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뜨겁다. 특히 관세폭탄을 앞세워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에 집중 투자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현재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 선두를 달리는 미국을 앞지르기 위해 중국은 압도적 투자로 맹추격 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중국 2020년까지 100억달러 투자 예정

지난 4월 13일(현지시각),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기술 선점을 위한 중국의 천문학적 투자 내용을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양자 정보과학용 국영실험실’ 건립에 100억달러(약 10조70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라는 것. 공사 기간은 2년6개월로 2020년 완공 예정이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37㏊ 땅에 세워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 투자비는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중국의 양자컴퓨터 기술 또한 미국과의 격차를 거의 좁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보다 100만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위성을 이용한 ‘양자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단연 선두다. 지난 1월 20일 중국은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인 ‘묵자(Micius)호’를 이용하여 7600㎞ 떨어진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사이 무선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또 약 2000㎞ 떨어진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 간 암호키 전달에도 성공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의 양자통신 성공 사례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중국을 ‘양자컴퓨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미국 정부의 양자컴퓨터 투자 또한 만만찮다. 양자컴퓨터 연구의 주요 투자국인 정부는 IBM·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을 앞세워 양자 기술 분야에서 독주를 하고 있다. 미국이 연간 쏟아붓는 양자 연구비만 2억달러(약 2100억원). 미항공우주국(NASA)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의 정부기관은 물론 구글 같은 IT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최근 이 예산이 줄어들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에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양자컴퓨터 개발의 선두주자는 구글. 구글은 ‘브리슬콘(Bristlecone)’이라는 이름의 72큐비트 양자컴퓨터 프로세서(양자칩)를 시험 중이다. 양자컴퓨터에서 72큐비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숫자다. 구글의 목표는 5년 안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IBM은 50큐비트의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개발하여 시험 중에 있다. IBM의 최종 목표는 수천 큐비트를 가진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 IBM은 세계 최초로 ‘범용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은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10여년 동안 11억30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면 양자컴퓨터와 큐비트는 도대체 뭐길래 각국이 이처럼 사활을 건 경쟁에 뛰어드는 걸까. 또 지금의 디지털컴퓨터와 양자컴퓨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한다. 디지털컴퓨터가 0과 1을 기본단위로 하는 비트(Bit) 사용으로 명령어를 처리하여 계산을 진행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칩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인 큐비트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0과 1이라는 2개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현상을 이용하여 정보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보자. 비트 2개는 각각 0 또는 1을 의미할 뿐이다. 하지만 큐비트 2개는 00, 01, 10, 11 등 4개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큐비트가 표시할 수 있는 정보량이 3개면 8개(23), 4개면 16개(24)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 가령 디지털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100원짜리 동그란 동전을 정보처리한다고 하자. 이때 디지털컴퓨터는 앞면과 뒷면 2가지로만 정보를 표현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360도 각도에서 본 동전 모양뿐 아니라 빙빙 도는 동전의 회전 상태도 동시에 정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n개의 큐비트는 2n만큼 가능하게 되므로, 입력 정보량의 연산능력이 기존의 디지털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다. 큐비트가 72개인 구글의 양자컴퓨터는 272 속도로 연산할 수 있는 셈이다. 큐비트 개수가 300개로 늘어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큐비트가 커질수록 양자컴퓨터의 연산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것이 세계 각국이 양자컴퓨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다.

IBM이 개발한 50큐비트 양자컴퓨터. ⓒphoto heraldnet.com
IBM이 개발한 50큐비트 양자컴퓨터. ⓒphoto heraldnet.com

PC로 300년 걸릴 암호 해독 단 100초면 가능

연산속도가 빠른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암호화 기술의 획기적 발전이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접목될 경우 암호화된 데이터는 암호 해독이 불가능해져 원천적으로 해킹에 안전한 시스템이 된다. 동시에 현행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에도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 혹은 온라인쇼핑을 할 때, 우리는 암호화된 공인인증서를 통해 상거래를 하게 된다. 이 공인인증서의 암호화 알고리즘을 디지털컴퓨터로 풀 경우 300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단 100초 만에 암호를 풀 수 있다. 이는 군사적으로 복잡하고 방대한 적군의 암호 체계를 해독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군사적 활용 방안은 방대할 전망이다. 이를테면 잠수함 등의 군사 무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에도 양자컴퓨터가 유리하다. 지금까지의 잠수함은 위성 신호를 수신해 위치를 교정해야 하므로 수시로 물 위로 떠올라야 한다. 하지만 양자계측학을 응용할 경우 잠수함의 정확한 위치 산정이 가능해져 3개월 이상 물 위로 떠오르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잠수함 개발이 가능하다.

신물질이나 신약 개발에서도 양자컴퓨터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물질 합성과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암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을 완전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개인 신용정보를 주고받는 금융망 구축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변수 분석이 어려운 금융에 양자컴퓨터가 접목될 경우 포트폴리오 최적화, 자산 가격책정, 투자 프로젝트 예산 설정, 데이터 보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물류, 제조업, 인공지능 등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개발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한 범용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어 인류가 한층 더 진화된 시대를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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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전 ‘뉴턴(NEWTON)’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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