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업계에 사고가 또 터졌다. 처음에는 약속한 수익금을 주고 신뢰를 쌓은 다음, 거액을 투자받고 도주했다. 사기범죄의 전형적 패턴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사기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응엔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경찰에 신고를 하면 고소장부터 제출하라고 한다. 그나마 주말과 공휴일, 야간에는 안 받는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건은 경제팀으로 배당된다. 시간이 꽤 흘러서야 담당수사관이 정해진다. 그 사이에 사기꾼은 재산을 은닉하고 해외로 도주할 수 있다. 심지어 사기를 친 증거도 고소인인 피해자에게 가져오라고 한다. 사기꾼인 피고소인의 주거지 관할서에 고소장을 다시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는 피고소인의 주거지와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말이다. 전국 곳곳에 피해자들이 있는 경우, 경찰서 간에 공조협력을 해서 사건을 통합하든지, 상급기관인 지방경찰청에서 사건을 통합해 직접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다. 그러긴커녕 사건을 맡지 않으려 경찰서 사이에 ‘사건 핑퐁치기’(사건 떠넘기기)가 일어난다.

보다 못해 피해자들이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검찰은 경찰에 내려보낸다. 직접 수사를 꺼린다. 사건이 복잡하고 조사할 사항이 많아서다. 경찰이 계좌추적을 위한 압수수색과 용의자 검거를 위한 체포영장을 신청해도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면서 반려(기각)하기도 한다. 그동안 사기범죄자는 재산을 은닉하고 도주하며 ‘바지사장’을 내세운다. 월급쟁이 바지사장이 주범이 되고, 주범인 자신은 피해자로 둔갑한다. 빼돌린 투자금으로 다른 사람 명의 부동산을 구입하고 해외로 인출한다. 대형 로펌을 고용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까지 미리 확보해놓는다.

어찌어찌 기소해 재판이 열리면 공판관여 검사는 제대로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공판에 임한다. 판사가 사건내용을 질문하면 허둥대며 수사검사와 협의하겠다고 핑계를 대기 일쑤다. 재판을 하면서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를 회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구속, 실형을 받으면 피해회복이 어려울 거다’라면서 말이다. 재판 진행 중 피해자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여러 건의 사건이 병합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재판은 계속 지연된다. 심지어 불구속사건의 경우 그 과정에서 1년이 흘러버리는 경우도 있다.

출소 후 피해보상 법제화해야

피해자들은 피해배상명령도 재판부에서 같이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해사실과 액수가 특정이 되지 않았다고 기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사배상은 별도 민사소송을 통해 받으라고 한다. 그런데 서민들이 민사소송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 비용, 인지대, 송달료 등 별도로 돈을 또 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인 사기범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법원은 피해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승소를 해도 재산을 빼돌린 경우 집행을 못 해 승소판결문은 휴지조각이 되는데도 말이다.

사기꾼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도 약하다. 일종의 온정주의다. 피해금이 적다는 이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형량이 낮게 정해진다. 사기금액이 많아 특가법적용이 되는 범죄를 제외하고는, 일반사기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한다. 집행유예와 벌금형도 종종 나온다. 그러다 보니 사기범죄자의 재범률이 높다. 교도소에서 다른 사기수법을 배워 ‘업그레이드’되어 나온다. 또다시 사기를 친다.

그러면 어떻게 수사와 재판이 달라져야 하나. 서민을 등친 사기범은 고소장을 제출, 접수한 후 수사를 하는 것보다는 112신고에 포함시켜 수사를 하는 편이 낫다. 신고와 동시에 즉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서 수사분직이 야간, 주말에도 있으니 신속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가해자 소재를 파악해 해외로 도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경중을 감안해 사건을 배당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조건 사기사건이라고 경제팀에 배당해 수사관이 ‘나홀로 수사’를 하도록 해선 안 된다. 피해자가 많고 여러 곳에 피해자가 분산한 경우에는 지방경찰청 광역수사팀, 지능수사팀에 배당해 팀 전체가 달려들어야 한다. 수사 의지를 가진 수사관이 담당하도록 사건 배당 담당자가 사건 검토를 제대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 빠른 출국금지는 필수다. 도주한 사기범에 대해 검거 포상금도 내걸고 공개수배도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면 경찰은 ‘인력 부족’을 토로한다. 현재 경찰 인력으로 할 수 없다면 민간조사제도, 즉 탐정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탐정제도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필요하면 온라인 사이버 공개수배도 전격 추진해야 한다. 해외로 도주한 사기범의 경우 입국 시 통보되도록 하고, 인터폴과 협조해 조기송환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금추적이다. 피해금에 대한 자금추적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는 과정에서 피해투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규명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공모 여부를 수사하여야 한다. 투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금융기관과 협조해 계좌지급 정지, 기소 전 몰수보전조치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런데 단순히 사기사건이란 이유로 사건이 경제팀에 배당돼, 수사관 한 명이 조사를 해서는 자금추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경제팀이 아닌 인지사건을 수사하는 지능팀에 사건을 맡기는 게 필수적이다. 경력 많고 유능한 팀장의 지휘 아래 팀 전체가 달려들어 수사해야 한다.

검찰도 사기고소사건이라면 무조건 경찰에 떠넘기는 행태를 그만하면 어떨까.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권력형 사건에만 매달리지 말고, 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악질사기범 수사에 전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때로는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과 검찰에 접수되는 고소사건 절반 이상이 사기사건이다. 이 중 대략 20%만 기소되고 80%는 불기소된다. 이유가 뭔지 섬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피해자가 많아 귀찮고 자금추적에 시간이 걸려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닐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기 수배자에 대한 일제검거기간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판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들, 특히 서민들은 법원 소송보다 경찰과 검찰이 직접 수사해주는 걸 원한다. 법정 소송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게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일이다. 유사수신행위를 한 범죄자와 그 외 사기범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가 꼭 필요한 이유다. 서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법정 싸움에만 매달려야 하지 않도록 형사재판에서 민사배상명령도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양형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만약 피해 배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형이 선고되도록 법정형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기범은 형량을 마쳐도 피해배상을 끝까지 하도록 이제라도 법제화하자. 성폭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듯 상습사기 전력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도 도입하자. 잊지 말아야 할 건 사기범은 출소 후에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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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전 평택경찰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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