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의 핵심전력인 육군 현무-2 미사일 발사 장면.
‘킬체인’의 핵심전력인 육군 현무-2 미사일 발사 장면.

지난해 10월 19일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된 육군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은 ‘5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새로운 육군 군사력 건설 개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5대 게임 체인저는 군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등 안보환경 변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5대 핵심전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현재 육군은 2022년까지 12만여명의 병력 감축과 함께 제1·3야전군사령부를 통합해야 하고, 2개 군단·7개 사단 해체와 2000여개 대대를 개편해야 하는 등 단기간에 큰 폭의 군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김 총장은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병 복무기간 단축,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 등도 육군의 적정 전력과 전투준비태세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라고 평가했다.

5대 게임 체인저는 전략, 작전, 전술적 수준 등 3개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전략적 수준으로는 △전천후·초정밀·고위력의 미사일 전력 △적의 중심부(평양 등)를 단기간 내 석권할 수 있는 고도의 정보·기동성과 치명적 화력을 보유한 전략기동군단 △적 지휘부에 대한 제거(참수)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임무여단 개편을 비롯한 특수전 전력 강화 등이 있다. 작전적 수준으로는 △드론과 로봇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드론봇 전투단이 포함됐다. 가장 낮은 전술적 수준에서는 △개인 차원에서 전투원의 전투수행 능력을 대폭 강화해주는 ‘워리어 플랫폼’이 선정됐다. 이 같은 5대 게임 체인저는 대규모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북 핵·미사일 위협 등 유례없는 도전을 맞은 육군의 절박한 고육지책이자 생존전략, 그리고 발전전략이 망라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① 전천후·초정밀·고위력 미사일 전력

육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전천후·초정밀·고위력 미사일의 주력은 탄도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은 최대속도가 음속 이하여서 북한 목표물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최대 30여분)이 많이 걸리지만, 탄도미사일은 5~15분 이내에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전천후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공군 전투기들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출격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비가 오는 날은 매년 평균 103일에 달한다.

미사일 중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이 맡는다. 최대 사거리는 160여㎞이지만 정확도는 3m 이내로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표적에서 불과 1.3m 떨어진 곳에 명중하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1발당 9억원으로, 100여발이면 북한 장사정포들이 숨어 있는 갱도진지 50여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미사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비장의 무기는 탄두중량 2t이 넘는 ‘고위력 괴물’ 미사일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탄두중량 제한이 없어져 2t이 넘는 탄두 장착이 가능해져 개발 중이다. 군 당국은 지하 28m를 관통해 폭발하는 GBU-28 ‘벙커버스터’ 폭탄보다 지하시설 파괴능력이 더 뛰어난 미사일을 만들 계획이다. 이 미사일이 개발되면 지하 50~100m 이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의 이른바 ‘김정은 벙커’도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② 전략기동군단 역량 구비

전략기동군단은 공세적 종심기동작전으로 유사시 평양 등 주요 지역을 단시간 내 석권해 전쟁 조기종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대다. 이는 유사시 최단 시간 내에 최소 희생으로 적 핵심지역(평양)을 석권해 승리하겠다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전략기동군단은 수개 기계화사단과 1개 공정사단으로 구성된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군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공정사단이다. 유사시 대규모 수송기나 헬기로 평양 등지에 신속히 투입되는 부대다. 미국의 101공수사단과 비슷한 부대다.

신속한 적진 투입을 위해 경량화된 박격포, 경장갑차, 현궁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다.

③ 특수임무여단 개편 등 특수전 전력 강화

특임(특수임무)여단은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전력으로 유사시 적 전쟁지도부 제거와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12월 1일 창설될 때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부대다.

특임여단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려면 가볍지만 강력한 화력을 갖고 성능이 뛰어난 무기로 무장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북한에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육군은 특임여단이 미 델타포스나 네이비실 같은 세계 정상급 특수부대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의 CH-47 치누크 헬기는 야간·악천후 침투능력이 없어 3~4년 뒤 이런 능력을 갖추도록 개량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앞서 신형 공지통신무전기, 동력 패러슈트, 무인기, 최신형 소총과 전투장구류 등의 신무기를 도입해 특임여단에 지급할 계획이다.

④ 드론봇 전투단 창설

드론봇 전투단은 병력 감축 태풍을 맞은 육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드론봇(Dronebot)은 드론(Drone)과 로봇(Robot)의 합성어다. 드론과 로봇이 주축이 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말한다.

중대부터 군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대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소형 무인기와 민간 상용 드론 등을 활용해 핵심 표적에 대한 정찰능력과 타격수단을 연동하는 등 드론 전투단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보수집 및 감시정찰을 하는 정찰드론중대, 북 이동식미사일 발사대, 장사정포 등을 타격하는 공격드론중대, 작전지역을 정찰하거나 폭발물·지뢰 제거 등을 맡는 로봇중대 등으로 구성된다. 육군은 드론전투단 창설을 위해 올해부터 드론특기병(운용병)도 처음으로 뽑는다.

⑤ 워리어 플랫폼 첨단화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전사의 플랫폼’이라는 개념 아래 모든 전투 장비와 장구류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전투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투피복, 전투장구류, 무기체계 등으로 구성된다.

전투피복은 신체 부위별로 차별화된 스마트 섬유소재를 적용하고,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위장무늬 등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구성한 스마트 전투복 개발이 추진된다. 육군은 오는 2025년쯤까지 차기 소총과 개량형 개인화기 조준경, 신형 방탄헬멧, 정보처리기, 생체환경센서, 영상전시기 등을 갖춘 워리어 플랫폼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육군의 야심찬 5대 게임 체인저는 막대한 예산 확보, 국방부·합참 등 상급기관의 동의와 지원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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