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유인 탐사를 위한 NASA의 차세대 발사체인 SLS 시험 발사 장면. ⓒphoto NASA
달 유인 탐사를 위한 NASA의 차세대 발사체인 SLS 시험 발사 장면. ⓒphoto NASA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국가 간 유인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이 끝난 시점은 1972년. 1969년에 시작돼 4년 동안 미국은 총 6차례에 걸쳐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아폴로 계획이 끝난 지 45년 만에 달 유인 탐사 재개를 공식화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도 달 탐사를 넘어 달 유인 기지 건설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냉전 이후 달 경쟁 2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美, 45년 만에 유인 탐사 재개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 유인 탐사 재개와 화성 탐사’ 계획을 승인하는 ‘우주 정책 지침’에 서명했다. 달 유인 탐사를 45년 만에 재개해 장기 탐사와 함께 달 활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민간기업,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도 명시되어 있다. 이 지침의 골자는 2020년 달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낸다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2030년대쯤 인류를 화성에 보내 탐사한다는 것. 달이 화성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인 셈이다. 결국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달 유인 탐사 계획은 장차 화성에 인간이 발을 내딛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달 유인 탐사를 위해 NASA는 이르면 올해 차세대 발사체인 SLS(Space Launch System)를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이때는 우주선과 로켓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이라 한 달 동안 무인 상태에서 달을 선회하여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우주선과 로켓의 성능이 확인되면 SLS에 유인 우주선 ‘오리온(Orion)’을 탑재하고 달을 비롯해 화성까지 광활한 우주를 탐사한다.

두 번째는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한다. 유인 우주정거장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SG)’ 건설이 그것. 우주비행사들이 거주하면서 탐사하고 연료를 보급하기 위한 시설이면서 화성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이다. 6명 정도의 우주비행사가 거주할 수 있는 이 달기지에는 우주비행사를 위한 숙소, 연구동과 창고, 태양열 집열판 및 발전소, 지구와의 통신시설 및 대형 안테나, 얼음 저장창고 및 물 분해시설, 크레이터(분화구)로부터의 얼음 추출시설, 우주선 이착륙센터, 월면 이동차량 창고 및 수리센터, 과학실험실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것들은 조각난 상태로 우주왕복선에 실려 운반돼 달의 표면에서 조립된다. 우주왕복선으로는 적어도 30회 이상의 비행을 통해 건설 자재를 달에 보내게 된다. 처음 건설 자재를 쏘아 올리는 것은 2020년쯤이다. 소규모 기지는 지구에서 운반된 재료로 완성되지만, 대규모 기지는 달의 재료를 이용하게 된다. 월석에 들어 있는 산화칼슘 등으로 콘크리트를, 실리카로는 유리섬유를 만들어 건축 재료로 이용한다. 철과 티타늄 등도 활용한다. 이 작업은 수년이 걸릴 것이고 이르면 2026년경 완성된다. 이곳 달기지에서 유인 화성 탐사선 ‘딥 스페이스 수송장치(DST)’를 2033년경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달을 거쳐가면 지구에서 한 번에 화성까지 가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인간을 달과 화성 등지에 보내는 비용은 엄청나다. 국제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유럽,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을 파트너로 받아들여 달기지 건설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들은 자원 개발과 달기지 구축 가능성에 주목해 유인 달 탐사 구상에 적극적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이미 NASA의 무인 탐사선 오리온의 비행을 위해 발사체와 공급 장치 모듈을 인도한 상태이다. 또 2020년 달 궤도를 돌 두 번째 유인 탐사선 모듈을 제작하고 있다.

일본도 미국의 달기지 건설과 달 유인 탐사 사업에 참여한다. 일본은 미국과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에서 긴밀히 협력해온 나라이다. 그 경험을 살려 일본은 기지와 보급선 사이의 도킹 등 자국이 가진 기술을 NASA에 제공하고, 또 물과 공기 정화장치를 비롯해 방사선 차폐기술 등으로 달기지 건설에 기여하는 대신 2020년대 후반 달 표면에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보내 달 탐사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ISS에 장기 체류하여 우주 탐험의 기회를 얻는 일본인 우주비행사는 6명에 이른다.

러시아 또한 유인 달 탐사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구소련은 1960년대에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막대한 비용 문제 등으로 유인 탐사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러시아연방우주국(RSA)은 미국과 함께 달기지를 건설하되, 우주인 4명을 태울 수 있는 유인 우주선 ‘페데라치야’는 독자적으로 개발 중이다. 오는 2023년 첫 시험 발사가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도 NASA의 달기지 건설에 협력한다. 2020년 말 NASA의 발사체에 우리가 제작한 달 궤도선을 실어 보내는 계획이다.

중국의 달 개발 로드맵

중국은 독자적으로 야심 찬 달 탐사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11월 18일 중국 국가항천국은 중국이 우주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국의 로드맵 첫 번째 단계는 2030년의 달기지 건설이고, 다음 단계는 2031~2036년쯤 유인 우주선을 보내 월면 탐사에 착수한다는 것.

더 나아가 화성, 소행성, 혜성 등에서 대규모 탐사가 가능한 우주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로드맵의 골자다. 이를 위해 2040년까지 핵추진(원자력) 유인 우주왕복선을 개발한다는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핵추진 우주왕복선이 개발되면 우주 태양열 발전소는 물론 대규모 우주 개발, 소행성 자원 탐사도 가능해진다. 2045년에는 연료탱크를 분리하고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우주 기술의 우뚝섬을 점점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월면 상주 유인 기지 건립을 시험 중이다. 이를 돕기 위해 중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웨궁(月宮)1-루나 팰리스’라 불리는 ‘가상의 달기지’(베이징항공항천대학 캠퍼스에 설치)에서 200일을 보내고 있다. 이 기지는 중국이 달에 건설할 밀폐된 생태계 돔이다. 달에 착륙한 뒤 자급자족형 유인 공간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는 중이다.

중국은 2014년 12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달 탐사위성 ‘옥토끼’를 달에 착륙시키며 미국, 러시아를 맹추격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달 유인 탐사 재개’는 인류가 화성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전초작업이라지만, 우주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유야 어쨌든 세계가 경쟁하는 달기지 건설은 우주로 나가는 하나의 출입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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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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