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보면 대통령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군인 출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장군 출신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요즘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래 집단’들을 가까이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대통령 주변의 주요 인사들로 켈리 실장을 비롯해 존 볼턴 NSC 보좌관, 래리 커드로 국가경제회의 의장, 루디 줄리아니 외부 법률자문을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다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1946년생인 트럼프와 또래이다. 이미 성공할 대로 성공한 후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란 점에서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취임 초 어수선한 백악관에 ‘군기반장’으로 스카우트됐던 켈리는 한동안 대통령 주변에 질서를 잡는 역할을 했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가 반드시 자신을 통하게 한다든지,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을 통제한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백악관을 시끄럽게 만드는 참모들도 정리했다.

하지만 최근엔 켈리 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설이 돌아 곧 그만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트럼프 참모 중 누군가 백악관을 떠난다는 소문이 들리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실제로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모양이다. 켈리 실장은 2020년까지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한다. 켈리 실장이 스타일을 바꾼 덕이다.

켈리 실장은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쳐보려던 노력은 하지 않고 그보다는 아랫사람들을 통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비서실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시장 출신으로 그 자신 대통령에 도전했던 루디 줄리아니는 2016년 대선 때 일찌감치 트럼프의 편에 섰던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줄리아니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매일 아침 뉴욕타임스를 읽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에 실린 내용과 딱 반대로 일을 했다. 그랬더니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더라”며, 민주당 성향 언론들을 비꼬았다. 요즘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는 트럼프의 모습 그대로였다. 줄리아니는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고 싶어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를 가까이서 돕고 있다. 마음이 맞는 사이인 것이다.

북한과 이란 문제 등에서 강경파 중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가 한창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열중할 때 백악관에 입성했다. 북핵 문제가 당장이라도 풀릴 듯 기대가 최대치로 치솟은 상황에서 볼턴은 어정쩡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평소 신념은 접고 트럼프의 뜻을 따랐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6월 트럼프 취임 후 1년 반 동안 백악관의 주요 보직 75%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트럼프는 참모의 거의 대부분을 바꾸다시피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백악관을 만들어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 백악관이 트럼프가 가장 트럼프답게 일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팀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예측불허 스타일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뜻이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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