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2018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photo 뉴시스
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2018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photo 뉴시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경제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층은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근로자가 전체 연령대 중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초과근무 시간이 줄어들어 월급 봉투가 얇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돈 들어갈 곳이 많은’ 50대의 삶이 더욱 팍팍해진다는 의미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연령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언론 등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연령대가 30~40대라고 막연히 추측했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이와 달랐다.

민간 경제연구소 ‘파이터치연구원’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50대(50~59세) 근로자 2만9470명 중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4072명으로, 50대 전체 근로자 중 13.8%를 차지했다. 이는 비교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50대 다음으로 주 52시간 초과근무 근로자가 많은 연령대는 20대(29세 이하)로 20대 전체 근로자의 11.7%를 차지했으며, 40대(40~49세) 10.7%, 30대(30~39세) 9.8%, 60대 이상(60세 이상) 5.6% 순이었다.

50대 초과근무자 13.8%, 2위 20대는 11.7%

주 52시간 근무제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50대 근로자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소득도 연간 수백만원 감소하게 된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50대 근로자들은 주당 상한인 52시간보다 평균 7.6시간씩 더 근무하고 초과 급여를 매달 평균 12만9000원씩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52시간 초과 급여를 연 기준으로 환산하면 664만원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주 52시간을 초과근무한 50대 근로자의 급여가 연평균 664만원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주 52시간을 초과근무하는 50대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을까.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50대 근로자의 업종별 분포를 살펴본 결과, 가장 비중이 높은 업종은 제조업이다. 운수업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50대 근로자가 두 번째로 많은 업종이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특례업종인 보건업에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50대 근로자가 비교적 적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가 50대라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뭘까. 무엇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돈을 지출할 곳은 여전히 많지만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50대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430만3000원으로 비교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40대는 427만9000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30대 이하 336만2000원, 60대 이상 280만원 순이었다.

가계지출 세부 항목별로는 의류, 주거·수도·광열, 보건, 교통, 통신, 기타 상품·서비스 등의 항목에서 50대 근로자가구의 지출이 가장 컸다.

월평균 가계지출 50대가 430만원으로 최다

눈에 띄는 점은 40대와 비교해 50대 1인당 진료비 변화율이 69.7%로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0대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145만92원으로, 40대(87만7800원)보다 65.2% 많았다. 자녀 교육비를 비롯해 의료비 지출도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50대의 가계소득 감소는 ‘투잡(Two Job·겸업)’을 고민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에 뛰어드는 50대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50대는 휴식보다는 추가 소득이 보다 절실한 연령대라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결과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업무시간 부족, 직원 간 소통 약화 등 다양한 영향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로자 연령별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막연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 연령대인 30~40대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실제 통계 자료를 분석해보니 직격탄을 맞은 연령층이 50대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초기에 이로 인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된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돈 쓸 곳이 여전히 많은 50대 근로자들의 소득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50대의 경제적 어려움은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적용할 때에는 이와 같은 요인들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기고
한원석 (재)파이터치연구원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