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 7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와 질의응답을 하면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 7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와 질의응답을 하면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총리는 현재 직접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지 않고 강연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의 외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 10월 말쯤이면 결단을 내리고 본격 정치 행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범보수 후보군 1위를 기록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상치 않은 행보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20일 한국당 의원 6명과 오찬을 가졌다. 유기준·윤상현·김진태·박대출·정용기·윤상직 등 한국당 의원 6명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참석했다. 황 전 총리가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고맙다며 식사를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론이 흘러나왔다. 한 의원이 “당과 나라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 것이다. 황 전 총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황 전 총리는 ‘결심이 서면 상처 입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도전하겠지만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며 “전반적으로는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황 전 총리는 유보적 입장으로 즉답을 피했지만 워낙 신중한 성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며 “여건에 따라서 훗날 대선 도전도 생각하고 있을 텐데 당권 도전이 그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겠냐”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앞서 지난 9월 7일에는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자신의 책 ‘황교안의 답—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것이다. 황 전 총리는 작년 정권 교체 이후 일부 교회에서 강연을 한 것을 제외하곤 공개 활동을 자제해왔다. 황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책을 쓴 것이지 특별히 정치와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주변에선 정치 행보 본격화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도 황 전 총리는 당권 도전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일관했다. “청년들을 챙기는 일에 나도 힘을 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일 뿐”이라며 “지금도 청년들을 챙기고 있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챙기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해선 다소 쓴소리를 했다. “걱정하는 분이 많아서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노동·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과 총리로 있었던 박근혜 정부를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재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며 “노동개혁·교육개혁은 지금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황 전 총리는 “노동개혁·교육개혁은 정부가 할 일도 있고 비정부 부문에서 할 일도 있다”며 “정부 외에도 할 일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같이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범보수 대선주자 지지율 1위

이런 상황에서 한 여론조사회사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범보수 후보군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월 27〜28일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0월 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범보수 후보 중 황 전 총리가 13.9%로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13.5%)를 근소하게 앞섰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9.5%),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7.0%), 오세훈 전 서울시장(5.3%), 원희룡 제주지사(4.9%)가 그 뒤를 이었다. 무당층을 포함한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가 28.5%로 더 격차를 벌렸으며, 유 전 대표(10.7%)와 안 전 의원(10.6%)이 2, 3위를 기록했다. 범진보 후보 가운데 이낙연 총리가 14.6%로 선두를 기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11.7%), 김경수 경남도지사(9.5%), 정의당 심상정 의원(8.2%),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8.0%), 이재명 경기도지사(7.4%) 순이었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주장하고 있는 보수대통합론에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전 총리는 조선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중도와 보수의 역량 있는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냐”며 “나라가 어려우니까 회복을 시키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으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로 영입된 것에 대해서도 “능력 있는 분들이 힘을 합치는 건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황 전 총리 본인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말씀드린 그대로”라고 했다.

당 지도부도 입당 추진

한국당 지도부도 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를 포함해 향후 대선주자로 성장할 만한 분들을 10월 말이나 11월 초쯤 당으로 모실 것”이라며 “황 전 총리는 우선 입당이 가장 큰 과제이고 이미 우리 당 소속인 분들은 중앙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황 전 총장의 입당 관련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아직 직접 만날 단계는 아니지만 황 전 총리 지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은 수차례 해왔고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받았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김 위원장과 제가 직접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의원들의 면담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호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여러 계파의 의원들이 황 전 총리를 만나고 싶어해서 만찬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며 “황 전 총리는 당 안팎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데 거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의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 내에서는 기대가 크다. 일단 법무장관과 총리,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거치면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 안보를 중심으로 보수적 가치를 강조해왔던 이력이 이탈했던 보수층 결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몰락한 지난 정부의 총리였다는 점 때문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사정의 칼날을 황 전 총리에게 들이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법조인이자 관료 출신인 황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황 전 총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수 진영이 지금 가장 희망을 걸 수 있는 대선주자인 건 맞는다”면서도 “앞으로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워낙 많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만약 황 전 총리가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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