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3일 치러질 전국 17개 광역시도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보수진영이 ‘고토’를 회복할지 여부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3곳의 교육감 자리를 진보진영에서 석권한 반면 보수 후보는 대구·경북·울산 등 단 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당시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중도성향으로 분류됐다.

당시 진보진영이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자체 교육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보수표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서울교육감 선거의 경우 조희연 후보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등 진보성향 후보들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은 반면 고승덕·문용린·이상면 등 보수 후보들은 단일화를 거부한 채 각자 출마를 강행했다. 그 결과 조희연 후보는 과반 득표에 한참 모자라는 39%의 지지를 받아 서울교육감에 당선됐다. 고승덕·문용린 후보의 당시 득표율을 합치면 54%가 넘었다. 만약 보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면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탄식이 보수진영에서 나왔다. 이에 앞서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진보성향 교육감 당선자는 6명에 불과했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은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이다. 지난 1월 보수성향의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범중도우파 좋은 교육감 후보’를 선정해 공개했다. 범사련은 경기교육감 후보로 임해규 전 의원을, 대구는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경남은 김선유 전 진주교대 총장을, 울산은 박흥수 전 울산교육청 교육국장을, 세종은 최태호 중부대 교수를 각각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서경석 목사가 주도하는 ‘좋은 교육감 추대 국민운동본부’(교추본)와 정규재TV의 정규재 대표 등이 만든 ‘이런 교육감 선출본부’ 등이 범사련과 별도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인천의 경우 지역 내에서 자체 단일화가 추진되는 등 보수진영 후보단일화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수 일각에서는 “보수 후보 단일화 단체의 단일화가 먼저”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올해 교육감 선거 또한 진보성향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수가 내세운 수월성 교육보다 진보 후보들의 형평성 교육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수월성 교육은,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립형사립고 확대, 대입 자율화 등의 정책을 말한다. 이와 달리 형평성 교육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학생부 강화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수월성 교육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양성과 교육 자율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형평성 교육은 교육의 형평성과 공공성 강화를 표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수 학부모의 지지를 받는 데 유리하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교육감 선거도 보수 색채를 강조할 경우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부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재직했던 한 선거컨설팅 전문가는 이와 관련 “교육감 선거의 경우 비공표 여론조사를 해보면 진보성향의 후보가 40%, 중도성향의 후보가 40%, 보수성향의 후보가 20%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교육 정책의 만족도가 낮게 나오고 있는 점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1년 만에 치러지는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라는 점도 보수성향 교육감 후보들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교육감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밀려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감 권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교육감 입지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그래서인지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도 난립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중립성을 고려해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념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교육감 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서울·경기·인천·경남 등 격전지 4곳의 출마자와 판세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가나다순)
(왼쪽부터)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가나다순)

서울시교육감

진보 후보들 조희연 벽 넘을 수 있나

보수선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도 거론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현역인 조희연 교육감이 인지도에서 앞서가는 모양새다. 성공회대 교수 출신인 조 교육감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이다. 지난 4년 동안 서울시 교육정책을 다루며 정치적 역량도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말 서울시청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작은 패션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서영교·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도 다수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전문위원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수도권의 경우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한데 익숙하고 중량감 있는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보진영은 ‘서울 촛불 교육감 추진위원회’가 나서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로는 해직 교사 출신의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조영달 서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조 교육감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맞서는 보수진영에서는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교육감) 출마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공공을 위한 역할에 대해 항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지낸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전화통화에서 “외람되지만 제가 (보수진영) 단일화 적격자라고 생각한다”며 “교육감은 정치적 명망보다 교육계에서의 경험이 중요하고 특히 초·중등교육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제가 조희연 교육감보다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 신현철 전 부산 부성고 교장, 최명복 한반도 평화네트워크 이사장 등이 보수진영 후보로 거론된다.

민선 교육감 체제에서 서울시는 주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2008년 보수성향의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된 적이 있으나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1년3개월 만에 물러났다.

(왼쪽부터) 도성훈 동암중 교장 / 박융수 인천시 부교육감 /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 임병구 인천예술고 교사 (후보는 가나다순)
(왼쪽부터) 도성훈 동암중 교장 / 박융수 인천시 부교육감 /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 임병구 인천예술고 교사 (후보는 가나다순)

인천시교육감

보수 단일후보 추대 파행… 4월 9일 재추대

박융수, 이기우 여론조사 업고 출마?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보수진영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진보성향의 전임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되면서 보수진영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시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는 보수진영은 한때 고승의 덕신장학재단 이사장을 교육감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가 파행을 겪었다. 지난 2월 27일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인천교육감 통합위원회’가 인천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후보를 보수 단일후보로 발표했지만 이에 반발한 집행부가 협의 없이 보수 단일후보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일부 관계자를 제명하는 등 진통을 겪은 것이다. 인천교육감 통합위원회는 오는 4월 9일 보수진영 단일후보를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촛불 교육감 추진위원회’는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도성훈 동암중학교 교장과 임병구 인천예술고 교사의 단일화를 추진 중이다. 두 사람이 참여하는 단일화 경선 결과는 3월 11일 결정된다.

