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입니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입니다.”(민병삼 100기무부대장)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대한민국의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하겠습니까?”(송영무 국방장관)

지난 7월 24일 기무사 계엄 문건 등과 관련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송영무 국방장관과 민병삼 기무부대장(육군 대령) 사이에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 앞에서 국방장관과 현역 대령 사이에 사상 초유의 공개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국방위에선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사이에도 진실 공방이 벌어져 일파만파 파문이 일고 있다. 송 장관은 ‘거짓말’ 논란에, 기무사는 ‘하극상’ 시비에 휘말려 있다.

송 장관을 둘러싼 거짓말 쟁점은 3가지다. 우선 지난 7월 9일 송 장관이 주재한 국방부 고위간부 간담회 때 송 장관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해 한 발언 내용에 대해서다.

기무사가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이주영·황영철 의원 등에게 제출한 회의록에 따르면 송 장관은 “위수령(계엄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것이 없다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장관은 이어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회의록에 적혀 있었다. 이는 송 장관이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국방위 등에서 정면으로 부인해온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앞서 7월 24일 국방위에서 민 기무부대장은 기무사 제출 회의록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했었다. 송 장관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이번 문건을 위중하게 보고 있는 청와대 인식 등과는 달리 초기에 사건을 비교적 안이하게 보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며 기무사 회의록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7월 9일 간담회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간담회 이틀 뒤 한 방송에 송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보도 직후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강력 대응을 위해 국방부는 간담회 참석 고위간부 11명을 대상으로 해당 보도 내용이 오보이며 송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다가 민 기무부대장이 서명을 거부하자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 거짓말 논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기무사 계엄 문건을 처음으로 보고했을 때의 보고시간에 대한 것이다. 송 장관은 바쁜 후속 일정 때문에 5분가량 짧게 보고받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사령관은 20분가량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히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이 사령관은 오전 10시38분 장관실에 들어와 대기하며 보좌관실 실무자들과 인사했다. 송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국방과학연구소(ADD)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5분 전에 국방부 중회의실에 도착했다. 송 장관 측은 “이 사령관 도착 및 대기시간, 장관이 떠난 시간을 감안하면 보고시간은 5분을 넘길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사령관 측은 “대기 없이 바로 장관실에 들어가 문건의 위중함을 인식하게끔 20분가량 보고한 것이 확실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기무사 계엄 문건을 제출받은 경위에 대한 것이다. 지난 7월 초 이 의원이 기무사 문건을 입수해 폭로하자 일각에선 송 장관이 이 문건을 은밀히 이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국방부는 “이 의원이 여러 차례 문건 제출을 요청해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정식으로 문건을 제출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그런데 지난 7월 25일 기무사가 국회에 제출한 7월 9일 간담회 회의록에선 송 장관이 국방부가 아닌 기무사가 이 의원에게 제출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록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3월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된) 수방사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주었는지 모르겠음’이라고 했다.

누가 거짓말하나

송 장관은 또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데, 용인할 수 없음.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함’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돼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국방부가 제출한 문건을 자신들이 한 것처럼 송 장관이 언급한 데 대해 기무사 측에서 격분하고 송 장관에게 반기를 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입장이다. 7월 9일 간담회가 열렸을 시점엔 국방부가 이 의원에게 제출했다는 내용이 이미 널리 알려진 때인데 송 장관이 뭐하러 그런 언급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국방부 측은 민 대령이 뭔가를 혼동해 잘못 기록했거나 기록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튼 기무사 계엄 문건 공개 이후 해체 수준의 개혁 압박에 직면한 기무사는 ‘조직보호’를 위한 사생결단의 자세이고, 국방부는 여기서 밀리면 ‘기무개혁’은 끝이라는 각오로 일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군 주변에선 양측 공방의 진실은 국방부 특별수사단(특수단) 조사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송 장관이 초기에 사안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지난 3월 기무사 문건 보고를 받고도 3개월 이상 뭉갠 경위에 대해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장을 우려,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군 일각에선 설사 송 장관에게 다소의 과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하극상 수준의 기무사 공개 반발은 군 위계질서와 기본 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군내 관심은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송 장관이 유임될 것인지, 유임된다면 리더십이 상당한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송 장관이 어떻게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군을 이끌어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면서도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무사 문건 보고경위 논란에 대한 잘못을 따져 취할 조처에 (송 장관 등) 경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책임을 따져보고 판단을 하실 것”이라며 경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송 장관이 경질될 경우 새 장관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현 정부 역점사업 중의 하나인 국방개혁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 장관이 유임될 경우에도 리더십 회복 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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