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가운데)과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김용태 사무총장이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가운데)과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김용태 사무총장이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 문제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하던 보수대통합도 암초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각 진영에서 앞다퉈 ‘반문(反文)연대론’을 다시 꺼내들면서 새로운 불씨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한국당에선 친박·비박 양 진영에서 비슷하게 ‘반문연대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둘러싼 논란 속에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을 매개체로 공감대를 확장해보자는 시도다. 지난 11월 14일 열린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전진’에서 친박계 박대출 의원은 “우리가 제대로 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이나 반문연대를 스스로 준비하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역시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11월 12일 개최한 ‘대한민국 애국세력이 가야 할 방향’ 토론회에서 “보수통합이 아닌 반문연대의 기치 아래 모든 정치노선의 차이는 뒤로하고 조건 없이 단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체제 붕괴의 전조를 목도하는 지금 정치적 차이 운운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오판일 뿐”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 “밖에서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내부적으로 다투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동력은 남북합작이며 문재인 정부의 정치무능을 제어하지 못하면 좌파 장기집권은 설마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도 “당내 싸움 기사가 나온 것을 보니 안타깝다”며 “아군끼리 총을 겨눌 때가 아니며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비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도 “친박·비박 이야기가 나올수록 당의 지지는 더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며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을 할 때가 됐다. 시도해보겠다”고 했다.

분파주의 우려해 ‘빅텐트’보다 ‘네트워크’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과 외곽의 인사들을 당으로 영입하겠다는 기존의 보수대통합론에서 네트워크론으로 다소 방향을 틀어 ‘반문연대론’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반문연대 취지에 공감한다”며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있기는 한데 빅텐트보다는 네트워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고 비전을 공유하되 각자 자리에서 힘을 합치자는 것”이라며 “무리하게 한 정당에 몰아넣으면 오히려 분파주의가 성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의 반문연대론과도 맥이 닿을 수 있겠다”고도 했다.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통합 시도가 자칫 더 큰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이었다.

바른미래당에선 최근 각종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언주 의원이 ‘반문연대’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11월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문으로 가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적어도 그렇게 가야 문재인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시대착오적 운동권 세력은 퇴출돼야 한다”며 “2020년 21대 총선은 운동권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반문연대’에 대해 “국회 안에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야권의 합일된 정책 연대를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은 지금 더욱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당의 경우, 전원책 변호사 해촉 논란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다. 친박계 당권주자들은 11월 13일 ‘우파재건회의’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이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부터 잘못됐으며 전원책 해촉 소동을 통해 한국당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 역시 “비대위원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김병준 위원장이 정치적 실책을 범했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해 정상적인 기능을 해나갈 수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에선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박계와 가까운 인사로 보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비대위 체제를 종결시켜야 전당대회를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에서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빨리 전당대회나 개최하고 당신은 떠나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지금 섣불리 비대위를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나 개최해달라는 사람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선택한 결기를 다 잊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한 친박·비박 물밑 세 다툼

최근 한국당 내에서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도 친박과 비박 간 물밑 세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 변호사 해촉 논란으로 조기 전당대회 주장까지 터져나오면서 비대위 체제의 구심력이 확연히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다. 당 전체가 차기 권력구도를 둘러싼 소용돌이에 접어들면서 비대위 중심으로 추진됐던 보수대통합 논의는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기도 하다.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행을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도 최근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한 의원은 “한국당의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이 또다시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비대위가 초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보수대통합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입당 제안을 했던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시장이 최근 한국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최근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한국당 입당은 하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황 전 국무총리는 11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계속해서 숨겨진 다른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면 이것이 기만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다. 이어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는데 (청와대가) 이를 변호할 일이냐”며 “그러니까 (청와대가)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민생포럼 창립총회’를 열고 세 결집에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이 정권이 이번에 경제 투톱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선과 폭주의 길로 들어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반문연대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에선 두 사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황 전 총리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이 끝나고 전당대회 판이 깔리면 나오겠다, 박근혜 정부의 명예회복을 위해 팔 걷어붙이겠다고 정확한 메시지를 내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간 보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해서도 “너무 눈치를 많이 보면 안 된다”며 “정치는 자기 소신을 갖고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중진 의원은 “보수대통합을 위해 보호해야 할 자산인데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며 “지금 당 상황을 보면 두 사람 입장에서도 얼마나 고민이 크겠냐”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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