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2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30분.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 노사(勞使)가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새해를 불과 1시간30분 앞둔 시점이었다. 전격적으로 타결된 협상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한 시간표에 간신히 들어맞았다. 박 시장은 지난해 7월 “2017년 연내에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의 발표대로 ‘연내’에 타결된 협상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교통공사의 4년 차 이하 공채 정규직 직원들이 시청 앞에서 ‘합리적 차이 없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며 시위에 나섰다. 그러자 무기계약직들이 ‘하위직급 신설을 통한 차별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진통 끝에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올해 3월 완료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이슈가 된 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의 발단이었다.
   
   
   23곳에 2만5000명 근무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해 서울시 산하기관은 23곳이다. 이들 기관의 근무인원을 합하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인원이 가장 많은 교통공사가 1만7000여명, 가장 적은 서울장학재단은 10명이다. 23곳 중 투자기관 5곳이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해 서울시설공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에너지공사 등이다. 교통공사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인 서울시설공단은 2700명 정도가 근무한다. 서울의 지하도상가, 시립장사시설, 월드컵경기장 등을 관리한다.
   
   산하기관 중 출연기관은 15곳이다.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여성가족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장학재단, 평생교육진흥원, 50플러스재단, 디지털재단, 120다산콜재단, 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기술연구원, 서울관광재단 등이다.
   
   산하기관 중 최대 규모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5월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돼 출범했다. 양 공사 통합은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다. 지하철 안전사고와 운행장애가 지속되고 막대한 재정적자에 눌려 안전과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노조 찬반투표 결과 3개 노조 평균 74.4% 찬성으로 가결됐다. 자본금 2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1위 지방공기업이자 지하철 운영기관이다. 하루 평균 수송객 680만명으로 뉴욕의 565만명, 파리의 418만명보다 많다. 운영 역수 277개 역, 총연장 300㎞에 달한다. 일부에서 교통공사를 ‘공룡 공사’로 부르는 이유다.
   
   문제는 ‘공룡’이 막대한 빚을 업고 달린다는 점이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최근 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공사의 적자 규모는 5253억원에 달했다. 만성적자에도 작년 한 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1279억원이나 지급했다. 2016년 성과급 956억원보다 323억원(33%)이나 늘었다.
   
   교통공사는 수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화로 향후 30년간 추가예산이 1조34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30년간 추가예산은 836억원이라고 반박했다. 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의 평균연봉을 2943만원, 정규직 전환 시 평균연봉을 3160만원으로 보고, 연간 추가비용을 1인당 217만원으로 산정해 산출한 액수다. 이를 올해 3월 정규직 전환된 1285명에게 30년간 적용할 경우 836억원이 된다. ‘1조원이 넘는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서울시의 계산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에만 연간 30억원 가까운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무기계약직이 근무하는 서울시 산하기관 11곳의 공통된 숙제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하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 방안은 기관별 노사 협의 사항으로 맡겼다. 교통공사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이 많은 서울시설공단(450명)과 서울의료원, 세종문화회관은 노사 협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 6월 협의를 마쳤으나 실제 전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비리의 진원지로 질타
   
   산하기관들은 매년 국감 때마다 ‘비리’의 진원지로 질타받는다. 지난해는 SH공사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직원들의 정치 성향과 박 시장과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SH공사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사실무근”이라며 “제기된 명단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알려진 직원 중에는 오히려 임원 자리로 승진한 직원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해명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국감 직후 변창흠 당시 SH공사 사장은 경영진 6명과 함께 사퇴했다.
   
   물러난 변 전 사장은 박 시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박 시장이 시장 선거에 나설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자문을 지내기도 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에는 변 전 사장처럼 박 시장의 측근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1년 박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직후에는 선거대책본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들이 기관장 혹은 임원급으로 다수 내려갔다. ‘성추행’ ‘폭언’ 파문이 일었던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도 박 시장의 ‘코드 인사’ 인물로 꼽혔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1월 내정 당시 직무 연관성이 없는 인사로 ‘낙하산 인사’ 지적을 받았다.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 등을 역임했으나 교향악단과 관련된 직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였다.
   
   산하기관 자리가 코드·낙하산·보은 인사 자리로 여겨지면서 시 간부가 산하기관 인사에 간여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수석은 산하 공기업 채용과 관련해 압력을 넣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가 올해 4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2014년 당시 김 전 수석이 박진섭 현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을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전문위원에 채용되도록 사업단 고위 관계자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이었다. 박 사장도 박 시장의 선거를 도운 인물이었기에 당시 의혹이 확산됐다.
   
   서울시 산하기관은 내년 상반기에 한 곳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산하 돌봄서비스 전담기관인 가칭 ‘서울사회서비스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공단’을 서울시가 앞서 시범운영한다. 국공립 사회복지시설 운영, 통합재가센터 신설 및 운영, 민간 사회서비스기관 지원 등을 맡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역대 최대인 35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2019년 예산안에 서울사회서비스원 예산으로 89억원을 배정했다. 기관 인원은 500명가량이 될 전망이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이 정식 출범하면 서울시 산하기관은 24곳이 된다.
ⓒ weekly.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 카카오톡 보내기
메일 보내기 닫기
보내는 사람
보내는 사람 메일
받는 사람 메일
제목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