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플랫폼경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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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시민단체인 ‘플랫폼경남’ 소속 운영진들이 잇따라 공공기관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이 조직이 탄생한 배경과 구성원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 정권 실세이자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로 뛰고 있는 김경수 전 의원이 작년 11월 이 단체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고 현직 청와대 행정관들도 개소식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에서 구설과 논란이 일고 있다.

플랫폼경남은 지역 내 범민주·범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한 비영리단체라는 게 이 단체 관계자들의 설명. 온라인 회원수는 1000여명인데 이 중에는 회비를 내는 200여명의 유료회원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 공개한 플랫폼경남의 활동계획서를 보면 2018년 1~6월 사이에 ‘지방선거 대비 정책 연구회’ ‘각 시·군 출마자 정책전략 협조’ 등을 추진한다는 정치적 활동 계획도 담겨 있다. 실제로 플랫폼경남은 지난 1월 30일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의 이해와 경남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지난 2월 27일에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초청해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플랫폼경남 김봉철 현 대표는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체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초 이 단체를 조직할 때 김경수 의원 사조직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각종 활동 내역과 비용 등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왔다. 플랫폼경남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고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로, 반대가 아닌 대안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시민사회와 정당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속해 있는 건 맞다.” 김봉철 대표는 지역에서 기획사를 운영해온 인물로, 경남지역 민주당 인사들에게 ‘큰형’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 주요 운영진이 공공기관 감사나 이사로 속속 임명되면서 플랫폼경남을 일개 신생 시민단체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플랫폼경남의 사무처장을 맡은 오세주씨는 지난 3월 12일 한국시설안전공단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노사모 출신의 오 이사는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두영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시설안전이라는 공단의 특성에 비춰볼 때 이사직을 맡을 만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이사는 공공기관 임원을 맡은 뒤에도 플랫폼경남의 사무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오 이사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비상임이사직을 공단이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낙하산 인사 의혹에 대한 그의 해명은 이랬다. “누가 나를 공단에 소개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공단에서 먼저 연락이 와 이력서를 제출했다. 플랫폼경남은 제가 공단에 오고 나서 신경을 쓰지 못해 (임원진을) 새로 구축하라고 얘기를 해놨다.”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에 참석하고 직무수당 등의 명목으로 월평균 200만~3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자리를 노리는 인사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오 이사 말처럼 공단이 먼저 이사직을 제안해온 것이 맞다면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 야당 인사들이 “누군가 그를 낙하산으로 지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 배경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오 이사는 공단 비상임 이사가 된 후에도 민주당에 유리한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온라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측은 이에 대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처럼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은 아니지만 공기업 임원의 경우 부정청탁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해야 한다. 또 시설안전공단 임직원 윤리 및 행동강령에는 부당한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이사는 온라인 활동에 대한 주간조선의 해명 요구에 대해서는 “트위터 안 한 지 오래됐다. (야당이 내 트위터 아이디라고 주장하는) ******1은 내 아이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플랫폼경남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명제씨도 지난 3월 12일 한국시설안전공단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조 이사는 경남지역에서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해온 인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무빙보트 이사 등을 지냈다. 그와 함께 공단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오 이사가 플랫폼경남에 발길이 뜸해진 것과 달리 조 이사는 지금도 이 조직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 역시 전화통화에서 낙하산 의혹을 부인했다. “제가 사회단체 일만 주로 해왔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 주변 분들이 이런저런 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시고 나도 사회안전장치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던 터에 시설안전공단 이사 채용 공고가 인터넷에 떠서 지원했다.”

