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자유한국당에서 진행된 제7회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면접에서 경상북도 도지사 예비후보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박명재, 이철우, 남유진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3월 14일 자유한국당에서 진행된 제7회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면접에서 경상북도 도지사 예비후보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박명재, 이철우, 남유진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홍정욱 전 의원에서부터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울시장 선거 출마 요청을 뿌리쳤다. 자유한국당 간판으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의 텃밭인 경북도지사 경선에는 후보들이 넘쳐난다. 현재 김광림(3선·안동시), 이철우(3선·김천시), 박명재(재선·포항시남구울릉군) 의원 등 3명의 현역 국회의원과 3선 단체장 출신인 남유진 전 구미시장까지 나섰다. 당초에는 김영석 영천시장과 얼마 전 퇴임한 김장주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김성조 한국체대 총장까지 가세했으나 이들이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겨우 4파전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경북도지사 경선이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당에 대한 경북도의 지지율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아직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당과 여타 야당 예비후보들의 면면도 한국당 경선후보들의 인지도나 지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당으로서도 다른 지역은 몰라도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 당선만큼은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은 모두 내주고 ‘TK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또 “텃밭에만 후보가 몰리는 것을 보니 웰빙정당이 틀림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은 전문 분야가 전혀 다른 4명의 후보가 각기 다른 지역적 지지기반을 갖고 군웅할거(群雄割據)식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북 안동이 지역구인 김광림 의원은 책임당원 40%가 넘는 안동·영주·의성 등 경북 북부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포항이 지역구인 박명재 의원은 도내 인구의 40%에 이르는 ‘동남권’ 대표주자를 내세우고 있다. 또 이철우 의원은 김천을 기반으로, 남유진 전 시장은 구미를 중심으로 한 경북 중서부권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이른바 ‘4분지계’의 지역구도 대결 양상이다. 이들 4명의 후보가 막판까지 사퇴하지 않고 선의의 대결을 벌인다면 자신의 지역기반에서 지지세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론몰이에 나섰던 예비후보들은 오는 4월 5일로 진성당원 경선투표가 임박해지자 지지당원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 명의 후보들은 경력상으로 봐도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김광림 의원은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대한민국 대표 경제·예산 전문가’라는 점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박명재 의원은 ‘내무행정관료 출신으로 장관까지 역임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철우 의원은 ‘옛 안기부인 국정원 출신으로 정보위 간사와 정보위원장까지 지낸 안보통’이라는 점과 경북 부지사 경력을 내세운다. 남유진 전 시장 역시 과거 내무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행정통이다. 그동안의 예비경선 과정에서는 서로 여론몰이에만 집중하느라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선 중반 이철우 의원이 선제적으로 의원직 사퇴카드를 꺼내들면서 출마 배수진을 치기도 했으나 홍준표 대표로부터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탈당하라”는 말을 듣자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당협위원장직만 사퇴했다.

현재 네 명의 후보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경선에서는 정치인 출신이 다소 유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연임을 하고 물러나는 현 김관용 지사가 구미시장을 지낸 후 도지사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다소 ‘식상한’ 자치단체장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유권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따라서 남유진 전 시장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정치인 출신 다른 후보들에 약간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남 전 시장 측은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지만 최근 출구전략 차원에서 특정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소문까지 나와 경선구도를 뒤흔드는 막판변수로 등장했다. 남 전 시장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과 지지기반이 겹친다고 생각하는 김광림 의원 지지선언을 하고 사퇴할지 모른다는 것이 소문의 요체다. 남 전 시장 측에서는 이와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남 전 시장이 다음 총선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퇴장’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김광림 의원으로서는 후보단일화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선 입지가 크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

과열·네거티브 경선전

경북도 내 40%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동남권 대표주자인 박명재 의원은 다른 지역에 비해 표의 결집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26일 한국당 복당을 신청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박 의원 지지를 선언한 것이 지역표 결집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의 행보 역시 차기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일고 있다.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네거티브도 판을 치고 있다. 상대방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제기된 고소·고발도 경선캠프마다 수십 건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네거티브는 경선 막바지에 이를 경우 더욱 극에 달할 전망이다.

민심과 당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경선의 막판 변수다.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전원에 대한 모바일 투표가 각각 50%씩 반영되는 경선 방식은 민심과 당심이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연초 여론조사에서는 이철우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광림 의원이 책임당원 비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 북부권에서 당심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초박빙 승부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 않다. 또 모바일 투표의 특성상 과거와 같은 ‘위원장 오더’가 먹혀들 수 있는 구도가 더 이상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 전체 분위기는 정보기관 출신인 이철우 의원보다는 김광림 의원에게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 특활비 등을 꼬투리로 지속적인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진행할 경우 정보기관 출신의 경북지사가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편 박명재 의원 측에서는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면 여론조사에서도 40% 이상의 인구밀집도를 보이는 동남권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역대 선거에서 동남권 표의 결집도가 다소 약했다는 점이 변수다. 경북 지역의 한 중견 정치인은 “한국당 경선에서 승리하면 본선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번 경선에서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권광순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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