 원안위가 방출량에서 추정한 연간 피폭량은 무려 26.4배나 늘어나버렸다. 라돈 방출량에서 연간 피폭량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파라미터들을 마음대로 바꿔버려서 생긴 일이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는 원안위의 해명은 옹색한 것이다. 결국 1차 발표의 추정치를 지나치게 축소했거나, 2차 발표의 추정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이거나 원안위가 추정한 연간 피폭량은 믿을 수가 없게 돼버렸다. 원안위가 천연 방사성 물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법적 책무를 다할 의지도 없고,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 셈이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황당한 엉터리 괴담이다. 세상의 모든 분자들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 분자들이 일시적으로 깨져서 양(+)전하를 가진 ‘양이온’과 음(-)전하를 가진 ‘음이온’이 함께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곧바로 재결합을 해버린다. 더욱이 양이온은 몸에 해롭고, 음이온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인 주장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백 걸음을 양보해서 음이온이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음이온과 함께 존재하는 양이온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음이온을 자랑하기 위해 방사성 광물을 사용한 제조사의 무지(無知)는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라돈 침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사용해서 제조한 제품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온열매트·돌침대·화장품·마스크팩·팔찌·목걸이도 있고, 심지어 모나자이트 분말을 넣은 속옷·베개·안대·비누도 있다고 한다. 특허청도 음이온 제품에 대해 특허를 남발하고 있다. 모두가 음이온이 아니라 몸에 해로운 방사선과 라듐을 내뿜는 제품들이다.

공기청정기처럼 전기를 사용하는 음이온 제품은 방사선이 아니라 오존을 발생시킨다. 음이온을 만든다는 핑계로 사용하는 전기 방전 장치가 결국에는 오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음이온 대신 플라스마·활성산소·클러스터 등의 낯선 과학 용어를 동원하는 제품도 많다. 특히 자동차용 소형 공기청정기는 오존 발생 장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좁은 실내에서 장시간 작동시켰을 때 눈이 따갑거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면 오존이 발생되는 것이 분명하다.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괜찮나

오존이 살균·탈취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의 공기를 살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통해 직접 경험한 일이다. 실내 공기를 살균하기 위해 발생시킨 오존 때문에 눈이나 호흡기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 중의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에는 오존 경보를 발령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도 오존이 0.06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 EPA는 가정에서는 오존을 발생시키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간당 오존 발생량을 규제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의 관리 방법은 서둘러 바꿔야만 한다. 아무리 적은 양의 오존이 발생하더라도 자동차처럼 작은 공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존이 위험 수준으로 축적될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오존의 위험성을 인지한 모양이지만 언제부터 오존에 대한 규제를 시행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효능을 자랑하는 화려한 제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만병통치나 불로장생의 꿈을 당장 실현시켜줄 것처럼 요란한 광고를 앞세운다. 낯선 과학 용어나 과학자를 들먹이는 경우도 많다. 신비의 효능을 강조하는 건강보조식품도 지천이다. 심지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건강에 좋은 것은 확실하다’고 우기는 광고도 있었다.

비판적 합리주의를 강조하는 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만병통치약은 사실 아무 병도 고쳐주지 못하는 엉터리”라고 했다. 더욱이 세상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엉터리 장사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안타깝지만 정부도 함부로 믿기 어려운 세상이다. 기업의 엉터리 광고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우리의 소중한 건강과 안전을 맡겨둘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듯이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과학’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희미한 등불’이다.

평균수명 단 25초, 음이온의 실체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국내 유명 침대회사인 대진침대의 일부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라돈 침대는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바로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음이온이 몸 안에 들어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혈액을 맑게 하고, 항산화 효과로 노화가 지연된다는 속설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다. 바로 이런 ‘음이온 효과’를 이용해 제품을 팔려고 했던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음이온이 약방의 감초였던 셈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음이온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어 공기청정기, 음이온 의류, 이불, 목걸이, 팔찌, 소금, 생리대, 심지어 드라이기까지 각종 음이온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특허를 받은 음이온 제품만 18만개에 이른다. 침대도 그중의 하나다.

공기 분자 3경개에 음이온 1개꼴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기계를 통해서이고, 또 하나는 천연광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적외선응용평가위원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제품들의 90%는 천연광물인 모나자이트를 쓰고 있다. 모나자이트는 흔들거나 마찰을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음이온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음이온 제품의 절대다수에 모나자이트 분말이 사용되어왔다.

음이온은 원자나 분자에 하나 이상의 전자가 더해져서 생기는 화학종(化學種)을 일컫는 과학용어다. 어느 특정 물질이 아닌, 실체가 없는 물질의 상태를 지칭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세상에는 110종의 원소와 3700만종의 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원자나 분자는 다른 원자나 분자로부터 전자를 얻어서 음이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전자를 빼앗기면 양이온이 된다.

전문가들은 음이온의 효과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통증을 완화하며, 알레르기 체질개선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발표됐었다. 하지만 음이온 발생으로 건강을 좋게 한다는 음이온 제품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의사들 반응 역시 회의적이다. 팔찌, 침대 등에서 음이온이 다량 나온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음이온의 효과를 보려면 양이온과 음이온의 비율이 1 대 3.5 이상으로 음이온이 더 높아야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매연 등이 양이온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1 대 0.8로 양이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보자. 건강팔찌에서 나오는 음이온의 수는 공기 1000분의 1L에 수천 개라고 한다. 공기 1000분의 1L에 들어 있는 산소와 질소 분자의 수는 무려 3000경개에 이른다. 결국 공기 분자 3경개에 음이온 1개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음이온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존재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음이온이 인체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불충분한 주장이다.

더욱이 전기를 띤 양이온과 음이온은 공기 중에서는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 전기적으로 음이온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즉시 양이온과 결합하여 쉽게 중성으로 되돌아가게 돼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 또 음이온이 공기 중에 확산될 때는 평균수명이 약 25초밖에 되지 않아 체내에 흡수되어 인체에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과학계는 음이온에 대한 헛된 맹신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차라리 가정에 푸른 잎을 가진 화분을 들여놓거나, 폭포수나 깊은 산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음이온 제품을 쓰는 것보다 음이온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서강대 교수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