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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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투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2018년은 서지현 검사(아래 사진 왼쪽)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시작됐다. 서 검사가 지난 1월 말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터져나온 ‘미투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다.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아래 사진 오른쪽)의 시 ‘괴물’은 문단을 발칵 뒤집었다. 서지현 검사, 최영미 시인이 불을 붙인 ‘미투운동’은 문화예술, 대학, 종교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하반기에는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을 폭로한 ‘스쿨 미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봇물 터지듯 피해자의 증언들이 쏟아진 이후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 미투 가해자 중 처벌받은 사례는 이윤택 전 예술감독 등 일부에 불과하다. 미투 관련 법안은 140건이 쏟아졌지만 국회를 통과한 것은 9건이 전부이다.

서지현 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 조사와 형식적 기소를 지켜보면서 희망이 사라졌다는 그는 “피해자에게 용기를 내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고은 시인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최영미 시인은 “한국 문단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서 “미투는 남녀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과거를 넘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미투’를 외쳐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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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은의 데뷔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주연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29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양쪽에서 손을 맞잡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순간이었다. 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꼽힌 도보다리 산책 장면은 산뜻하게 단장한 하늘색 다리를 배경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단숨에 ‘은둔의 독재자’에서 ‘젊은 지도자’로 탈바꿈시켰다.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1차 미·북 정상회담의 승자도 김정은이었다. 트럼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세계에 각인시키며 국제정치 무대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지난 12월 1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27 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대형그림이 세워졌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또 하나의 빅이벤트로 추진했던 김정은의 답방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어떤 이벤트도 ‘완전한 비핵화’ 신뢰 없이는 빛을 잃게 돼있다.

 ⓒphot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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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TS K팝의 새로운 길을 열다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 효과 연평균 약 79만6000명, 소비재수출액 증가 효과 연평균 1조2400억원, 생산유발액 4조14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4200억원.

현대경제연구원이 BTS의 경제적 효과를 환산한 수치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년간의 인기가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했을 때 2014~2023년 총 10년간 BTS의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액 41조86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4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걸어다니는 대기업인 셈이다.

2018년 대한민국을 빛낸 스타는 BTS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BTS는 지난 12월 14일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2018 MAMA)’ 등에서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앨범상을 포함해 9개의 상을 휩쓸었다. BTS는 이 무대에서 “올 초 너무 힘들어 해체도 고민했다”는 수상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쏟았다. 주간조선은 2510호(2018년 6월 4일자) 커버스토리로 ‘BTS 성공학’을 실었다. 중소기획사의 ‘흙수저 아이돌’이 K팝 성공공식을 새롭게 쓰며 세계를 사로잡기까지, 그들의 성공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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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친 부동산’을 어쩌나

 ⓒ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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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4월 1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7월 6일 종부세 개편, 8월 27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및 투기지역 추가 지정,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 고강도 규제를 담은 9·13 종합대책, 수도권 30만가구 공공택지 추가공급을 담은 9·21대책. 정부가 올해 쏟아낸 부동산 대책들이다. 역대급 규제로 집값 잡겠다고 총력전을 벌였지만 올해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상승률은 평균 8.6%, 서울 지역은 18.11%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곳에서는 1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로또 청약’ 광풍이 불었다. ‘신흥 부촌’ 반포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위 사진)는 실거래가가 한때 3.3㎡당 1억원이 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국토부가 진위 파악에 나서는 소동까지 벌인 결과 실제 거래가는 1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8월 말 전용면적 84㎡가 30억원에 거래된 사실이 확인됐다. 12월 10일 현재 전국 아파트 값 동향은 관망세로 보합 내지 하락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절벽 속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친 집값’이 올려놓은 수치는 서민들에게는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5 자영업자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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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대 91. 자영업자 대 봉급생활자가 향후 경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로 100 미만은 “긍정적이다”보다 “부정적이다”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은은 자영업자가 봉급생활자보다 12포인트 낮게 조사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7월 이후 가장 큰 수치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오히려 자영업자가 더 높았다고 한다.

올해는 자영업자에게는 최악의 해였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상승 부담이 엎치고 덮쳤다. 2017년 개업 대비 폐업 수 87.9%에서 올해는 90%가 넘고 자영업자 대출은 6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0만에 달했다. 문제는 내년 상황은 더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영업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시장에 선택 없이 내몰린 사람들까지 더해져 벼랑 끝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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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 사회 자화상 보여준 암호화폐 광풍

지난해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은 올해도 불었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암호화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투자에 뛰어들면서 암호화폐는 시대를 나타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가즈아’ ‘존버’ 등 수많은 신조어들도 생겼다. 하지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가격이 슬금슬금 하락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가 과연 화폐로서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도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또한 암호화폐거래소가 잇따라 해킹되면서 암호화폐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됐다. 악재들이 겹치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개당 1000만원에 육박했으나 12월 중순 현재 300만원대에서 가격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2월 중순 암호화폐 가격은 연초에 비해 -85%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계좌 실명확인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하락장의 시작을 알리듯 새가 날아가고 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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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라돈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된 라돈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공포는 매트리스에서 시작해 생리대, 온수매트, 베개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되더니 최근에는 ‘라돈 아파트’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아파트 마감재로 쓰인 대리석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건물 벽체를 뜯어내고 재시공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전주, 창원, 세종시에서도 라돈 아파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라돈 사태를 촉발한 대진침대는 최근 매트리스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매트리스 교체와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데 이어 12월 19일에는 “자산이 모두 소진됐다”는 이유로 매트리스 교환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이 라돈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지만 피해자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라돈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관련법 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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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8
황은순 기자 /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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