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 ⓒphoto 뉴시스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 ⓒphoto 뉴시스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육사 39기·중장)이 최근 육사총동창회와 갈등을 빚었다. 현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듯한 그의 행보에 대해 일부 육사 동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육사총동창회는 김완태 교장의 행보와 관련된 소문이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얼마 전 자체 감사단을 서울 공릉동 육사 교정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육사 동문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각각 작년 12월과 올해 2월 육사를 찾아 ‘독립군 역사 계승’과 관련된 강연을 한 것부터 문제를 삼았다. 그동안 육사는 독립군 역사를 육사가 계승하자는 주장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2011년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100주년 기념식을 육사에서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한 적도 있었다. 육사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요 연혁에도 1946년 5월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육사의 모체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사가 직접 여당 의원들을 초청해 ‘독립군 역사 계승’ 공론화에 나서자 반발이 인 것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독립군 계승 논란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은 김완태 학교장의 행보를 둘러싼 ‘소문’들이었다. 서울 공릉동 육사 교정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념비를 철거했다는 소문부터 독립군 전시실을 만들면서 백선엽 장군 기념관을 없애버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급기야 지난 5월 초 육사총동창회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감사단을 육사로 파견했다. 이에 대해 김병관 육사총동창회장(육사 28기·육군 대장예편)은 전화통화에서 “직접 감사단을 보내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고 사실인 내용도 있었다”면서 “다만 보는 관점이나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육사총동창회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념비를 철거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또 백선엽 장군 기념관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장소를 이동한 것이라고 한다. 육군사관학교 고동흔 정훈공보실장은 전화통화에서 “독립군 전시실을 새롭게 만들면서 중앙에 있던 백선엽 장군의 기념관 위치가 변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군 최초로 대장에 오른 백선엽(97) 장군은 6·25전쟁 휴전을 전후해 두 번이나 육군 참모총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아직도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김완태 교장을 둘러싼 소문 중에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지난 3월 육사 졸업식 연출을 맡은 탁현민 행정관이 육사를 방문했을 때 김 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에스코트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병관 육사총동창회장은 “과거 육사 교장들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교장이 행정관을 직접 에스코트한 부분은 논란이 될 수는 있다”면서 “다만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하기 전에 사전점검을 위해 방문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육사총동창회원들 사이에서 김 교장의 행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완태 교장은 지난해 9월 군 인사에서 신임 육사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육사교장 임명 전 군수참모부장과 수도군단장을 역임했다. 육군사관학교 고동흔 정훈공보실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보는 관점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 있겠지만, 일단 총동창회 측이 직접 육사를 방문해 조사하면서 오해를 충분히 풀었다”면서 “더 이상 왜곡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육사총동창회도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회원들과 공유하며 김완태 교장을 더 이상 문제 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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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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