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앞. 실업급여 설명회를 들으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앞. 실업급여 설명회를 들으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지하 1층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 설명회가 시작하는 오후 2시까지는 30여분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20여명의 인원이 설명회장 앞에 마련된 대기좌석에 앉아 있었다. 쌀쌀한 실내기온만큼이나 이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설명회장 입구를 지키면서 신청서를 받는 센터 관계자는 “오늘은 평소에 비하면 교육을 받으러 온 인원이 훨씬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설명회장은 60여명이 한 번에 들어가 설명회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한 차례씩 실업급여 수령자격 관련 교육이 진행된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금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해 고용과 관련된 복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전국에 100곳이 있고 고용부가 전체를 관할한다.

이날 만난 사람들 중에는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자 자격으로 실업급여를 수령한 이들도 있었다. 고용보험을 든 자영업자 중 3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경우 특정 조건에 한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설명회장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지수씨는 인사동에서 10년간 운영한 나전칠기 가게 문을 지난 3월 28일 닫았다. 그는 이날 마지막 3개월째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설명회장을 찾은 길이었다. 그가 두 달간 받은 금액은 월 80만원 선. 김씨는 “그냥 내가 낸 금액에 조금 더 받는 건데 그동안 센터에 전화한 것, 찾아와서 상담한 것을 생각하면 손해”라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고용보험을 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3년 전 가게를 옆 건물로 옮기면서 새 건물주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을 들어놓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서울강서고용복지플러스센터도 찾아가봤다. 이날 2층에 있는 실업급여수령 설명회장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한모씨는 강서구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실직해 이곳을 찾았다. “요샌 파트타임도 4대보험 해주잖아요. 카페에서 일하기엔 나이가 좀 많은 편인데, 매니저들도 저보다 어린데 어린 친구들이 일을 안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겨 그만뒀어요.” 그는 이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처음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서울, 인천이 인구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실업급여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는 전국 100곳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수령자격이 되는지를 심사한 뒤 지급한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 금액이 급증하면서 실업급여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태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 금액이 급증한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있지만, 7월부터 고용보험 당연 가입자의 범위가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까지 확대되면서 실업급여 수령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업급여 상한액이 높아진 것도 지급 금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실업급여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기간에 지급받는 급여다. 구직급여를 포함한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일반적으로 실업급여라 하면 구직급여를 가리킨다.

실업급여는 자의에 반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생계를 돕기 위한 급여다. 대부분 비자발적 퇴사자에 한해 지급된다. 이직할 때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짧게는 90일에서 길게는 240일 동안 이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지급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길어진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는 5조4574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 지급액은 60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3752억원에 비해 60.4% 급증했다. 올해 10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1615억원(27%) 늘었고 아직 두 달이 남았는데도 역대 최고액이었던 작년 전체 기록 5조224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2월까지 지급되는 실업급여 지급액 전체를 합치면 6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치인 6조5000억원으로 계산해도 약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간 실업급여는 최저임금 인상분과 비슷하게 지급액이 증가해왔다. 2017년의 경우 2016년 603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7.3% 오르면서 실업급여 지급액도 2016년 4조6862억원에서 2017년 5조248억원으로 7.2%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두 배 높은 수준으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왜 최저임금 인상액의 두 배 이상 급증했을까. 우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크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실업급여는 최소 해당 연도 최저임금의 90% 이상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동으로 구직급여 지출 금액도 높아진다. 실업급여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숨은 비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다른 이유로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숫자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1335만5000명으로 작년보다 43만1000명이 늘었다. 올해 10월 기준 실업급여 지급자도 40만1000명으로, 작년보다 8만1000명(25.4%)이 증가했다.

여기에 실업급여 상한액 증가도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상한액은 1일 5만원이었지만 올해 상한액은 1일 6만원으로 올랐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일하던 곳에서 지급받던 평균 임금의 50%로 책정된다.

“까다롭다” “부정수급”

실업급여 심사의 핵심은 수령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을 갖췄는지이다. 퇴직을 하기 전에는 실업급여 관련 정보를 알아볼 수 없다. 실제로 기자가 퇴직을 원하는 사람으로 가장하고 관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설명회장을 방문하자 설명회장 직원은 관할 담당직원에게 신청서를 받아 작성해야 설명회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내를 받아 마주한 관할 직원 역시 “퇴사를 하기 전에는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31세 남성 이용준씨는 2년간 다니던 회사를 지난 6월 그만뒀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다. 회사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실업급여라도 받아보려고 노무사에게 연락해 전화 상담도 받아봤는데 결국 회사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주는 내일채움공제를 받을 때도 회사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실업급여를 달라고 회사 담당자 심기를 건드리면 내일채움공제를 받지 못할까봐 하나는 포기했다”며 “여태 두 번 퇴사했지만 실업급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업급여는 나라 세금으로 받는 것도 아니고 회삿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가 낸 거 받는다는 건데 그걸 왜 회사에서 오케이 해줘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 8월까지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1만6000여건이 적발됐고 액수는 120억원을 넘었다. 수급자격이 없는데도 퇴직사유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재취업을 하고도 이를 숨기는 사례, 또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서류를 꾸며 제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다. “정말 어렵고 힘든 사람은 실업급여 타는 방법도, 검증받는 절차도 몰라서 못 받고, 요령 있는 사람들이 대신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직 의무적용도 추진

까다로운 심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고용보험 적용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월부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쪽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안전망에 들어오는 노동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을 들었다가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주 1~2일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일해야 한다’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면서도 정작 실직할 경우 실업급여는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2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직종사자)를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고용보험제도에 특수직종사자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통과가 유력한 것은 지난 11월 6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현재의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하고, 평균임금의 50%로 지급되는 실업급여 지급액을 60%로 올리며,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특수직종사자를 상대로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될 경우 절반은 특수직종사자가, 나머지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하지만 특수직종사자는 이직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근로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사업주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주선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특수직종사자처럼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는 직군에서 보험료율을 50:50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책임성이 전제되지 않은 보험료 부담은 제도 수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실업급여 지출은 급증하는 추세지만 수입 구조는 변하지 않으면서 기금고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9년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예상되는 실업급여계정 지출액은 9조1905억원이다. 7조7187억원이 지출된 올해보다 19.1% 상승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0년 실업급여계정은 10조원을 넘어선다. 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면서 고용률 감소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계정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 가운데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적립한 기금으로 편성된다. 실업급여계정의 지출 증가를 불러온 핵심 요인 역시 실업급여다. 내년 실업급여 편성액은 올해(6조1571억원)보다

지난 11월 21일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설명회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앉아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21일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설명회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앉아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1조2522억원(20.3%)이나 늘었다.

고용부는 당장 내년부터 고용보험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부의 입법예고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용보험 보험료율은 현행 1.3%에서 1.6%로 오를 예정이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각 임금의 0.65%씩 부담해 기금을 조성하는 현재 상황에서 0.8%씩 부담하는 방안으로 변경된다. 모두에게 보험료를 더 걷어 고용보험 가입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셈이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아직까지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불확실성은 커진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보험이 앞으로 특수직종사자에게까지 확대되는데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서 고용보험금은 더 많이 들어올 전망이지만 나가는 돈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올해 지출액이 당초 예상액을 초과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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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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