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김성원 조직부총장,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용태 사무총장, 김병준 비대위원장, 전원책 변호사, 강성주 전 MBC 보도국장, 이진곤 전 국민일보 논설고문.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김성원 조직부총장,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용태 사무총장, 김병준 비대위원장, 전원책 변호사, 강성주 전 MBC 보도국장, 이진곤 전 국민일보 논설고문.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5개월째를 맞아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내년 2월쯤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놓고 각 계파가 물밑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가운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전대 시점을 놓고 충돌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협위원장 하위 20% 물갈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는 현역 의원 실명을 거론하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컷오프 기준은 하위 20%”

한국당 비대위는 최근 당협위원장 당무감사 결과에 대한 ‘컷오프’ 기준을 하위 20% 수준으로 정했다. 비대위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경제·안보 등 국정 각 분야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여(對與) 투쟁력 수위를 의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잡았다. 당과 의원 간 지지율 비교, 중앙언론 노출 빈도, 대여 투쟁 관련 SNS·인터넷 활동 등을 기준으로 ‘현역 물갈이’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 신분으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협위원장직을 맡지 못하게 된다면 2020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컷오프 하한선 20%는 사고 당협위원회 17곳을 제외한 전국 236곳 당협위원회 가운데 47곳에 해당한다.

당연히 현역 의원들도 기준에 미달되면 당협위원장직에서 탈락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현역의원 20~30명이 한꺼번에 ‘물갈이’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홍준표 전 대표 시절에는 당무감사를 통해 30%에 해당하는 62명을 교체했고 현역 의원 4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이 박탈됐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이 현 정부의 각종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높이 평가하겠다는 뜻”이라며 “하위 20% ‘컷오프’는 민주당이 늘 해오던 기준이라 우리로서도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이며 당무감사 과정에서 ‘물갈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비박계가 친박계를 대거 몰아내려는 의도” “대구·경북 지역의 다선 의원들이 집중적인 타깃이 될 것”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폭주하는 현 정권과 싸우는데 계파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여권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면 자신의 당내 정치적 입지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비대위는 12월 중순까지는 당무감사를 끝내고 ‘물갈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친박계

친박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지난 11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미래’ 세미나를 열고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 사퇴 이후 60일 이내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돼 있는데 그 시간이 경과된 지 오래됐다”며 “지금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비대위가 지금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고 당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새 지도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당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우택 의원도 “현재 비대위가 가동 중이지만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모든 걸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당협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다음 당대표가 오면 다시 흔들지 않겠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모두 현 비대위가 중심이 된 ‘물갈이’ 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선 지난 10월 31일 홍문종 의원은 당 비대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 뱉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탄핵에 대한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복당파 의원들을 향해서도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에 와서 좌지우지하고 자기 마음대로 누군 되고 안 되고 한다”고도 했다.

친박 진영 일각에서는 ‘집단탈당설’도 흘러나온다. 만약 비대위가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에 불공평한 ‘물갈이’에 나선다면 아예 당을 나가서 별도의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시나리오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나는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면 당을 떠나서 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당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는 구상을 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결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라고 만류는 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들이 어떤 결단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결국 비대위와 조강특위가 어느 한 계파를 몰아낸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평한 당무감사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컷오프’ 대상이 된 현역 의원이 여러 명 나올 경우, 이들이 탈당할 가능성은 상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전대 연기론이냐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강특위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전원책 위원도 공개적으로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모임에서 “2월 말까지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며 “비대위가 그립을 잡고 혁신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1월 중순까지는 비대위가 리드하고 그 이후는 전대 관리 모드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전원책 위원이 최근 제기한 ‘전대 연기론’을 일축한 것으로 조강특위에 대해서도 “12월 중순까지 활동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전원책 위원의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해 11월 7일 “모든 상황은 비대위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원책 위원은 상당히 개성 있는 보수논객이었는데, 그런 분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전당대회 연기론에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전원책 위원은 보수대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대위 활동기간을 내년 6~7월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위원은 지난 11월 5일 밤 김용태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며 김 사무총장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는 “전 의원의 월권이며 비대위 활동 기간 연장은 당내 누구도 원치 않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하위 20% 물갈이’ 방침에 대해서도 전 위원은 반발했다. 전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쪽(비대위) 의견일 뿐이며 하위 20%로 ‘컷오프’하자고 해서 거기에 귀속될 수 없는 것”이라며 “친박 다 빼고 비박 다 빼면 나 혼자 남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초선 모임에서 “당협위원장 20% 컷오프는 없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인적청산은 단칼에 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한번 거르고 현역들은 주로 공천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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