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이 KLPGA투어에서 버디 성공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photo KLPGA
김아림이 KLPGA투어에서 버디 성공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photo KLPGA

국내 여자 골퍼 중 남자 선수들과 연습라운드를 할 때 같은 백티에서 티샷을 하는 선수가 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장타자로 ‘필드의 여전사’란 별명이 있는 김아림(23) 프로다. KLPGA투어 통계상으론 평균 259야드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는데 말 그대로 70~80%의 힘으로 친 수치다. 그는 드라이버로 남자 선수들과 비슷한 280~290야드를 날린다. 175㎝, 70㎏의 체격으로 근육량이 많아 실제론 더 단단해 보인다. 여자 선수들에게 몸무게를 물어보면 ‘에이~’ 하면서 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김아림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오히려 “80㎏까지 나가도 좋으니 더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말을 할 때마다 호탕하게 “하하하” 웃는 버릇이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성격이다.

김아림은 박성현과 함께 비거리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파워풀하면서도 승부처에서 냉정했던 애니카 소렌스탐의 경기 스타일을 선망한다는데, 잠재력을 꽃피운다면 소렌스탐 같은 선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는 뛰어난 선수가 많이 나온 1995년생으로 김효주·고진영·백규정·김민선 등과 동갑이다. 태극마크를 정말 달고 싶었지만 번번이 ‘난 아직도 멀었다’는 경험만 했다. 이런 그가 2016년 1부 투어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한 비결은 뭘까.

그는 1부 투어 데뷔를 앞두고, 100~150야드를 남기고 치는 아이언 샷과 그린 주변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실전에선 쓸모가 없었다. 티샷이 부정확하다 보니 트러블샷 하기 바빴다.

스윙을 교정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허석호 코치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공을 맞힌 뒤에도 왼팔이 잘 접히지 않고 대신 몸이 뒤로 물러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5개월이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허 코치는 지난 17년간 많은 유명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던 골프 피지컬 트레이닝 전문가 최차호 관장(CH캐롤리나휘트니스)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몸의 밸런스가 너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스윙 교정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체근육만 발달했던 그는 등근육을 중심으로 상체를 강화시키는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겨울 외국 전지훈련 대신 숨이 찰 때까지 몸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몸의 상하, 전후좌우 밸런스를 대각선까지 맞추었다고 한다. 그러자 스윙의 여러 문제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는 지난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전승으로 첫 우승을 장식했다.

지난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결승에서 진 박인비 프로에게 경기 운영의 진수를 배웠다고 했다. “대회 중이지만 인비 언니가 어떻게 하는지를 눈과 마음에 담았어요. (위기가 오기 전에) 어떻게 피하는지, (승부처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는지 지켜보면서 대회 중인데도 이 경기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김아림은 “올겨울도 따뜻한 해외보다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걸 선택하겠다”며 “먼저 몸이 있고 그 다음에 스윙이 있다는 걸 깨달은 한 해”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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