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330MRTT 공중급유기
지난 10월 27일 새벽 3시20분 김해기지에서 공군 C-130H 수송기 1대가 긴급 이륙했다.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고립된 우리 국민들을 국내로 이송하려는 정부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공군 수송기는 사이판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임무를 시작했다. 사이판과 괌 공항을 오가며 10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161명, 이튿날인 28일엔 네 차례에 걸쳐 327명, 29일엔 네 차례에 311명 등 총 799명의 국민을 안전하게 이송하고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공군 수송기가 사이판에 도착했을 당시 사이판 공항은 태풍으로 인해 공항 기본 시설물뿐 아니라 항행 안전시설이 거의 파괴됐고, 잔해물들이 활주로 주변에 그대로 있는 등 작전을 펼치기엔 최악의 환경이었다. 관제탑의 창문이 파손되고 현지 근무자들이 활주로 옆에 책상을 내놓고 근무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육안에만 의존한 시계비행으로 사이판 공항에 이착륙해야 했다”며 “이후 모든 임무도 관제 지원 없이 진행했다”고 전했다. 등화시설도 파손돼 야간비행이 불가능했고 제한된 시간에만 비행할 수 있었다.
   
   파견 당일 수송기 요원들은 저녁 9시가 돼서야 첫 식사를 했고 그뒤 임무 기간 동안 빵, 바나나 등으로 비행 중에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공군 수송기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10월 31일 오후 김해기지로 귀환했다.
   
   공군 수송기의 해외 재해재난 긴급구호 지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의 경우 지난 10월 8~26일 인도네시아 지진 때 C-130 수송기 2대가 지원작전을 폈다. 지난 7~8월 라오스댐 붕괴 사건 때는 C-130 수송기 5대가,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때는 C-130 수송기 2대가 각각 지원작전을 폈다.
   
   하지만 공군 수송기가 이번 사이판 태풍 사태처럼 약 800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에 대해 해외에서 구호작전을 편 것은 처음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지원작전을 편 C-130H 수송기의 항속거리가 짧고 탑승인원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C-130H의 항속거리는 3789㎞이고, 탑승인원은 92명이다. 신형인 C-130J의 항속거리는 5250㎞로 이보다 길지만 공군 보유 규모는 4대에 불과하다.
   
   공군 관계자는 “현 주력 수송기인 C-130은 항속거리 제한으로 임무수행이 제한, 연료보급을 위해 중간기지를 경유해야 해 신속한 긴급구호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 A-400M 수송기

   공군은 지난 10월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도 “접전지역에 대한 원거리 신속 전개와 작전수행 능력 확보는 물론 재난구호, 국제평화 유지, 재외국민 보호능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수송기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사이판 태풍 사태를 계기로 대형수송기 도입의 필요성이 입증됐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현재 공군의 수송기는 CN-235 20여대와 C-130H 12대, 신형인 C-130J 4대 등이다.
   
   일각에선 11월 12일 1호기가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A-330MRTT 공중급유기를 공군이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 4대가 도입되는 A-330MRTT는 기름 외에 병력과 화물도 수송할 수 있다. 총 301명의 병력과 37.5t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웬만한 수송기 뺨치는 능력이다. 하지만 A-330MRTT는 대형수송기에 비해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필요한 활주로 길이가 수송기에 비해 3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C-130 이륙거리는 915m이지만 A-330MRTT는 2755m에 달한다. 또 A-330MRTT는 동체가 위아래로 분리된 형태여서 규격화된 컨테이너 등만 적재할 수 있다. 탑재 가능 화물 높이가 수송기의 절반 수준이다. 대량 환자 수송도 어렵고 공중투하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공중투하가 어려울 경우 착륙이 불가능한 지역은 공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군 당국은 그동안 동명부대(레바논), 아크부대(UAE), 한빛부대(남수단) 등 해외파병 때 항공수송 지원도 C-130의 짧은 항속거리 때문에 모두 민항기(전세기)를 이용해왔다는 점에서도 장거리 수송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군은 당초 장거리 수송기로 미군의 주력 수송기인 C-17을 염두에 둬왔다. C-17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수송 등을 위해 오산기지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 우리에게도 친숙한 무기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생산이 중단돼 현재는 검토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한 장거리 수송기 후보는 유럽 에어버스 밀리터리사의 A-400M ‘아틀라스’ 수송기다. C-130처럼 4개의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했지만 탑재량이 C-130의 약 2배(37t)에 이른다. 나토의 주력 수송기로 CH-47 치누크 헬리콥터 1대를 수송할 수 있다. 최대 비행거리는 8700㎞이고 완전 무장병력 116명을 태울 수 있다.
   
   A-400M과 관련해 최근 주목을 끄는 소식은 스페인과의 ‘스와프 딜’(Swap Deal·맞교환) 검토설이다. A-400M은 현재 스페인 세비야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 A-400M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TA-50 초음속훈련기, KT-1 기본훈련기를 맞교환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공군 입장에선 장거리 수송기를 확보할 수 있고, KAI 입장에선 수출이 실현돼 모두 ‘윈-윈’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난 9월 말 17조원 규모의 미 고등훈련기(APT)에서 탈락하는 등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AI 입장에선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된다.
   
   KAI가 사업을 수주할 경우 KT-1 최대 34대, TA-50 최대 20대를 스페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은 이에 맞춰 A-400M 수송기 4~6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나 공군은 아직 이 ‘스와프 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아직 스페인 등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제안을 받더라도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수의계약 문제 등 법규와 제도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말했다.
   
   군내에선 지난 7월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스페인 국방부와 한국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만났을 때 스페인 측이 KT-1, TA-50과 A-400M의 스와프 딜에 관심이 있는지를 한국 측에 질의했던 것이 최근 언론에 보도된 ‘스와프 딜 검토설’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방사청과 공군 안팎에선 이 ‘스와프 딜’이 실제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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