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신한금융그룹이 충격에 빠졌다. 검찰이 그룹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혐의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0월 8일 조 회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은행장을 지내는 동안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특혜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한 조용병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끝이 났다. 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의 직책과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에 비추어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조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신한금융그룹은 회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조 회장의 구속 여부와 별개로 그룹 전반의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신한은행의 채용비리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 산하 다른 계열사들의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를 맡고 있는 서울 동부지검의 태도가 여느 때와 다르다. 수개월간 수사를 진행하다가 별안간 그룹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은행 채용비리 외에도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의 채용비리 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수많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신한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외부청탁을 받은 지원자와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를 각각 ‘특이자 명단’ ‘부서장 명단’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형마다 명단에 있는 지원자 점수를 수시로 고위 임원에게 보고하고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 신한금융지주 전직 최고경영자나 고위관료가 채용을 청탁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외에도 검찰은 신한은행이 애초 목표했던 남녀 채용 비율이 75%, 25%에 이르지 않자 면접점수를 임의 조작해 남성 합격인원을 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건도 차질?

채용비리 수사 외에도 조 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추진 중이던 전략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인수 건을 승인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9월 신한금융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4850만주)를 2조2989억원(1주당 약 4만7400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신한금융이 인수합병(M&A)한 사례 중 LG카드(6조7000억원), 조흥은행(3조3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6월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31조5375억원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한금융의 총자산(현재 453조3000억원)은 484조8195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자산 규모 1위인 KB금융그룹(463조3000억원)보다 덩치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이 앞으로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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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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