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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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도지사 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까지 가는 데에 빌미가 됐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이 지사는 자신이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5500억원의 이익을 시민 몫으로 확보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성남시 안팎에선 이 사업에 참여한 주요 주주 사이에서 불분명한 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이 일면서 파장이 다시 이 지사를 향하고 있다. 이 개발사업에 참여한 신생 시행업체는 불과 5000만원을 출자해놓고 매해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 업체의 주요 인사가 이 지사와 얽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내용이 일부 지역 언론에 보도되자, 업체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그 불똥이 정치권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사업의 자금흐름을 접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체 간 자금흐름의 종착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비’로 점철됐던 개발, 다시 민간 손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은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원 92만467㎡(약 27만8000평)를 개발하는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2005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발사업 주체로 결정되면서 공영 개발방식을 취했지만, 정치권의 압박으로 개발방식이 민영으로 바뀌었다. 당시 민간 시행사들은 개발방식 전환을 위해 성남시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했는데, 관련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된 대표적 인사가 신영수 전 새누리당 의원(성남시 수성구)의 친동생이다. 신 전 의원이 2014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가 대장동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후 사업을 다시 공영 개발로 전환했다. 다만 이 지사는 공공에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시 안팎에선 이를 공공 개발 시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봤다. 성남시의회의 한 다선 의원은 “시가 자본이 부족해 민간 기업을 끌어들인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민간 사업시행자 공모가 진행됐는데 여기에 다수의 금융사들이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보통 이런 사업의 경우 출자자들이 설립된 SPC의 지분을 나눠 갖고 개발을 진행한다. 이 사업에선 ‘성남의뜰’이란 컨소시엄이 시행사로 선정돼 2015년 7월 SPC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 SPC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SPC와 달리 우선주와 보통주를 나눠서 주주 구성을 했다. ‘성남의뜰’ 감사보고서 등에 나와 있는 주주 명부를 보면 우선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53.77%)와 하나은행(15.05%), KB국민은행(8.6%), 기업은행(8.6%) 등 금융사들이 나눠 가졌다. 보통주의 주주는 부동산개발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14.28%)와 SK증권(85.72%)이었다.

직원 16명으로 1700억 순이익

여기서 눈에 띄는 곳은 화천대유라는 업체다. 이 회사는 2015년 2월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민간 사업자 공모를 냈던 시기에 설립됐다. 감사보고서상 출자금은 4999만5000원. 2015년 3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화천대유는 자회사 ‘천화동인 1~7호’를 6월에 일제히 설립했다. 이들 자회사는 투자자 성격으로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이 ‘성남의뜰’ 측 설명이다. 화천대유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는 천화동인 1호만 존속하고 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실적도 없는 업체가 주주로 참여한 점이 의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화천대유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라고 의심받을 만한 개발 행위를 취했다. 화천대유는 개발지구 내 일부 용지(공동주택용지 A11·A12, 연립주택용지 B1 등 5개 블록)를 시행사 격으로 ‘직접 취득’했는데, 여타 용지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 시행사들에 배분된 것과는 대비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일부 용지는 시행자나 출자자가 직접 사용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화천대유는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과 해당 용지에 대한 시공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천대유 매출액은 2017년 18억원에서 2020년 6970억6368만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7년 16억3789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다 2019년 흑자전환 후 2020년 1479억7683만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017년 226억1122만원 적자를 보이다 2019년 흑자전환 후 2020년 1733억9471만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화천대유 직원 수는 16명이다. 실적으로만 보면 화천대유는 동종업계(아웃소싱·기타)에서도 독보적이다. 업계 2위인 고려대학교산학협력단과 3위인 포스코휴먼스 직원 수가 모두 400명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적은 직원 수로 단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린 셈이다.

화천대유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성남의뜰’ 주주 배당금이 관련돼 있다. 화천대유는 2019년과 2020년에만 ‘성남의뜰’ 배당금으로 각각 270억원, 639억원을 수령했다. 모두 909억원이다. 50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을 출자한 회사가 수천 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가져간 셈이다.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는 2019년과 2020년 매출액은 전무했지만 당기순이익은 각각 446억6613만원, 401억5348만원을 기록했다.

화천대유의 실적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과 자산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해 매달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는 중이다. 계약 당월과 이후 6개월간은 총 25억3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42개월 동안은 매달 1억6500만원, 이후부터는 2588만원을 수수료로 지급받는다는 것이 이 계약의 주된 내용이다. 계약 기간은 수수료 총합이 90억원이 되는 시점에 종료된다.

