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금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경제정책은 경제학에서 볼 때 사이비 유사종교에 가까운 비정상적 처방입니다. 소득이라는 건 누군가의 지출을 의미합니다. 더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면 소득은 늘지 않습니다. 이 뻔한 명제를 현 정부는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요술(妖術)이고 사술(詐術)입니다.”

지난 8월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종석(64)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한국 경제 현안과 진단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35분간 진행한 특강에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김 의원의 강의는 경제학이라는 난해한 학문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당은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고, 9월 6일 현재 1129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김 의원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정치인.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은 주류 경제학자로 통한다. 그는 2015년 6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영입되면서 한국당과 인연을 맺었다.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기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려던 그를 국회로 끌고 온 인사는 당시 4선 중진의 이한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2016년 4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우경제연구소 사장까지 지낸 이한구 전 의원은 당시 당내 경제통으로 불렸다. 그가 보기에 정통 경제학을 연구한 김종석 의원은 보수정당에 꼭 필요한 인재였던 것 같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김 의원은 한국당 내 유일한 경제학자 출신 국회의원이다. 19대 국회 때 경제통으로 불렸던 인사들은 대부분 물갈이됐다. 그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맡아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 경제 사정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 의원은 홍익대 교수 시절 주간조선에 경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었다.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사이비종교’에 비유한 까닭은.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의학에 비유하면 제대로 된 대학병원 의사의 진단을 놔두고, 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소득주도성장은 학계와 경제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즉 경제학 교과서에 수록될 수 없는 내용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근로자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걸 주창하는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전 청와대 경제수석) 같은 인사들은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으면 수정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속도감을 내고 있다. 이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도 커진다.”

김 의원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는 것과 관련 “문재인 정권이 오만의 덫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가 정책의 부작용을 알고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독선에 빠졌다”며 “정권 2년 차에 나타나는 부정적 신드롬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오만한 정권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 새누리당이 그랬다”고도 했다.

-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성장이라는 건 결국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는 과정이다. GDP는 곧 생산이다. 생산을 안 하면 GDP가 올라갈 수 없다. 세금을 나눠준다거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건 개인에게 돈이 되지만 GDP와 관련이 없다. 경제 주체들이 지금 이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통화·금리·공정거래·산업 등 모든 경제정책은 부가가치 창출, 즉 생산적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나 페널티 구조를 만드는 게 기본이다. 현 정권이 ‘일 안 해도 먹고살게 해주겠다’ ‘덜 일해도 더 주겠다’ ‘생산 안 해도 더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 이건 괴담(怪談)이다. 생산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땅값, 집값 오르는 것에 관심을 쏟는 기현상이 확산되는 거다.”

- 지난 7월 취업자수는 5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는 왜 줄어드나.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부는 일거리를 늘릴 생각은 안 하고 경제를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규제와 칸막이가 여전하고, 시장활성화를 억제하는 정책만 있다. 요즘 기업은 일거리가 늘어도 사람 고용하는 걸 주저한다. 고용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과학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내 생각에 정부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그는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존 근로자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정규직화하면 누구에게 유리한가. 당연히 지금 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좋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관계가 없다. 오히려 고용비용을 높여 일자리를 줄게 만든다.”

- 상당수 경제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배경은.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장하성 등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성장론자들은 성장의 의미와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분노하라’고만 한다. 그들은 기업의 탐욕으로 소득 재분배가 안 일어나고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하다고 말한다. 사회개혁 이념에 몰입돼 실용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 의원은 “종래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는 깨졌다”고도 했다. “통계를 보면 상위와 하위 소득 가구의 격차는 커졌지만, 하위 10% 인구의 실질소득과 생활수준은 지난 30~40년간 꾸준히 올랐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다양한 전문가를 기용하면 해결될 수 있나. “현 상황은 문재인 캠프의 한계일지 모른다. 정권 핵심의 뿌리는 운동권이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좌파들의 이념은 결국 사회주의로 연결된다. 시장이나 기업을 불신하는 이들이 노동자 천국을 만들겠다는 이념의 연장선에 있는 한 그 한계는 명확하다.”

김 의원은 그러나 “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했다. “과거 좌파 정권에서는 ‘재벌·대기업 대 나머지’로 이분했다. 당시 분류로 보면 소상공인은 ‘을’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편의점 주인, 식당 주인조차 고용자이고 자본가로 취급한다. 전국 7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떻게 자본가일 수 있겠나.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 또한 고용주로서 저임금의 피고용자를 착취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릴 까닭이 없다.”

- 문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에 대한 직언이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닐까.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참여연대 등 정권 지지 세력은 미래지향적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과는 괴리감이 있다. 내가 만나본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분들이 꽤 있다. 내부에서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현 정권의 특성상 문 대통령이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에 의해 포획된 상태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의원은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규제개혁에 나선 건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의 반대로 관련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벌써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건가 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해야 하나.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은 검증되지 않은 요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는 사실 중산층에 가깝다. 마트 등에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의 일자리는 중산층 가구의 제2, 제3의 소득원이다. 그걸 왕창 올려놓으니까, 예상한 대로 중산층 이상 가구의 소득은 오른 반면 최빈층의 소득은 역으로 줄었다.”

- 경제정책에 있어서 여당과 한국당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뭔가. “진보는 격차를 강조한다. 하지만 보수는 격차보다 빈곤에 주목한다. 한국당은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보편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한된 돈을 갖고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빈곤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재원을 마련할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반대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은 격차가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해법은 늘 재분배로 귀결된다. 복지문제도 소득과 무관한 보편 복지를 추구한다.”

- 정부 일각에서 연말에는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16.4% 올랐고 내년에는 다시 10.9%가 오른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시행되면 경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적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부동산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부자들이 소유한 강남 고가 아파트가 20억원에서 25억원으로 오르는 걸 막겠다는 정부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임대아파트에 사는 게 일반적이다. 적은 소득으로도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 김 의원이 생각하는 경제난 해결의 대안은 있나. “어려운 고용이 아니라 쉬운 고용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은 고용비용이 워낙 높아진 상황이라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직원을 늘렸지만 지금은 있는 사람을 더 부리는 상황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안 생기고 근로의 질은 떨어졌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몇 년 안에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이 0에 수렴하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10년 동안 단 1%의 성장에 그치며 ‘잃어버린 10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지난 50년은 성공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와 남미에서 한국의 지난 50년에 걸친 기적적인 성장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그야말로 성공모델인 셈이다. 그런데 현 정권 사람들은 이런 대한민국에 대해 애정이나 존경심이 없는 거 같아 안타깝다.”

-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무위 피감 기관들은 기업을 향한 ‘목소리 규제’ ‘그림자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에 ‘주식을 팔라’고 한다거나 법을 개정하기 전에 ‘금산분리를 마무리하라’고 주문하는 일이 빈번하다. 모두 형법 123조(직권남용) 위반이다.”

키워드

#이슈 인터뷰
김대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