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 ⓒphoto AVION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 ⓒphoto AVION

우주강국 노리는 우주 쟁탈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엔 새로운 로켓들의 격전이다. 2월 6일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아폴로 탐사선 이후 최대 크기의 로켓을 시험 발사하는 한편 ‘화성 탐사’의 원대한 꿈을 실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SLS 로켓이 이르면 올해 안에 시험 발사된다. 반면 뉴질랜드의 로켓랩, 미국의 벡터스페이스 등 중소형 로켓 회사들이 자체 발사장서 소형 로켓으로 소형 위성을 발사하면서 ‘저가 미니로켓’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24일(현지시각),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로켓 팰컨헤비(Falcon Heavy)의 연소시험(로켓 엔진에 불을 붙이는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NASA의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발사장 39A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강력한 로켓 ‘팰컨헤비’

팰컨헤비는 사람을 달과 화성에 실어 나를 초대형 로켓이다. 1969년 아폴로호를 쏘아 올린 새턴V 로켓 이후 최대 크기(높이 70m, 너비 12.2m, 무게 1400t)이다. 한 번에 63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크기만큼 힘도 강력하다. 엔진이 27개나 돼 특히 발사 순간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推力)이 2300t이다. 이는 보잉747기 18대와 맞먹는 힘이다. 팰컨헤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팰컨9(Falcon 9)’ 로켓을 3대 합쳐서 새로 조립한 것. 스페이스X는 팰컨1부터 시작해 재활용 로켓 팰컨9을 운영하고 있다.

팰컨헤비는 2월 6일 시험 발사될 예정이다. 이미 케네디우주센터 발사장에 안착 후 최종 발사 준비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다. 팰컨헤비의 최종 목적지는 화성 궤도다. 2024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개발된 대형 로켓이다. 그러나 먼저 올해 달 우주여행 계획이 잡혀 있다. 유인 우주선 ‘드래건V2’을 탑재해 두 명의 민간 우주 관광객을 달 궤도로 보낼 계획이다. 이 로켓을 타고 올라갈 때 탑승객이 받는 중력가속도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와 같은 수준. 지구를 출발해 달에 착륙하지 않고 달 주위를 돌다 돌아오는 방식이다. ‘드래건V2’에는 탑승객 전용의자가 있어 편안하게 앉아 4개의 창문을 통해 지구, 달, 은하계를 바라볼 수 있다.

화성으로 가는 팰컨헤비에는 위성이나 탐사선 대신 흥미로운 수화물이 실린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생산한 전기자동차 로드스터이다. 로드스터가 화성 궤도에 안착하면, 태양과 화성 주위를 잇는 타원 궤도를 돌 예정이다.

NASA의 차세대 발사체 SLS

NASA가 개발하는 차세대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도 이르면 올해 시험 발사될 예정이다. SLS는 팰컨헤비보다 큰 로켓. 그러나 아직 개발 중이고, 경제성 면에서도 팰컨헤비가 훨씬 더 경쟁력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LS의 화물 적재량은 팰컨헤비의 2배가 넘는다. 143t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추력도 대단하다. 2단으로 구성된 SLS는 ‘코어 스테이지’라고 부르는 거대 1단 로켓과 1단 로켓에 추력을 더해주는 4개의 보조 고체 로켓을 탑재한다. 제작과 조립이 상당 부분 끝난 상태이다.

SLS 로켓 역시 인류를 화성에 보내려는 프로젝트이다. SLS 로켓에 탑재될 유인 우주선은 오리온(Orion). 2018년 첫 시험 발사 때는 무인 상태에서 달을 선회하여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통해 로켓의 안정성이 입증되고, 오리온의 계획된 모든 테스트가 끝나면 2033년에 SLS 로켓에 실려 화성으로 향하게 된다. 화성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민간업체의 로켓 대결의 승부가 올해 안에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의 로켓랩(Rocket Lab)을 비롯해 미국의 벡터스페이스(Vector Space) 등 중소형 로켓 회사들은 올해부터 소형 위성에 맞는 로켓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켓랩의 창립 목적 자체가 저렴한 소형 상업 위성 발사 시장을 겨냥하는 데 있다. 10여년 전 미국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뉴질랜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로켓을 개발한 독특한 회사이다.

지난 1월 21일, 로켓랩은 뉴질랜드와 미국 합작 민간 로켓인 일렉트론(Electron) 발사에 성공했다. 뉴질랜드 마히아(Mahia)반도에서 3대의 소형 위성 큐브샛(Cubesat·한 변이 10㎝)을 쏘아 올린 것. 높이 17m, 지름 1.2m에 불과한 매우 작은 로켓이지만 225㎏의 소형 인공위성을 500㎞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2단 액체연료 우주발사체이다.

일렉트론의 특이한 점은 주요 부품이 3D프린터로 프린트된 엔진이라는 점이다. 3D프린팅 기술이 로켓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민간업체가 자체 발사장에서 자체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3D프린팅 엔진 로켓 ‘일렉트론’의 발사 성공은 소형 위성을 위한 저가 미니로켓 시대가 열렸음을 뜻한다. 하지만 뉴질랜드 언론들은 저가의 미니로켓보다는 ‘남반구 최초의 우주국가’ 반열에 오른 데 의미를 더 부여했다. 로켓랩 대표인 피터 벡(Peter Beck) 또한 “우리는 이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로켓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데 성공한 단 10여개국의 일원이 됐다”고 발사의 의미를 전했다.

로켓랩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용 위성 발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로켓랩은 현재 5대의 로켓을 제작하고 있다. 다음 발사는 올해 1분기 중에 이뤄질 예정이고, 올해 안에 모두 12기의 위성 발사가 예약돼 있다. 로켓랩의 성공을 특히 한국은 눈여겨봐야 한다.

NASA가 개발하는 차세대 발사체 SLS. ⓒphoto 위키미디어
NASA가 개발하는 차세대 발사체 SLS. ⓒphoto 위키미디어

10월 한국형 발사체 시험 발사

2018년은 우리나라도 로켓에서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해이다. 순수 한국산 로켓인 한국형 발사체(KSLV-2)가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 국내 연구진의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된 시험용 비행 모델(FM) 엔진이 탑재된 발사체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이번 발사는 75t 엔진을 시험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할 경우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린 첫 사례가 된다. 시험 발사체를 통해 75t급 엔진 성능을 확인하면, 이 엔진 4기를 하나로 묶어 한국형 발사체에 적용해 300t 추력의 한국형 발사체를 완성한다. 발사체는 3단형으로, 길이 약 47.5m, 직경이 3.3m이다.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높이의 지구 상공에 쏘아 올릴 수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1.5t의 우리 인공위성을 싣고 2020년 발사될 예정이다. 같은 해 달 탐사선도 이 발사체로 보내게 될 것이다. 독자 우주 운송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은 한국을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땅에서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로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꿈이 조용히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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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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