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대진 검찰국장, 이성윤 반부패부장, 조남관 과학수사부장.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윤대진 검찰국장, 이성윤 반부패부장, 조남관 과학수사부장. ⓒphoto 뉴시스

지난 6월 19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승진 또는 영전한 3명의 지검장급 인사들이 검찰의 새로운 ‘간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내 가장 ‘힘 센’ 검사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손꼽는 이들이 많았다면 이번 인사는 ‘포스트 윤석열’의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 지검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기관을 상대로 강도 높은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위상을 넘보는 검찰 내 실세(實勢)”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 윤 지검장은 유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민간인 사찰 및 국고(國庫) 유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유지를 윤 지검장에게 계속 맡기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검찰 내 신(新)3인방으로 부상한 이들은 모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특히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에서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윤대진(54·25기) 검사는 인선 자체가 파격이었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에 관여하는 검찰국장은 주로 고참 검사장이 가는 자리였다. 윤 국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로 재직하다 지검장으로 승진하는 것과 동시에 검찰 내 최고 요직에 기용됐다. 특히 법무부 검찰국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출세의 이정표로 여겨졌다.

윤 국장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당시 민정수석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윤 국장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뒤로는 주로 특수사건을 맡아 명성을 쌓았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에 파견근무를 한 바 있고 2006년에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특수통 검사로 성장한 그도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있던 윤 국장은 광주지검 형사 2부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당시 윤 국장은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송별회 자리에서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크게 취했다고 한다. 그는 가까운 지인에게 “검사가 되고 나서 1, 2, 3순위 지망에도 없는 자리로 인사 발령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윤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서울로 올라오지 못하고 서산시청장과 부산지검 2차장 검사로 있었다.

윤 국장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장 시절 효성그룹 배임·횡령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다. 당시 지검장 승진에서 누락돼 옷을 벗은 우병우 변호사가 효성 측 변호를 맡았다. 몇 달 뒤 우 변호사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가 민정수석으로 승진,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윤 국장이 지방을 전전한 배경에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윤 국장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해경 수사를 담당했는데,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광주지검의 경찰 서버 압수수색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윤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로 영전했다. 평소 호형호제하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춰 적폐수사를 주도했다.

이번 인사에서 지검장급으로 승진한 조남관(53·24기)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은 당초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를 두고 윤대진 국장과 경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장은 윤 국장보다 사법연구원 1기수 선배지만 서울대 법대를 같이 다녔다.

조 부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그의 청와대 파견이 확정됐을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얼마 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장은 2017년 7월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하던 중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팀장도 맡아 국정원의 과거를 조사하기도 했다. 국정원 태스크포스에서 조 부장과 호흡을 맞춘 상사가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으로 재직했던 현 신현수(60·16기) 국정원 기조실장이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조 부장은 검찰 내부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조 부장은 술을 좋아하고 패기가 있다. 직원들은 그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린다”면서 “대학 다닐 때 운동권에 있었던 인연으로 현 정부에서도 중용됐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임명된 이성윤(56·23기) 전 대검 형사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영전했다. 대검 반부패부는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의 요직으로 통한다. 검찰총장의 ‘오른팔’로도 불리는 반부패부장을 인선하는 과정에 문무일 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부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한 인사에서 지검장급인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 부장 또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 부장에 대해 “수사에 있어서만큼 인정사정 보지 않는 독한 성격의 검사”라고 평가했다. 이 부장은 2008년 광주지검 특수부장 재직 당시 민원인에게 둔기로 얼굴을 폭행당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와 얼굴 부위를 8바늘이나 꿰맸다.

현직 검사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고 대학 시절 운동권에 몸담은 공통점도 있다. 이들 3인방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를 잘하는 돈키호테”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력이 장악한 검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했던 검찰 4인방 중 나머지 한 명은 김영문(53·24기) 현 관세청장이다. 2005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었다. 그는 2015년 검찰을 떠났다가 현 정부 들어 차관급인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전직 부장검사가 관세청장에 임명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 검찰 4인방 중 윤대진, 조남관, 김영문 세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문들이다. 모두 83학번들로 조국 수석(82학번)의 한 해 후배다. 이성윤 부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문이다.

이들 4인방이 현 정부에서 요직을 꿰찬 반면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검찰 인사들은 줄줄이 검찰을 떠나고 있다.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혀온 권정훈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6월 인사 발표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권 차장은 법무부 과장을 3번이나 맡았고 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거치며 동기(24기) 중 가장 잘나갔던 검사였다. 그러나 우병우 민정수석 당시 민정비서관을 지냈다는 이유 등으로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원 수원지검 형사2부장도 최근 검찰을 떠났다. 검찰 내 대표적 공안통으로 불렸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시절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을 맡았던 인사다.

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직·간접 인연을 가진 인사들이 승진가도를 달리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긍정과 우려의 시각이 동시에 나온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2기 노무현 정부를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자신과 인연을 맺은 일부 검사만 챙기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과거 검찰이 권력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검찰이 권력에 의해 장악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키워드

#뉴스 인 뉴스
김대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