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출시된 새로운 골프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매트 호그 이사. ⓒphoto 아쿠쉬네트
2019년 출시된 새로운 골프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매트 호그 이사. ⓒphoto 아쿠쉬네트

지름 4.3㎝, 무게 45g의 골프볼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씨름하는 인생은 어떤 것일까?

매트 호그(Matt Hogge)씨는 2000년 타이틀리스트에 입사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이사까지 오른 골프볼 전문가다. 올해 볼 스피드를 혁명적으로 증가시켰다고 하는 10번째 Pro V1 모델(9번째 Pro V1x 모델) 출시에 맞춰 1월 말 방한한 그를 만나보았다. 그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회사 생활을 하는 가운데 전문적으로 골프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인 미국프로골프(PGA) 티칭프로 타이틀을 땄다. 그의 아버지도 PGA 티칭프로로 많은 골퍼를 길러냈으니 골프는 그의 가업인 셈이다.

그는 “골프볼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물리학 외에도 골퍼들의 감성을 집약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만든 공을 잘라서 분석하고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로부터 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연구개발에 반영하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일이라고 한다. 타이틀리스트는 2000년 10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인벤시스 클래식을 통해 골프볼 Pro V1 시리즈(Pro V1x 포함)가 공식 데뷔한 이후 2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달려왔다.

골프볼은 다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골프 중계를 보시면 선수들이 티샷을 날린 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고 있지 않아서 나오는 반응입니다.”

이는 공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 편심(偏心·decentering)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골프를 알수록 골프공을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된다. 볼 하나가 치킨 한 마리 값이라는 실존적 의미도 그렇지만 300여개가 넘는 딤플(dimple·옴폭 들어간 곳)이 기하학적 문양을 빚어내는 이 소우주(小宇宙)에는 무려 1500개가 넘는 특허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공을 선택해 사용하는 게 좋은 것일까? 골프볼도 피팅(fitting)을 통해 하나의 모델을 선택해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온갖 종류의 골프볼을 갖고 다니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건 탄도와 스핀 등 공마다의 엄청난 기능 차이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골프볼의 피팅 순서는 이렇다. 우선 자신에게 맞는 아이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아이언에 볼을 맞추고, 그 볼에 드라이버부터 다른 웨지까지의 다른 클럽을 맞추는 것이다. PGA 티칭프로인 그에게 오는 봄 더 나은 골퍼가 될 수 있는 길을 물었다.

“2009년 PGA 티칭프로 테스트에 탈락하고 여든다섯쯤 되신 원로 프로를 만났어요. 그분은 1m 퍼팅을 30회 연속 성공시키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어디서든 하루 5~10분씩 퍼팅 연습을 하는 거죠. 퍼팅 스트로크가 좋아지면 치핑과 쇼트게임의 임팩트까지 좋아집니다. 저는 2010년 테스트에 합격했어요. 20대에 이런 조언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