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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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우리 농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할 때입니다.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니까요.”

지난 10월 8일 경기도 여주시 흥천면 흥천농협 조합장실에서 권오승 흥천농협조합장을 만났다. 그는 2014년부터 4년째 여주 흥천농협의 조합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 10월 기준 흥천농협조합 조합원 수는 1288명. 약 5200명인 전체 흥천면 인구 중 20% 선이다. 흥천면 대부분의 가구에서 가구당 한두 명이 농협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설명이다.

권 조합장이 이끄는 흥천농협이 4년간 싸우고 있는 문제가 있다. 전국 어느 곳이나 농촌이라면 겪는 고령화 문제다. 흥천농협에 따르면 흥천농협 조합원 중 65~70%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권 조합장은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농촌 지역은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조합원이 있어야 농협도 있는 건데 젊은 사람의 유입은 없고 지금 계신 조합원분들도 고령화로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했다. 여주의 경우 상수원보호구역인 남한강에 걸쳐 있기 때문에 공장이나 축사가 들어설 수 있는 구역이 제한적이라 젊은 인구의 유입이 더욱 적다고 한다.

흥천농협은 고령화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농가의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권 조합장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는 농기계수리센터와 농자재백화점 건립이다. 농가에서 주로 쓰는 경운기와 트랙터는 험한 농사일에 동원되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 이런 농기구를 수리하기 위한 일반 농기계수리센터는 현재도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수리비가 너무 비싸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것이 권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는 “농민들이 저렴한 수리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농협이 자금을 지원하는 농기계수리센터를 내년쯤 건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농자재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농자재백화점’도 건립한다는 것이 권 조합장의 구상이다.

독거노인 건강 체크

2단계는 대도시에 사는 농가 자녀들과 연계해 독거노인들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사업이다. 농협 직원들은 물건을 배달하고 농산물을 수매하는 특성상 농가 방문이 잦다. 흥천면의 경우도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많은데, 자녀들과 연계해 혼자 사는 노인 조합원이 잘 지내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자녀들이 안심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흥천농협은 올해 지자체와 협력해 새로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사는 농가 세 군데를 시범 가구로 삼아 농가의 동의하에 집 출입문, 냉장고 문, 옷장 문에 센서를 부착하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지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냉장고와 옷장 문이 열리고 닫히는지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조합원이 제대로 식사를 하는지, 외출은 하는지를 파악한다. 권 조합장은 “일단 냉장고 문이 여닫히지 않으면 음식을 드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으로 올해 세 군데 농가에 적용했는데 도시에 사는 자녀분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권 조합장은 “일단 1단계가 잘되는 게 중요한데 농기계수리센터와 농자재백화점 건립은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며 우선 “2단계를 전체 농가에 확대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가구에 스마트폰과 연계된 센서를 부착하는 사업과 함께 권 조합장이 최근 추진하는 사업은 드론을 이용한 농약 살포다.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살포하기 전에는 무인헬기를 이용해 뿌렸다는 것이 권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도 드론을 구입하려 했는데 드론 가격이 심하게는 8000만원씩 해서 부담스러웠다”며 “지금은 드론의 가격대가 어느 정도 낮아지고 사용도 보편화돼 실행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드론을 이용하면 농약 살포가 편리하고 작업 속도도 빨라 농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는 것이 권 조합장의 설명이다. 농민이 직접 논밭에 나와 살포 지역을 알려줘야 하는 무인헬기와 달리, 드론은 GPS로 미리 좌표를 입력해놓으면 알아서 날아가 살포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농약만 뿌리지만 조만간 비료 살포에도 드론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조합장을 만났던 날은 태풍 ‘콩레이’가 남부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그에게 태풍 피해가 없는지를 물었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 지역에는 태풍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며 “여기는 태풍 온 지 오래됐다”고 답하는 그의 표정이 밝았다.

바로 옆의 경기도 이천과 함께 여주는 예로부터 쌀로 유명한 고장이다. “지리적으로 물도 좋지만 토질도 상당히 좋아요. 산이 둘러싸고 있는 구릉지역이라 연교차가 상당히 나는 데다 태풍도 잘 안 옵니다. 이번에도 두 번 왔지만 두 번 다 그냥 조용히 지나갔어요.” 여주에는 각 면마다 1개씩 총 8개 농협이 있다. 지역 내 8개 농협이 공동출자한 여주공동사업법인이 품종개발과 판로개척을 담당한다. 쌀 수매는 각 지역별 농협이 맡는다.

흥천농협 조합원들이 재배하는 쌀 품종은 크게 4가지다.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 우리 품종인 추청과 진상이다. 이 중 진상은 여주농협이 최근 개발해 새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품종이다.

“사실 수랏상에는 이천보다도 저희 여주가 먼저 쌀을 올렸습니다. 흥천면 바로 옆에 있는 이포나루를 통해서 쌀을 실어다 한양에 날랐거든요. 조선시대부터 여주 쌀은 최고의 쌀로 인정받아왔습니다.” 권 조합장은 “여주 쌀은 품질이 좋은데 이천에 비해 홍보가 늦었다”며 “밥맛은 대한민국 최고로 뛰어난 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흥천농협이 미는 브랜드는 세종대왕표 여주쌀이다. 조선 4대 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을 모신 영릉이 여주시 능서면에 있다. 지난 10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글날과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아 이곳을 참배하기도 했다. 권 조합장은 “여주는 지질조건과 기후가 좋아 농산물의 품질이 뛰어나다”며 “쌀 외에 가지, 고구마도 아주 맛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 흥천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농협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농촌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갈 길이 멀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가 하나하나 더 많이 조합원들께 돌려줄 방법을 찾겠습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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