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주말부부로 지냈는데 아내가 얼마 전 갑자기 내게 이혼을 요구해왔다. 나는 아이도 이제 초등학생이니 이혼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새벽에 찾아와 나를 4시간 동안 폭행하였다. 아내의 폭행은 결혼 초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내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경찰에 신고해 오히려 내가 가해자로 몰린 적도 있었다. 아내는 어린아이에게도 심하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 매우 난폭한 사람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나도 더 이상 살 마음이 없다. 내가 아이를 맡고 이혼하고 싶다.’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 아내 폭행을 이유로 이혼 상담을 의뢰한 30대 남성의 사유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편도 이혼소송 중에 “상습 폭행, 폭언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아내의 폭력에 시달려 이혼을 고민하는 남성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18년 이혼 상담 통계(총 4653건)에 따르면 가정폭력이 여전히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기타사유(6호) 항목을 묶지 않고 단일사유만 고려하면 여성은 ‘남편의 부당대우(폭력)’가 27.8%(912건)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경우도 ‘장기별거’ ‘아내의 가출’에 이어 ‘아내의 부당대우(폭력)’가 13.1%(179건)나 차지했다. 전년도 11.4%(154건) 보다 늘어난 수치다.

남편 홀대·무시에서 폭언·폭행으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부장은 “상담 내용을 보면 과거 아내의 부당대우는 남편에 대한 홀대, 무시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물파손, 폭언, 직접적인 폭행 등 그 정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과거 아내의 폭력이 남편의 폭력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자녀나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특별법 제정으로 국가공권력이 개입, 가정폭력을 범죄로 처벌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정 내의 폭력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에도 황혼이혼 상담이 급증했다. 60대 이상 이혼 상담 건수를 보면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4.1배, 남성은 2.9배가 늘었고 20년 전에 비하면 여성은 8.7배, 남성은 7.9배가 증가했다. 남녀 모두 과거에는 30~40대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남성의 경우 2008년부터 50대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2016년부터 60대가 1순위로 올라서 지난해에는 36.3%에 달했다. 여성은 50대(25.4%)와 60대 이상(23.5%)이 절반을 차지했다. 그중 최고령자는 남성은 90세, 여성은 88세였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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