공단서 먼저 이력서 요구한 이상한 채용

조 이사는 김경수 후보가 지난해 플랫폼경남 개소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참석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 “지역에 관심 있는 여러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남 김해였고, 플랫폼경남 사무실은 창원에 있었기 때문에 지역구 행사도 아닌데 김 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대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경남 운영위원장을 맡은 박재혁씨도 지난 3월 21일 주택관리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경남 마산지역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박 감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2010년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절 시민단체 자문기구인 민주도정협의회 간사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산하 단디정책연구소장을 지낸 바 있다. 박 감사는 상임감사 임명 이후 플랫폼경남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감사 측 역시 낙하산 의혹에 대해 “절차에 따라 임명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경남의 운영진은 아니지만 플랫폼 경남 개소식에서 케이크 커팅을 했던 김경수 의원 후원회장 출신 허정도씨도 지난 3월 1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에 임명됐다. 2016년 초 김경수 의원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낸 적 있는 그는 YMCA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낸 시민단체 출신으로, 경남도민일보 대표와 경남교육정책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가 플랫폼경남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플랫폼경남 운영진 3명과 김경수 의원 후원회장 관련 낙하산 의혹을 사고 있는 LH공사, 주택관리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은 모두 경남 진주시에 있는 공공기관들이다. 김경수 후보의 고향은 경남 고성이지만 진주 동명고를 졸업한 바 있다. 이들이 이사와 감사에 지원한 시점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3월에 임명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야당과 경남 지역 정가에서는 플랫폼경남에 대해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 같지만 출범 당시에는 실세 정치인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선거조직을 미리 만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주요 인사들이 수입이 보장되는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한자리에 모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남 유일의 혁신도시인 진주에 입주해 있는 공기업들에는 이들 4명 이외에도 여러 명의 낙하산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주시에는 한국남동발전, 한국세라믹기술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이 있는데 특히 이들 기관의 감사와 비상임이사직은 민주당 인사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진주시 소재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는 대부분 친정부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런 인사의 배경에 누가 있는지 국회 상임위를 통해 밝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6시30분경 창원시 의창구 아카데미빌딩에서 열린 플랫폼경남 개소식은 여권 인사들로 북적이면서 열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날 김경수 당시 의원은 민주당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로 오해를 살 만큼 수위가 높은 축사를 했다고 한다. 이날 김 의원은 축사에서 “대통령을 바꾸었으니까 경남에서 지방정부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결의를 잘하면 내년에 확실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주셨던 분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지난 대선 경선과정부터 노력하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신 분들이 이제는 경남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 모인 것 같다”고도 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이고, ‘김경수 경남지사 출마설’이 정치권에서 회자되던 시점이었다. 이런 김 의원의 축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야당 일각에서는 “플랫폼경남은 김경수 후보와 가까운 사적 조직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 직원들도 참석했다. 오후 6시30분에 열린 개소식에 백두현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박남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이 모습을 보였다. 김경수 후보와 초등학교 동창인 백 행정관은 지난 2월 말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민주당 고성군수 후보로 나선 상태. 마산중앙고를 나온 박 행정관은 청와대에 재직 중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재직했던 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 직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치색이 짙은 행사에 가지 않는데, 플랫폼경남 행사의 경우 김경수 의원이 실세다 보니 별 문제없이 넘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비롯해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공민배 전 창원시장,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김오영 전 경남도의회 의장, 김성훈·류경완 경남도의원, 한은정·송순호 창원시의원 등 6·13 지방선거 출마 준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100여명의 일반회원도 참석했지만 이날 개소식은 주요 참석자들의 면면 때문인지 김경수 당시 의원을 중심으로 경남지역 내 여권 인사들의 향후 정치적 움직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김경수 후보 측 “플랫폼경남에 물어봐라”

현재 플랫폼경남은 조직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봉철 플랫폼경남 대표는 “대선 끝나고 지역 인사 여럿이 모여 ‘함께 활동해보자’고 하니까 처음에는 이름과 직책을 달고 싶어 참여했으나 (최근) 조금 소원해졌다. 남은 사람들은 원래 추구했던 목적대로 재미난 모임으로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에 대한 악의적 보도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와 플랫폼경남과의 관계, 그리고 지역 낙하산 인사 의혹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플랫폼경남에서 우리를 지지할지 여부는 그쪽에 물어봐야 할 사항인 것 같다. 지역 일부 인사들이 공기업 임원으로 간 건 그들 개개인을 평가하면 될 문제고, (낙하산 인사는) 모든 정부 때마다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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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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