화천대유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성남의뜰’ 전체 실적은 수직낙하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1조187억원에서 2020년 5082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18억원에서 726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 또한 3825억원에서 766억원으로 급감했다. ‘성남의뜰’ 주주 중 가장 높은 수익 성장률을 보이는 건 화천대유뿐이다. 앞서의 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은 공공으로 환원하기로 했지만, 성남의뜰 구성원 간 이익금 정산이 어떻게 되는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재 화천대유 연결감사보고서상 자회사로 남아 있는 것은 천화동인 1호뿐이다. 이곳 직원수는 5명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천화동인 1호와 ‘성남의뜰’ 지분 관계에도 있다. ‘성남의뜰’ 감사보고서엔 천화동인 1호는 거론되지 않은 채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지분 14.28%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만 나와 있다. 하지만 천화동인 1호 감사보고서엔 천화동인이 ‘성남의뜰’ 지분 29.9%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두 보고서 중 하나는 해당 사실을 누락했거나 허위사실을 적었다는 의미다.

최대주주에 장기대여한 473억원, 어디로?

특이점은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성남의뜰의 각사 임원 및 최대주주 간 관계다. 세 회사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내선 전화번호도 모두 같다. 화천대유의 대표 및 사내이사는 A씨가 맡고 있고, 화천대유 지분을 100% 소유한 최대주주는 B씨다. B씨는 경제 전문 인터넷 언론사 부국장 자격으로 올 3월까지 칼럼을 썼다. 자회사인 천화동인 1~7호 설립 초기 이들 회사 대표 및 사내이사는 A씨와 C씨가 돌아가며 겸직했다. C씨는 B씨와 친형제다. 성남의뜰 대표이사는 D씨인데 이들 4명 모두 성균관대학교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A씨와 D씨의 경우 법조계에서 각각 부동산 전문 변호사, 채권추심 전문 변호사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일종의 스크럼을 짜서 들어온 거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2019년 5월 경기도 용인시 골프장 태광CC 홈페이지엔 A씨와 B씨를 포함해 3명이 홀인원을 기념하는 사진이 업로드됐다 삭제되기도 했다. 이날 A씨 B씨와 함께 라운딩한 사람은 법조계 인사로 이재명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과거 ‘혜경궁 김씨’ 사건을 담당하는 등 이 지사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당초 골프장 게시물엔 이들 3명의 이름이 그대로 거론됐다.

화천대유와 자회사, 성남의뜰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가장 미심쩍은 대목은 화천대유 법인이 최대주주인 B씨 개인에게 473억원을 장기대여한 점이다. 이에 대해 김경율 회계사는 이런 지적을 했다. “이 대여금이 결국 어디로 흘러 누가 쓰느냐가 문제다. 특정 개인이 왜 400억원이 필요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법인의 실질 오너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통상적인 법원 판결문에서도 이런 자금흐름은 항시 중요 쟁점으로 떠오른다.” 그는 또 “화천대유의 경우 자금흐름을 상당히 꼬아놨는데 전형적인 터널링, 일감 몰아주기라 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할 일을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 맡기고 그 이익을 몰아준 정황은 법조인들도 공감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성남시 공모 요건 통상적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성남의뜰 측은 시 요구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성남의뜰 관계자는 “화천대유가 우리 컨소시엄에 들어왔던 건 나름의 역할이 있어서였다. 다들 재무적투자자(FI) 성격의 금융사였다. 부동산 관련 업자나 감정평가사 등 사업을 관리할 주체가 필요했다. 이에 관련 전문가를 채용해 만든 법인이 화천대유였다. 당시 3개 컨소시엄이 공모에 참여했고 평점표 결과에 따라 우리 컨소시엄이 시행사로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시 성남시 공모가 여느 공모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시 측이 공모 당시 AMC(자산관리·업무위탁사)를 컨소시엄에 넣어 참여하라 했던 점은 특이했다. 통상적으로 AMC는 컨소시엄 구성 후 따로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과 계약을 맺는데 이와는 달랐다. 이 경우 AMC도 특수목적법인(지금의 ‘성남의뜰’)을 설립하는 데에 출자하면서 일정 지분을 갖게 된다. 성남의뜰 주주이면서 자산관리위탁 관계까지 맺는 이중 구조가 되는 거다. 그 AMC 격으로 넣었던 게 화천대유다.”

화천대유가 일부 용지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것과 관련해선 “공모 당시부터 해당 용지는 경쟁입찰이 아니라 직접 개발한다고 제안했었고, 컨소시엄 내에서 화천대유를 제외하곤 모두 금융사이다 보니 화천대유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대유의 최대주주인 B씨가 437억원을 대여받은 것과 관련해선 “주주분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월 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선 “제조업처럼 생산설비를 갖춘 게 아니다 보니 각 사 출자금이 적게 들었다. 출자자를 보통주·우선주 주주로 나눈 건 공모 요건에 따른 것”이라며 “(일련의 의혹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대표는 바빠서 만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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