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든 자율주행차 제작회사 웨이모의 CEO 존 크래프칙이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자체 제작 센서와 레이더를 부착한 자율주행차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구글이 만든 자율주행차 제작회사 웨이모의 CEO 존 크래프칙이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자체 제작 센서와 레이더를 부착한 자율주행차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7년 전 세계 과학기술계는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그렇다면 2018년을 이끌어갈 과학기술은 무엇일까. 미국의 유명 IT 전문 리서치 및 자문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8년 기업이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기술’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지능(Intelligent)’ ‘디지털(Digital)’ ‘그물(Mesh)’이다.

가트너가 말하는 전략기술이란 도입 단계를 넘어 용도가 전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기술로서 향후 5년 동안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이다. 10대 전략기술 중 3가지는 디지털 세계를 비롯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머지는 지능형 디지털 그물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플랫폼과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먼저 ‘지능(Intelligent)’ 영역을 살펴보자. 지능은 사람이나 사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로부터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데이터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 이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가트너는 이 영역에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앱 및 분석, 지능형 사물을 선정했다.

지능형 앱이 비서 역할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인공지능 기반(AI Foundation)’의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계속 머신러닝이 발전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인공지능은 단기간에 끝날 기술이 아니다. 몇십 년은 유행을 탈 기술이다. 또 어느 기기, 어느 산업에 붙여도 제 몫을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은 단순 응용 기술에서 벗어나 정교한 의사 결정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를 재창조하며, 새로운 고객 경험을 하게 만들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이미 59%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정보 수집에 힘을 쏟고 있다. 최소 2020년까지는 자율적으로 학습, 적응, 행동하는 시스템이 업체 간 가장 심한 각축전을 벌일 분야일 것이다.

다음은 ‘지능형 앱과 분석(Intelligent Apps and Analytics)’이다. 지능형 앱은 한마디로 사람을 대신하여 거의 모든 업무를 알아서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데이터의 모든 처리부터 숨겨진 패턴까지 발견해 자동으로 처리하고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실제 비서의 일부 기능들을 수행하는 가상 비서를 들 수 있다. 가상 비서는 이메일 우선순위 분류와 같은 일상적 업무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능형 앱이 현실화되면 앱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지능형 중간 계층이 형성되어 인간의 지능적 업무를 보강하고, 영업 및 고객 서비스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전망이다. 지능형 앱은 업무의 특성과 업무 공간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지능형 사물(Intelligent Things)’은 머신러닝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사람들 혹은 다른 사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물리적 사물을 뜻한다. 가트너는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 기기와 같은 지능형 사물이 점차 사람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특정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물인터넷(IoT)처럼 다수의 사물들이 협력하는 협업 지능형 사물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센서를 포함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이 더해진 로봇청소기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집안을 스스로 탐색하면서 청소를 마친다. 또 농작물을 자동으로 수확하는, 보다 지능적 방식의 독립형 농기계들이 등장할 것이다.

공포소설을 만들어내는 챗봇 ‘셀리’(배경 이미지)와 개발자들.
공포소설을 만들어내는 챗봇 ‘셀리’(배경 이미지)와 개발자들.

