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식당을 하면서 장어 관련 책을 펴낸 장영진씨. ⓒphoto 박원수
장어식당을 하면서 장어 관련 책을 펴낸 장영진씨. ⓒphoto 박원수

“제가 명색이 경영학 박사이고, 장어 식당을 26년간 했는데 친구들은 헛말로라도 ‘장 박사’라고도 불러주지 않습니다. 그게 못내 분해서 이 책을 냈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식당 밀집지역인 들안길과 신천동로 두 곳에는 대구에서 대표적인 장어 전문식당인 ‘삼수장어’가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장영진(61) 대표. 그는 사람을 붙들어놓고 몇 시간 동안 장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어 박사’다. 살아 있는 장어를 요리해서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실전 내공’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는 진짜 ‘장 박사’다. 영남대와 계명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까.

장 대표는 최근 ‘장어박사 장박삽니다’란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아까 했던 이야기는 친구들끼리 했던 농담”이라며 이번에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소 장어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장어 식당 운영자로서의 책임감이니까요.”

그가 낸 책은 국내에서 발간된 장어 관련 책자로는 드물게 ‘인문학적이면서도 생태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어에 관한 현실을 심도 있게 드러내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어 식당 26년을 포함해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온 내공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독일의 작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나오는 장어,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이 즐겨 먹었다는 장어젤리, 피카소가 그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뱀장어 스튜 등 장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또 민물장어, 먹장어, 갯장어, 붕장어 등 장어의 종류와 구별 방법뿐 아니라 장어의 생태와 일생 등 백과사전적 지식도 풍부하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장어와 장어 요리에 대한 정보도 많다.

그는 대학에서 자동차를 전공했지만 식당을 운영하고 나서는 시간을 쪼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외식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20여년째 몇몇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가 강의를 할 때 늘 강조하는 3가지는 첫째 ‘겸손해야 한다’, 둘째 ‘공부를 하라’, 셋째 ‘서비스 정신’이다. 그는 “요즘 누구나 식당을 창업하지만 창업 이후 생존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식당을 하려면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공부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과 주먹구구식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한다. “식당의 여러 요소 중 맛은 기본이고, 입지 역시 중요한데 입지를 극복하는 것이 서비스”라는 지론도 편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은 장어 못지않은 백미다. 이 책에는 ‘1평의 기적’이라는 일본 도쿄의 양갱·모나카 전문 가게 등 ‘서비스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가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현재 그의 첫 번째 꿈은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하나 받아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돈을 받지 않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다. “저는 말 그대로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대구 수성구 들안길번영회장을 맡았던 그는 들안길축제 때 길이 1020m의 김밥 말기를 성공시켜 국내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전국 3대 식당 밀집지역인 수성구 들안길이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배경이라는 점을 스토리텔링해 명품거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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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수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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