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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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건국회가 출간한 ‘건국사’.
대한민국건국회가 출간한 ‘건국사’.

지난 10월 8일 기자가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건국회 주관 ‘대한민국 건국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을 때, 권영해 대한민국건국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걱정들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았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KBS 이사장)가 단상에 올라 “오늘날 청소년들이 좌편향 교과서로 교육받게 한 죄인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6·25전쟁에 비유하자면 지금 대한민국 근현대사 교육이 낙동강 전선에 몰려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편찬한 건국사 관련 단행본은 그런 점에서 새로 만들 근현대사 교과서에 충분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와 다시 만난 권영해 회장은 “국정 또는 검정은 형식에 불과할 뿐,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육사 15기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역임한 권영해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대한민국건국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건국회는 8·15 광복 이후 반탁반공(反託反共) 투쟁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운동에 앞장선 8개 청년단체가 정부 수립 후 통합 단일화해 결성한 300만명의 대한청년단이 그 모태라고 한다.

건국회가 최근 발간한 ‘대한민국 건국사’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 ‘중국·만주·국내에서의 독립운동’ ‘대한민국 건국’ ‘건국의 완성은 통일’ ‘부록: 북한정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성립’ 등으로 건국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다.

- 근·현대사를 기술할 때 가장 역점을 두신 부분은. “자의적·타의적으로 덧칠한 이념적·사상적 물감을 벗겨버리고 역사적 진실, 즉 팩트만을 들여다볼 수 있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게다가 원로 석학들의 감수까지 거쳤습니다. 학술서적이 아니라 많은 중·고교 학생들이 널리 읽을 수 있도록 내용도 200쪽 이내로 가급적 간결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 어느 분들이 집필에 참여하셨나요.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역사학), 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군사학), 윤종호 전 국방대 교수(정치학), 이민수 서울과기대 교수(철학박사), 유순애 배재대 교수(이학박사) 등이 집필하셨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김수한·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여러 분들이 자문해 주셨습니다.”

- 좌파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 건국사’를 우파들의 근·현대사라고 비난할 것 같습니다만. “비난하는 것은 그네들의 자유지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출범한 대한민국건국회가 굳이 좌파들의 말도 안 되는 시각을 대한민국 건국사 부분에 넣을 필요는 없지요. 그렇지만 독립과 해방 공간에서 좌우의 건국 노력에 대해서는 중립적 시각에서 모두 넣었습니다.”

-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인가요. “우선 군과 경찰, 그리고 안보단체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배포할 겁니다. 그리고 전국 도서관에도 보급하려고 합니다. 교육부가 만드는 국정교과서가 2017년 이후에 학생들 책상에 놓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이 그 중간 과정을 메우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지금의 소위 ‘역사 교과서 파동’은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이 출간되면서 본격화했다.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서술분석’(비봉출판사)에서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가 북한 역사서와의 유사성,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 이승만 대통령 폄훼(貶毁), 반미 성향과 친북 성향의 증대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기술했다고 결론지었다.

권영해 회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부정적 서술은 대한민국을 건설한 세력에 대한 조직적 폄훼로 연결된다”면서 “폄훼의 핵심적 대상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라고 했다. 권 회장의 말이다.

“좌파들은 1946년 6월 3일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이승만 박사가 남한만이라도 단독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발언(이승만의 정읍 연설)을 앞세워 남북한 통일정부가 수립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이승만 박사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북한에 독자정권을 수립한다는 소련의 결정(1945년 9월)은 남한만이라도 임시정부를 조직하자는 이승만 박사의 정읍 연설보다 훨씬 앞선 것임이 캐스린 웨더스비(Kathryn Weathersby)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에 의해 규명됐잖아요?”

-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관련 기술을 왜곡하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육부가 그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애초에 전략적으로 ‘국정’을 들고나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현재의 역사 교과서는 많은 부분이 잘못 기술돼 있어 부득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며 치고 나갔어야 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은 국정·검정이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 일부 문제 있는 교과서는 검정제도를 제대로 활용해 더 섬세하게 고쳐 나가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1개 교과서로 가르친다는 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다면서요. “2008년 교육부가 검인정 과정에서 문제가 된 교과서 55곳을 수정하라는 명령을 출판사에 내렸는데, 해당 출판사들이 수정을 했습니까. 오히려 필자들이 소송으로 대응해 아직까지도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그동안 전국 2300여개 고교의 청소년들이 북한 핵실험 사실을 모르고, 유관순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왜곡된 교과서로 배우고 있는 겁니다.”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교조와 종북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학부형입니다. 학부형은 국민의 다른 이름입니다. 학부형들이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 선생들에게 못 맡기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정부는 학부형 가운데 종북 성향의 이념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리해 내야 하고, 학생들이 전교조 교사들의 여론 몰이나 시위에 동원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권 회장은 “대한민국의 광복과 건국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이 두 가지 염원은 한반도가 통일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며 “도쿠가와 막부의 패권을 확립한 세키가하라 전투처럼,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룬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우리 자녀 세대에 미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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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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