에지 컴퓨팅의 등장

‘디지털(Digital)’은 몰입 경험을 창출하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 기술을 뜻한다.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저절로 실행되는 자동(Automatic) 수준을 넘어 주변의 상황을 맥락 수준에서 인지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에서 에지로, 대화형 플랫폼, 몰입형 경험이 이 영역에 선정되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이나 시스템의 디지털 버전을 말한다. 가트너는 2020년까지 약 210억개의 센서와 사물이 연결되어 수십억 개의 디지털 트윈으로 표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트윈은 메타데이터(분류·구성·구조)를 포함해 조건이나 상태(위치·기온), 이벤트 데이터(시계열), 애널리틱스(알고리즘·규칙)와 같은 복합적 요소를 포함한다. 실제 대상들과 연결되어 생성하는 이들 정보는 사물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여 관리하게 한다. 장비 서비스에 대한 수리를 비롯해 제조 공정 계획, 공장 가동, 장비 고장 예측, 운영 효율성 향상, 개선된 제품 개발을 하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에서 에지로(Cloud to the Edge)’라는 것은 에지 클라우드 기술을 얘기한다. 중앙(혹은 데이터센터)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사용자나 사물 네트워크의 가장자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수집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은 정보 처리와 콘텐츠 수집, 전달이 해당 정보 소스(Source)와 인접한 곳에서 처리되는 컴퓨팅 토폴로지(topology)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통신 대역폭을 줄여주고, 센서와 클라우드 사이의 대기 시간을 없애줘 차량, 무인항공기, 로봇 등의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해 줄 수 있다. 기존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앙집중식인 반면 에지 컴퓨팅은 분산화된 전송 시스템이다. 따라서 신속한 처리가 강점인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화형 플랫폼(Conversational Platforms)’은 컴퓨터가 사용자의 자연 언어를 사용하여 의도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날씨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거나 특정 지역의 음식점을 예약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음성 지원기기인 인공지능 스피커, 챗봇이 대표적 대화형 플랫폼이다. 이제 해석 역할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의 몫이다.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질문이나 명령을 받은 후 기능을 수행하고, 콘텐츠를 제시하고, 추가 인풋(input)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다. 또 사람, SNS, 기업과 소통할 때 사용되는 디바이스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통신 모델 역시 확장되고, 다양한 기기 간의 소통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은 지난해에 선정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심화 버전이다. 가트너는 앞으로 5년 동안, 실체는 물리적 세상(실제 세계)에 있으면서 사용자가 디지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몰입형 경험의 ‘혼합현실(MR)’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뿐 아니라 헤드마운트기기(HMD·head-mounted display)를 포함하는 혼합현실의 다양한 몰입형 콘텐츠가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의 디지털 인식과 상호작용 방식이 좀 더 진화하는 형태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홍콩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photo 뉴시스
홍콩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photo 뉴시스

더욱 활발하게 쓰일 블록체인

‘그물(Mesh)’은 좀 더 동적이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말한다. 과거의 정적인 네트워크로는 더 이상 다양한 디바이스와 사람 간의 복잡한 연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람과 디바이스(기기·콘텐츠·서비스) 간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스마트워치, 스마트카, 스마트폰 그리고 다양한 스마트 가전기기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필수 기술들이다. 가트너는 그물망 영역으로 블록체인, 이벤트 구동형, 지속적 적응형 위험과 신뢰를 선정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2018년에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사람들은 블록체인 하면 곧바로 비트코인(온라인 가상화폐)을 떠올린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은 거래 명세를 담은 ‘블록(Block)’들이 ‘사슬(Chain)’처럼 이어져 하나의 장부(帳簿)를 이룬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거래가 새롭게 이뤄질 때마다 그 거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블록(장부)이 만들어져 기존에 있던 블록에 줄지어 연결되는(체인) 식이다.

블록체인은 기록된 거래 목록(장부)이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에 분산돼 그것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순간 누구와 거래했는지 등의 거래 내용이 중앙 서버가 아닌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각각 저장돼 그 정보가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분초 단위로 수집하는 ‘디지털 장부’인 셈이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감시, 인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보안이 중요한 핀테크시장에서 매우 가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음원 유통, 콘텐츠 유통, 신원 확인, 타이틀 등록 및 공급망 등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벤트 구동형(Event-Driven)’은 상품 구매 주문과 완료, 항공기 이착륙 등과 같은 상태나 변화를 신속하게 포착하여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은 이벤트 브로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매 순간 이벤트를 감지하고, 매 순간 활용하는 것이다. 가트너는 2020년까지 이벤트 소싱 방식의 실시간 상황 인식이 디지털 비즈니스 솔루션의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 적응형 위험 및 신뢰(Continuous Adaptive Risk and Trust)’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복잡해지는 디지털 보안 기술을 의미한다. 다양한 최첨단 기술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에 대응해 해커들 또한 더욱 정교해진 기술과 도구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위협한다. 따라서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해커들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려면 끊임없이 위험과 신뢰를 평가하고 적응할 수 있는 진화된 보안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즉 능동형 보안 방식의 새로운 교정 툴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2018년에는 이러한 10대 전략기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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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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