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웨지를 만들어온 밥 보키. ⓒphoto 아쿠쉬네트
40년간 웨지를 만들어온 밥 보키. ⓒphoto 아쿠쉬네트

거리가 줄어도 스코어는 줄지 않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않아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웨지로 홀에 들어갈 듯 붙여놓고 가볍게 톡 쳐서 파(par)세이브! 속칭 ‘3학년 1반(3온1퍼트)’의 달인들이다. 이분들은 대개 370m가 넘는 긴 파4홀을 만나면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어차피 너도 2온이 안 될 테니 내가 이긴다’는 자신감이다.

쇼트 게임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웨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보다 바운스(bounce)가 왜 있는지 알고 느껴야 한다. 바운스는 솔(클럽의 바닥부분)의 리딩 에지(leading edge)와 솔의 가장 낮은 지점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웨지 라인을 제작하는 밥 보키(80)에게는 ‘웨지의 최고 명장’이란 영광스러운 애칭이 따라붙는다. 그는 1976년부터 40년 넘게 웨지를 만들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보키 웨지’는 PGA투어 웨지 사용률 1위와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대단히 겸손하고 누구와도 이야기를 즐기는데, 무슨 질문이든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 기계를 잘 다루던 기술자이자 골퍼였던 아버지를 닮고 자라 천직(天職)을 즐기는 이의 여유가 있다.

그는 “프로골퍼보다도 주말 골퍼는 숙명적으로 웨지와 친해져야 한다는 걸 통계가 보여준다”고 했다. PGA투어 선수들의 그린 적중률(모든 홀은 퍼팅 2타를 감안하고 설계된다는 전제하에 파3홀은 1샷, 파4홀은 2샷, 파5홀은 3샷 이내에 온그린시키는 것)은 18홀 중 12차례(66.7%)가 평균이다. 주말 골퍼는 평균 18홀 중 5번(28%) 정도다. 파5홀에서 버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100야드 안팎 웨지 샷이 중요해진다.

평생 웨지와 씨름해온 그에게 웨지 샷을 잘하기 위한 비결을 물었다. 그는 “바운스와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초급자들이 웨지 샷을 실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클럽 페이스의 가장 아랫부분인 리딩 에지로 바로 공을 찍어치거나 땅을 때리는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샷이 얇게 맞거나(토핑), 너무 두껍게(뒤땅) 맞아 거리 컨트롤이 전혀 안 된다.

“효과적인 웨지 샷은 바운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운스는 잔디나 벙커에서 웨지가 지면을 과도하게 파고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손목을 쓰지 말고 몸통을 회전시키면서 공을 자연스럽게 띄우는 것이 핵심이다.”

보키는 그러면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웨지 샷을 하는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머스를 예로 들었다. “스피스는 쓸어치는 완만한 스윙스타일이고 토머스는 가파르게 내리치는 편이다. 약간 가파르게 치더라도 바운스를 높여서 클럽을 선택하면 정확한 샷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대로 스피스는 52도(바운스 8도), 56도(10도), 60도(4도)를 사용하고, 토머스는 똑같은 로프트의 52도(12도), 56도(14도), 60도(12도) 웨지이면서도 바운스가 훨씬 크다.

그는 “웨지를 끌어안고 잘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면 웨지는 당신에게 멋진 스코어카드를 선물해줄 것”이라며 웃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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