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농업용 드론 현장 페스티벌’. ⓒphoto 뉴시스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농업용 드론 현장 페스티벌’. ⓒphoto 뉴시스

곧 본격적인 농사철에 돌입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어서 이맘때면 일손을 구하느라고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 없다. 농촌 최고의 든든한 일꾼, 농업용 드론이 투입돼 농민들의 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몇 시간에 걸쳐서 해야 할 일도 드론 한 대면 몇 분 안에 뚝딱 해결할 수 있다. 농사는 농부가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드론 직파재배로 노동력 90% 절감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벼농사 지대에선 모내기를 통한 벼 재배를 하고 있다. 모내기는 볍씨를 못자리에 뿌리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4월 10일쯤이면 못자리를 만들어 육묘에 들어가야 한다. 이 볍씨가 일정기간 생육되어 모가 되면 논에 옮겨 심는다. 모판에서 모를 키우는 기간은 보통 30∼35일이다.

앞으로는 못자리 설치와 모내기 같은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 농업용 드론이 한 번에 이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물을 가둔 논 위를 드론이 날아다니며 직접 볍씨를 뿌려주는, 일명 벼 ‘직파재배’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을 비롯해 많은 연구기관에서 드론을 활용한 벼 직파재배 기술을 연구해 농가 보급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27일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농업용 드론 활용 벼 재배기술’ 시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충남과 전북 지역 등에서는 최근 드론을 활용해 볍씨를 직접 파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드론을 활용한 벼 직파는 5월 20일 이후에 하면 된다. 드론으로 볍씨를 뿌리면 못자리와 모내기를 건너뛰기 때문에 그만큼의 기간을 절약할 수 있다. 파종을 하는 데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드론으로 1㏊(약 3000평) 면적에 볍씨 파종을 하면 20분이면 끝난다. 만일 3300㎡(1000평)의 논에 볍씨를 뿌린다면 볍씨 12㎏ 정도를 실을 수 있는 드론이면 충분하다. 드론을 활용한 직파는 하루 50㏊ 규모의 논에 파종을 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보다 10배나 더 효율적이다. 이 같은 드론의 활약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농촌 지역에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드론에서 직접 논으로 투하하는 볍씨는 발아를 촉진하기 위해 규산으로 코팅한 특수 볍씨다. 코팅 볍씨는 물에 잘 가라앉아 보존성을 높일 뿐 아니라 오리 등의 조류가 볍씨를 먹지 못해 조류 피해도 없다. 또 잡초성 벼 발생도 방지한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다.

드론을 이용한 벼 재배는 여러 측면에서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못자리에서 모를 키워 이앙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노동력은 90.6%, 인건비는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경기도 농업기술원 관계자의 얘기다. 기존 재배방식에서 꼭 필요한 이앙기 가격이 대당 3500만∼4000만원이라면 농업용 드론은 2000만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농약을 뿌리는 일 또한 드론이 맡는다. 보통 1㏊ 면적에 제초제를 살포하는 데 3인 기준 5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드론 1대를 활용하면 15㏊ 벼 병해충 방제 작업시간이 불과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근 경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드론을 활용해 농작물 병해충 방제를 실시한 결과다. 놀라운 드론의 효율성이다.

한편 전남농업기술원은 배추 해충 방제 기준 설정을 위해 농약이 살포되는 높이 및 살포 진행 속도에 따른 농약의 입자수와 배추의 위치별 농약 낙하 입자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면에서 3m 높이에서 10㎞/h의 속도로 살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매뉴얼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용 드론 기술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킨 단계는 아니다. 방제나 방역 같은 일부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규모 벼농사 재배, 제초제 뿌리기, 사료 작물 파종, 수확량 예측 등 다양한 작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드론은 모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특히 21세기 농업에서는 드론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믿기 어렵겠지만, 드론이 상업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가 농업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인구 증가에 있다. UN이 예상하는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약 97억명. 급격한 인구 증가와 달리, 젊은 세대의 농업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이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주역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충 잡아내는 ‘어그리 드론’

그렇다면 첨단기술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세계의 농업 현장에서 드론은 어떻게 활약하고 있을까. 대규모 농업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은 드넓은 구역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드론의 시야를 적극 활용 중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를 장비한 드론은 드넓은 경작지에서 잡초와 작물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양의 제초제만을 사용해 농경지의 잡초를 90%가량 제거한다. 2㎝ 내외 오차범위의 정밀함이 특징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경작지 관리에 군집 드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30분 비행이 가능한 1.5㎏ 무게의 드론 여러 대를 동시에 띄워 ㎝ 단위로 정확한 경작지 지도를 얻는가 하면, 경작지에 필요한 양분과 물의 양까지 파악한다. 이와 같은 기술력을 가진 유럽의 드론 활용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이 가장 큰 목적이다.

농업 분야에 드론을 처음 도입한 나라는 일본이다. 1987년에 등장한 농약 살포용 헬기 R-50이 그것. 이 드론은 개량을 거듭해 지금도 RMAX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이다. 선두주자답게 일본은 현재 가장 많은 드론(2013년 기준 2500대 이상)을 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드론 기술 수준은 유럽과 차원이 다르다. 유럽처럼 경작지 정보 파악은 물론, 벼의 생육 상황을 정확히 알아내 꼭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비료를 스스로 알아서 살포한다. 뿐만 아니라 튼튼한 최적의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도 드론이 결정한다. 그야말로 벼농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농사의 일등 공신이다.

농사의 천적인 해충을 잡아내는 어그리 드론(AGRI DRONE)의 활약 또한 대단하다. 이 드론은 적외선과 열감지 카메라로 해충을 식별한 후 살충제를 필요한 구역에만 투하해 해충을 박멸한다. 야간에는 직접 해충을 모아 없앤다. 해당 지역에만 최소의 살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토양 오염이 적어 친환경 농업이 가능하다.

드론은 정말 못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다양하다. 드론의 넓은 활용 폭은 농업의 내일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고, 곧 세계의 농장은 드론이 키워낸 농작물로 가득할 것이다. 드론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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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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