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류업체 ‘수닝’의 물류창고. 로봇들이 상품을 분류한다. ⓒphoto www.multivu.com
중국 물류업체 ‘수닝’의 물류창고. 로봇들이 상품을 분류한다. ⓒphoto www.multivu.com

세계 택배시장에 과학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첨단 배송 기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엔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배송 전문 로봇’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택배업은 효율적 유통과 소비 업그레이드에 힘을 보태는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택배대국이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택배 업무량은 400억6000만건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을 제치고 4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한 해 배달되는 전 세계 택배 중 44%가 중국 택배시장의 몫이다.

택배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급팽창하자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택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국가우정국이 발표한 ‘중국 택배업 발전 13.5 규획’이 그것이다. 물류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개선하여 2020년까지 택배업계 매출을 8000억위안 규모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택배의 과학화 방침이 주요 골자다.

택배의 수익성은 시기에 따라 몰리는 택배 물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지에 달려 있다. 택배 물량은 연말연시나 명절 등의 시기에 집중된다. 중국의 경우 매년 11월 11일에 열리는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10억건 이상의 택배 주문이 쏟아진다. 광군제는 세계 최대의 쇼핑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택배 공급 능력은 상대적으로 고정적이다. 그래서 성수기에는 물량 쏠림에 따른 병목현상이 나타나 배송 과정에서 물류 지연이 일어나기 쉽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운송시스템의 스마트화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로봇이나 드론 배송 등 새로운 기술을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택배업체 ‘징둥’의 드론이 상품 배송을 테스트하고 있다. ⓒphoto gz.com
중국 택배업체 ‘징둥’의 드론이 상품 배송을 테스트하고 있다. ⓒphoto gz.com

1000여대 로봇이 일하는 징둥닷컴

중국 대형 온라인 플랫폼 징둥(京東)닷컴의 경우 물류창고와 운송 등에 로봇을 적극 도입 중이다. 근거리 택배는 드론과 무인배송차 등을 통해 무인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징둥은 이미 세계 최초로 100% 무인창고를 운영 중이다. 지난 5월 24일 공개한 약 4만㎡(1만2000평) 규모의 무인창고에서는 6축 로봇을 비롯해 자동 포장 로봇 등 10여 종류 1000여대 로봇이 분주히 움직이며 상품 입고부터 포장, 분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척척 해냈다.

중국의 ‘무인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베이징항공항천대학의 경우 1t 무게의 화물을 싣고 1500㎞를 날아갈 수 있는 원거리 수송 대형 무인기(드론)를 개발 중이다. 내년 안에 시험용 드론을 제작하여 2025년에는 무인기 기반의 택배 시스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택배업 발전 13.5 규획’의 주 목표는 택배업에 따른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낭비의 개선이다. 휴대폰 사용자가 7억명이 넘는 중국은 전자상거래 대국이다. 전자상거래로 중국 전역에서 발송되는 택배 상자만 1초에 약 1000개에 이를 정도다. 그에 따른 포장 쓰레기는 골칫거리이자 심각한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택배 포장에 쓰이는 판지상자, 플라스틱(스티로폼)상자, 포장테이프 등이 매일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온다.

중국 국가우정국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택배에 사용된 판지상자는 99억2000만개, 플라스틱상자는 82억7000만개, 포장테이프가 169억8500만m에 이른다. 판지상자를 모두 펼치면 960만㎢의 중국 국토 전부를 덮을 규모이고 포장테이프를 이어붙이면 적도 425바퀴를 돌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택배업이 환경문제로 부상하자 중국 정부는 친환경 물류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100% 생물 분해성 재료로 제작된 포장테이프와 여러 사람이 돌려서 재사용하는 ‘공유 택배상자’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형태의 ‘공유 택배상자’는 휴대하기 간편하게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택배를 받은 수취인은 내용물만 취하고 박스는 바로 배달원에게 돌려주면 된다. ‘공유 택배상자’는 약 1000번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공유 택배상자가 활성화될 경우 골판지 등의 자원 낭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골판지 가격도 내릴 수 있어 택배비 원가 절감의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중국 택배 물량으로 사용된 골판지는 4600만t. 이는 7200만그루의 나무를 필요로 하는 양이다.

일본의 ‘개방형 택배함’

일본 또한 택배 업무량으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특히 맞벌이나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은 부재 중 택배가 늘면서 재배달 증가로 택배업계의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전체 배달량의 20%가 재배달되면서 택배사업 종사자의 약 10%, 9만명이 재배달에 투입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고객에게 물건이 전달될 때까지 재배달하는 것이 철칙이다.

일본의 부재 시 대응은 이제 사활을 건 문제가 됐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재배달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메일이나 인터넷으로 수령 날짜를 변경하는 ‘배달 날짜 지정 서비스’, 24시간 수령할 수 있는 ‘개방형 택배함’ 활용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개방형 택배함 설치비용의 50%를 정부가 보조하는 방안을 2017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개방형 택배함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택배함이 사물인터넷과 만나서 똑똑해진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구원·택배원 등 사전에 등록된 사람만 물건을 넣거나 찾아갈 수 있는 기본 기능 외에 택배가 도착하면 주인에게 알려주고, 다음 날에도 택배함에서 물건을 꺼내가지 않을 경우 메일 등으로 다시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개방형 택배함 이용으로 일본의 택배 재배달은 감소되어 가는 추세다.

택배 재배달은 노동의 효율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택배 트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배달을 할 경우 트럭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42만t. 이는 일본의 야마노테선(한국의 2호선에 해당) 면적 2.5배의 삼나무 숲이 연간 흡수하는 양이다.

지금 세계의 택배시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개방형 택배함 시장은 2025년에 225억엔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친환경 정책은 그만큼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제 한국의 택배시장도 단순노동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선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