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27일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현역의원 21명을 비롯한 79곳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한 뒤,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공모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인물난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2월 18~20일 공개 모집을 실시한 결과 평균 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거물급 인사들은 대부분 지원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12월 27일부터 추가 공모를 받기로 한 가운데, 지난 11월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월 26일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에 신청하기로 하면서 지도부의 부담이 다소 감소했다는 평가다.

경쟁률은 3.1 대 1… 그러나 일부 지역 미달

지난 12월 15일 발표된 인적쇄신 결과 예상보다 많은 현역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되면서 빈자리를 채울 새 당협위원장 공모 과정에 대해 당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지난 12월 21일 한국당 발표에 따르면, 전체 253개 지역구 중 교체 대상으로 지정된 79곳에 대한 공모에 총 246명이 지원해 최종 경쟁률은 3.1 대 1로 집계됐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 3연패하면서 그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왔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를 상회하는 지지율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쟁률 자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원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친박(親朴) 좌장 격으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경환 의원 지역구인 경북 경산으로 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덕영 직전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안국중 전 대구시 경제통상국장, 이권우 경산미래정책연구소장, 김성준 전 청와대 행정관, 송영선 전 국회의원, 안병용 여의도연구원 지방자치위원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천수 전 경산시의회 의장, 임승환 자유한국당 중앙연수원 교수, 황상조 전 경북도의회 부의장 등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그러나 각 지역구별로 구체적인 응모자 규모를 전부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북 경산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한국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TK(대구·경북) 지역과 서울 강남권에는 응모자가 많았고 그 외에는 미달 사태가 발생한 지역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지만 여전히 40~50% 사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과 지역의 인재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 시점이 2020년 총선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관심도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협위원장은 결국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필요한 자리인데 새해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적 쇄신 과정에서 당협위원장에서 밀려난 일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당원들이 선출한 신임 지도부 체제에서 다시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발해왔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응모를 고려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비대위 임기가 사실상 2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았다가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판을 전부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여전히 당내에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이 잔존해 있는 상황에서 세력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고 했다. 한국당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번에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해볼까 하다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인적쇄신 과정에서 친박계와 비박계에서 동시에 ‘우리가 더 억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라 새 지도부가 일부를 구제해줄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비대위는 12월 28일부터 나흘간 추가 공모를 받기 시작했다. 추가 공모지역은 서울 6곳(용산·광진을·중랑을·노원병·구로갑·강남병), 부산 4곳(진구갑·남구갑·사하구갑·금정), 대구 2곳(동을·수성갑), 인천 3곳(미추홀을·계양갑·계양을), 경기 5곳(수원갑·의정부을·평택갑·시흥을·용인정), 충남 3곳(아산을·논산계룡금산·홍성예산), 경남 1곳(통영고성), 제주 1곳(서귀포) 등 총 25개 당협이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추가 공모가 끝나면 새해 1월 2일부터 6일까지 면접을 할 계획이다. 조강특위 핵심 관계자는 “최근 현 정권의 경제 무능은 물론,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까지 일파만파 커지면서 갈수록 야당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공모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당의 문을 두드릴 것 같다”며 “조강특위 차원에서도 거물급 인사들은 물론 신선하고 젊은 인재들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제외하면 거물급 인사 실종

지난 12월 20일 마무리된 공모 과정에서 지도부가 가장 크게 우려했던 건, 거물급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복당해 당에서 미래비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서병수 전 부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 전 광역단체장이나 당대표 경선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하지 않는다는 건, 당내에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바로 새로운 당협위원장 인선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하시라는 요청을 물밑에서 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12월 26일 당의 요청에 따라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추가공모에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선 의원이자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다. 오 전 시장은 “김용태 사무총장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하다고 해 (공모에) 동의했다”며 “추 전 대표와 맞붙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하루 전 언론을 통해 “오 전 시장의 경우, 복당을 해서 당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이번 당협위원장 신청을 피해간다면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 지역구 또는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4선) 지역구(서울 구로을)에 당협위원장을 신청해줄 것을 공개 요청한다”고 했었다.

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공모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에서는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인재영입 1호’인 신용한 전 충북도지사 후보는 지난 12월 26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학재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당한 지 8일 만이다. 신 전 후보는 “바른미래당은 저의 소신이나 비전, 가치, 철학과 너무 크게 결이 어긋나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신 전 후보는 지난 3월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에 들어왔고, 6·13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충북지사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탈당 러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지현 전 비상대책위원도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 한국당 복당 신청을 했다. 이 밖에 류성걸 전 의원 등 대구·경북 바른미래당 인사 10여명도 줄줄이 한국당으로 복귀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당협위원장 공모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개별적 탈당이야 있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원외 인사들이야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중진급들이 많은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갈 생각이 있어도 새해 2월 전당대회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친박·비박 어느 쪽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때 보수대통합을 위해 유승민 의원과도 접촉하겠다던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아직 유 의원과 따로 의견을 나누거나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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