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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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채이배(43) 의원은 초선이지만 국회에서 그 이상의 중량감을 갖고 있다. 오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대표적 재벌저격수로 이미 유명세를 탄 상황에서 국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와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해왔던 인물 중 두 명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쌍끌이하고 있다. 한 사람은 소득주도성장을 이끌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이다. 장 실장의 고려대 제자인 채 의원은 나중에 장 실장과 함께 경제개혁연대를 만들어 재벌개혁운동을 벌였다. 채 의원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것도 장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 사람은 공정경제를 이끄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를 만들어 함께 활동했다. 채 의원은 종종 장 실장을 ‘친정아버지’, 김 위원장을 ‘친정어머니’로 부른다. 지금도 두 사람과는 자주 통화한다고 한다.

현 정부 집권 기간 내 경제지표가 나빠지면서 장 실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에도 응했지만 “지난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란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혹은 장 실장이 청와대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재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도 가능케 한다.

20년 가까이 장 실장과 인연을 맺고, 함께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장 실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채 의원은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채 의원은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현재의 청와대가 정책실장 혼자 무엇을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 같다”며 “현재 주변에서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어드바이스를 할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장하성 실장은 원래 시장중심의 사고를 하는 분이다. 이분이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 ‘한국 자본주의’란 책을 보면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등을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돈을 내려주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관계의 개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없애는 것,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없애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일자리도 공공영역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게끔 하는 것이 장 실장의 평소 철학이라는 것이 책에 나와 있다. 그런데 청와대 들어와서 보니, 대통령이 워낙 강하게 홍장표 수석(현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이걸 수용한 것뿐이다. 본인도 일단은 풀어야 할 것은 양극화이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인데 임금격차를 풀 수 있는 방법으로 현 정부가 제시한 것이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다.”

- 일단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현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부분은 장 실장의 평소 지론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시장을 존중하면 일자리라는 것은 결국 기업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게 장 실장의 생각이 맞다. 그런데 대선 때 이미 공무원 증원 요청해서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대통령이 공약을 했고, 본인은 정부 출범 후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 방향을 다 바꿀 수가 없다.

솔직히 대선 기간에는 (장 실장이) 안철수 사람이었다. 청와대에 합류해보니 일자리는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이 마련된 상태였다. 만들어진 틀 안에서 가다 보니 한계가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은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수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장 실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전체 물줄기는 혼자 바꾸기 어렵다.”

- 그렇다면 김동연 부총리와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둘은 근본이 다른 사람이다. 김 부총리는 지극히 관료적이다. 재경부 안에서 잔뼈가 굵은, 뼛속까지 모피아다. 그래서 삼성에 찾아가냐 안 찾아가냐 논쟁이 벌어졌을 때,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관료들이 그렇게 해왔으니 그게 뭐가 문제냐’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장 실장이 보는 관점에서는 ‘기업들에 손 벌리는 거야말로 진짜 잘못된 거다’라는 것이다. 그게 아주 극명하게 두 사람의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 부총리는 시장중심적 사고를 한다기보다는 관료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 현 정부에서도 관료주의적 정책이 눈에 많이 띈다. “국세청이 발표한 소상공인 세무조사 면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기만적인 행위다. 소상공인 569만명에게 세무조사를 면제한다고 했는데, 소상공인 중에 세무조사를 받는 사람이 1500명밖에 안 된다. 569만명이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받는 것처럼 홍보를 한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만 있던 것도 아니다. 예전에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국세청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그런 것은 아무 실효성 없는 홍보성으로 만든 정책이다. 다만 1500명 세무조사를 하면 세수가 몇천억원은 걷힌다.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적은데, 줄어드는 세수액은 크니까 결국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게다가 2년 동안 면제해주겠다는 건데 세무조사 기간은 보통 5년이다. 2년 지나서 하면 된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실효성도 없다. 이런 걸 쇼로 보여주는 게 기만적이다.”

- 장 실장은 ‘기다리면 지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기다리면 좋아진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몰아붙이다 보니 비판 지점만 많아지고 있다. 공정경제나 경제민주화가 속도감 있게 되면서 그 성과가 임금을 올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순서가 틀렸다. 현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같이 가야 하는데 막상 현실은 같이 안 가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는 소득주도성장은 100m 가 있고, 혁신성장은 출발점에 있고, 공정경제는 한 30m 가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공정경제 쪽에서 더 빠르게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공정위에서 대·중소기업 간의 문제에 대해서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한다. 대기업 자체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건 오히려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유통구조 내에서 갑을 문제 등을 주로 다뤘지만,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문제가 개선된 것은 없다. 그게 핵심인데 그걸 안 바꿔주고 있다.”

- 장 실장을 비롯해 대통령 주변에서 그런 걸 이야기할 사람이 없나. “없다. 그게 문제다. 물론 ‘정책실장이 대통령에게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아?’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청와대 안이 그런 구조는 아닌 것 같다. 장 실장을 포함해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여럿 있고, 상대방도 열려 있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게 될 수 있는데, 지금 장 실장 혼자서, 열려 있지 않은 그 사람들을 상대로 그걸 다시 바꾸게 한다?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은 장 실장이 총대를 멘 상황이다. 신념이 바뀌었는지 책임감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제가 보기에는 장 실장이 총대를 메고 가는 것 같다.”

- 오히려 지표에 집착하다 통계청장을 교체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야당은 현재 나오는 지표만 가지고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솔직히 현 정부에만 책임이 온전히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1년이 지났으니 결국 정책이 문제가 아니냐 얘기하고 싶은데, 여당에서는 ‘이명박근혜’부터 누적된 잘못이라고 얘기하니까 서로 정치적 공세만 되는 것이다. 팩트를 가지고 논쟁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가 팩트에 집착해 ‘그래, 통계숫자로 보여줄게’라고 나오고 있다. 장 실장이 일요일(8월 26일)에도 나와서 ‘더 면밀하게 분석을 해서 세세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정치적 논쟁을 더 키우고 있다. 정부에서는 통계청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쓰는 게 뭐가 나쁘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일을 못했다는 게 뭐가 있나. 통계를 원하는 대로 못 만들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 어쨌든 경제지표가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한데 결국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누구일 것 같나. “현재의 논쟁들은 결국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 말을 장 실장이 총대를 메고 끌고 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경제 관련해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제가 보기에는 장하성 교수는 아니다. 왜냐. 대통령이 계속 믿고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장 실장이다. ”

- 소득주도성장에 가려 공정경제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경제가 30m밖에 오지 못했다는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 대기업을 조사해서 제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상생협력이 되게 제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 이익 공유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나왔는데 긴 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안 되고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그걸 할 요인이 없다. 현재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하면 정부 입찰 때 가산점 이런 걸 주는데 이것은 대기업에 중요하지 않다. 뭔가 더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해서 단가도 많이 올려주는 대기업은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를 면제해주는 식이다. 돈은 들이지 않으면서 효과는 클 수 있다.”

- 현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해 여러 문제를 풀려고 한다. “제가 보기에는 관료들이 만들어내는 사업이라는 게 재정을 풀어서 하자는 것일 수밖에 없는데 돈 안 들이고 뭔가 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책이 안 나온다는 것이 문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대표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돈은 들이지만, 시장에서는 준비가 안 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퍼주기다. ‘청년들아, 수당처럼 받아서 쓰고 좀 조용히 해라’ 이런 의도다. 그런 사업들은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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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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