현재까지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아온 박융수 인천시 부교육감도 출마를 선언했다. 박 부교육감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공동 1위로 나오는 등 인천 시민과 학부모의 부름과 명령을 확인하고 6·13 교육감 선거에 출마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성을 거부하고 중도를 선언한 박 부교육감은 양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이 총장은 경인방송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융수 부교육감과 함께 후보적합도 1위에 올랐다. 9급 공무원 출신으로, 교육부 차관까지 올랐던 이 총장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교육감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송주명 한신대 교수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임해규 경기교육포럼 대표 /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 (후보는 가나다순)
(왼쪽부터) 송주명 한신대 교수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임해규 경기교육포럼 대표 /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 (후보는 가나다순)

경기도교육감

진보 내분 봉합 단일화 성사 땐 승산

이재정 단일화 불참 땐 3파전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판세가 뚜렷하지 않은 그야말로 격전지다. 보수진영은 단일화가 상대적으로 빨랐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임해규 경기교육포럼 대표가 단일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임 대표는 중앙정치 경험이 있고 경기도청 산하 경기연구원장을 지내며 지역을 다졌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기교육감 선거의 최대 변수는 진보진영에 있다. 진보진영이 내분을 봉합하고 단일화를 성사시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정 현 경기교육감은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출마가 유력하다. 조정수 경기교육감 비서실장은 전화통화에서 “이 교육감은 아직까지 거취를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재선 도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일화 여부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이 진보진영 후보들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현직 프리미엄과 높은 인지도를 감안할 때 결국 진보진영이 자신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교육감은 “현직 교육감이 단일화에 나설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진보진영 후보자들은 “이 교육감도 단일화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4년 선거 당시 진보진영이 단일화를 통해 승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후보 간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교육감이 단일화에 불참할 경우 진보진영에서 복수 후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년 전 이 교육감을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추천한 전교조가 현재는 이 교육감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지난해 11월 특별결의문을 통해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더 이상 진보 교육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외 노조인 전교조는 경기교육청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뒤 새 협약 체결을 거부해온 것을 줄곧 비판해왔다. 이 교육감이 다른 진보진영 후보들에 비해 고령(1944년생)이라는 점도 후보교체론의 명분 중 하나다.

현재 진보진영 단일후보는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와 송주명 한신대 교수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승리한 후보가 궁극적으로 현직인 이재정 교육감과 단일화를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도 구희현 416교육연구소 이사장, 배종수 서울교대 명예교수,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 등이 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송주명 교수의 경우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등 교수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재정 교육감 측이 단일화에 동의할 경우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 민교협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송주명 교수를 지지하는 것이 민교협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주명 교수는 초·중·고교 학습 현장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진영 단일후보와 이재정 교육감, 그리고 보수진영 임해규 후보 간 3파전 양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보수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김선유 전 진주교대 총장 /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후보는 가나다순)
(왼쪽부터) 김선유 전 진주교대 총장 /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후보는 가나다순)

경남도교육감

지난 선거 때 보수표 당선자 넘어서

박성호·김선유 “여러 차례 만나 대화”

경남도교육감 선거는 3파전 양상이다. 진보성향의 현직 박종훈 경남교육감에 도전장을 낸 보수성향 후보로는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과 김선유 전 진주교대 총장이 있다. 전교조 출신인 박종훈 교육감은 이변이 없는 한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진보성향 후보자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박성호·김선유 전 총장은 단일화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3월 6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박성호 전 총장은 2007년 창원대 총장을 지내며 취업률을 전국 2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그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중앙정치도 경험했다.

2010년 경남교육감을 지낸 고영진씨와 2007년 경남교육감을 지낸 권정호씨 등이 박 전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고 전 교육감은 보수성향, 권 전 교육감은 중도성향으로 분류된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창원이 고향인 점도 박 전 총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김선유 전 총장은 고향이 진주다. 그는 교총 등 교육 공급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교육계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인사지만 대중성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난 2014년 경남교육감 선거 당시 출판기념회까지 마친 상태에서 후보직을 사퇴한 적도 있다.

경남의 경우 중도·보수 후보가 갈라서지 않는다면 진보성향의 현직 교육감과 팽팽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2014년 선거에서는 고영진 후보와 권정호 후보가 모두 완주하면서 진보 후보인 박종훈 교육감이 승리했다. 고 후보와 권 후보는 각각 30% 초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39%를 득표한 박 교육감을 훨씬 넘어선다.

보수진영의 박성호·김선유 후보가 3월 말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킬지 여부가 지역 교육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박 총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이미 두 분이 여러 번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서 “보수 단일후보가 현역 박종훈 교육감과 1 대 1 구도로 가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