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가운데) 입당 환영식에서 오 전 시장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께 웃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가운데) 입당 환영식에서 오 전 시장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께 웃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원내대표 경선과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復黨) 움직임을 보이면서 보수 정치권 재편 가능성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비대위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확립된 상황도 아닌 데다가 바른미래당 보수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구심점이 형성되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보수 정치권 재편은 내년 상반기나 돼야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한국당 컴백?

바른미래당에 소속돼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학재 의원의 한국당 복당설이 지난 11월 말부터 국회에 확산되면서 보수 정치권 재편의 시발점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는 12월 중순 이후 복당하는 쪽으로 마음을 거의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혼자라도 한국당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도와주러 간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 바로 탈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보수의 통합을 위해서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나부터 한국당으로 옮겨 새로운 시작을 도모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지도부 의원은 “이 의원의 경우, 이미 한국당 지도부와 충분한 교감이 돼 있는 상태로 언제 입당할지 시점에 대한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반발했다.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에 이 의원을 만났는데 ‘아니 제가 언제 탈당한다고 했나’라고 했다”며 “물론 (이 의원이)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옮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당에서 마치 이 의원이 당장 (한국당으로) 올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설사 이 의원이 ‘가야 할까’ 고민한다고 하더라도 한국당에서 ‘온다’는 식으로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되며 이는 경거망동”이라고 했다. “쓸데없이 ‘어떤 의원 몇 명이 한국당에 입당한다’는 근거 없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식으로 경고한다”고도 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이혜훈·지상욱 의원 등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다’라는 관측이 많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유 의원의 경우 한국당 내부에서 일단 복당 여부에 대해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데다 본인도 현 상태의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건 답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이 보수 통합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본 뒤, 진로를 정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의 경우 유 의원과 행보를 같이할 가능성, 개별적으로 한국당 복당을 타진할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역시 내년 초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최근 강성(强性) 주장을 잇따라 펼치며 보수 진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언주 의원의 한국당 입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아니다’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요즘 일각에서 자기 입장대로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자꾸 한국당 입당 운운하는데 저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지금 각 당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민의를 대변하고 있기는 하냐”고 했다. 이어 “지금 국민은 선명한 ‘반문’(반문재인)의 기치 아래 국민들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질서의 새로운 형성’을 바란다”며 독자 행보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세훈 들어온 한국당, 황교안은?

보수대통합을 주장해온 한국당 비대위는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입당을 이끌어내면서 성과를 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1월 28일 “한국당이 유능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드릴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가 도를 넘고 있지만 야당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입당을 선언했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서둘러 결단을 내린 것이다. 오 전 시장은 “한국당이 어려운 분들을 더 잘 챙겨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민생 정당’이 되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될 신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미래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어 “저의 입당이 대한민국 야당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국민들의 삶을 보다 낫게 하는 정치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총선에 대해선 ‘당이 가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며 험지 출마론을 받아들였다. 현재 당에서 미래비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 전 시장은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지난 2월 바른정당·국민의당 합당이 논의될 때 합류하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지내왔다.

오 전 시장 입당이 마무리되면서 황교안 전 총리의 입당 여부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이낙연 총리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한국당으로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 전 총리를 영입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만나서도 입당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1월 30일 서울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유 우파가 합치는 것은 아주 귀한 일이며 다 같이 힘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많이 갈려 있고 갈등하고 있으니 화합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와 입당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여러 생각도 하고 있다”고만 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인데 황 전 총리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강연에 매진하고 있다”며 “당에 들어와서 상처를 입기보다는 외곽에서 메시지를 내면서 정치적 중량감을 키우겠다는 판단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의 고민은 외부인사 영입보다는 원내대표 경선과 당무감사 결과 발표 이후의 내홍 가능성이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최근 2016년 총선 ‘진박 공천’ 연루 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인사, 당 분열 조장 인사, 존재감이 미약한 영남 다선 등 인적쇄신 7대 원칙을 발표한 뒤, 친박 진영에선 “당이 화합으로 가야 할 시점에 우리만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이라면 결국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친박 의원은 “당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비박계 지도부가 친박계 의원들만 쳐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을 나가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결국 인적쇄신 과정에서 국민과 당원들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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