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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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회장을 뽑는 선거가 내년 2월로 예고된 가운데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장이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차기 회장 선거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정회원(전국 협동조합 이사장 600명) 간선제로 치러진다. 당선되면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 자리이기에 선거 때마다 과열 경쟁으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중기중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관리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중기중앙회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중앙선관위에 회장 선거 관리를 위탁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공직 선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중기회장 선거의 관리·감독 및 단속을 하게 된다.

문턱 낮아진 선거

중기중앙회는 지난 2월 정회원 10%의 추천을 받아야만 회장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폐지해 회장 선거를 향한 문턱이 더욱 낮아졌다. ‘회장 후보자 정회원 10% 추천제’는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운영 결과 2015년 제25대 중앙회장 선거에서도 5명이 후보로 출마하는 등 후보난립을 방지하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정관에서는 회원조합 이사장이거나 이사장 추천 인물 가운데 다른 이사장 10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만 회장 선거 후보에 나설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5일 중기중앙회 기획정책분과위원회는 중앙회 회원조합 이사장이나 이사장이 추천하는 인물이면 누구나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 심의 의결했다. 이 같은 정관 개정에는 박성택 회장의 뜻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비후보들 치열한 물밑작업

이번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 후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며 벌써부터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의 후보군에 거론되는 인물은 대략 6명 정도이다.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다. 아직 후보등록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후보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다. 김 회장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동안 두 차례 중기중앙회장을 지냈다. 김 회장은 최근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선출돼 내년 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을 갖췄다. 전직 중기중앙회장의 등판으로 신진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 더 각별한 공을 들여야 할 상황이 됐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의 ‘특별한 인맥’ 역시 조합 이사장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통하는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막역한 관계라는 후문이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은 지난 10월 11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2018 국경일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노영민 대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10여개 한국 기업이 초청받았는데 이날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패션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행사에 참가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조합 이사장은 “조합 이사장들 사이에서는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김기문 회장이 꽤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고향이 충북이기도 하고 활동하면서 만남을 가질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김기문 회장은 ‘친이명박계 기업인’으로 알려진 사람인데 최근에는 친문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우는 모양새라 의아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문 회장 말고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재도전하는 이는 또 있다. 바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다. 이재광 대표는 2011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중기중앙회 부회장직을 맡았고 회장 선거에서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제25대 회장 선거에서 박성택 현 회장과의 결선 투표에서 유효 투표 498표 가운데 204표를 획득해 박성택 회장(294표)에게 아쉽게 졌다. 이번에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중기중앙회에서의 오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도 있다. 이번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는 중기중앙회 이사(2004~2007)를 거쳐 2007년 3월부터 12년 동안 중기중앙회 부회장을 3연임 하고 있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도 2003년 11월 이후 5연임에 성공해 줄곧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와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또한 그동안 중기중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만큼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정치권과의 인연도 ‘관전 포인트’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는 ‘남다른 이력’이 눈에 띈다. 이 대표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3남으로, 아버지의 지역구(충북 옥천·영동·보은)를 물려받아 지난 2012년(제19대), 2016년(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민주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의원직에 도전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의 중소벤처기업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영락없는 ‘정치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재한 대표는 20대 후반이던 1992년 주차설비업체 한용산업을 설립하고 지난 30년간 줄곧 ‘중소기업 CEO’의 길을 걸어왔다. 또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중기회장 선거 당시 박성택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에 속했기 때문에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조합 이사장은 “(이재한 대표가) 현직 회장의 선거캠프에서 활약을 보였으니 현직 회장이 미는 후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정부나 여권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회장직을 놓고 쟁쟁한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회장에 선출되면 ‘남다른 대우’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의전을 받는 한편 5대 경제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공식 해외순방에 동행하기도 한다. 비상임 명예직으로 보수는 따로 없지만 매월 특별활동비를 쓸 수 있다. 또 중기중앙회가 최대 지분(32.93%)을 보유한 홈쇼핑업체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으로도 활약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부수적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매 선거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2015년 2월 치러진 제25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 역시 후보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후보들의 불법 금품 살포 의혹이 일기 시작했고 박성택 회장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실제로 박성택 회장은 2015년 2월 치러진 회장 선거 직후 중기회 조합 임원 등에게 향응·식사 등을 제공하며 1817만원을 조합 법인카드로 결제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박 회장은 한국아스콘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2014년 10월 8일부터 2015년 1월 23일까지 이러한 비용을 아스콘조합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데 관여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박 회장은 해당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지난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서울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서울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박성택 회장 불출마 속내는?

중기중앙회장은 연임이 가능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한 조합 이사장은 “박 회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상 ‘포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아직도 지난 선거 때문에 재판을 치르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출마를 결심하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앞서 중기회 정관을 개정한 것도 마치 박 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내려놓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듯하다”며 “선거 문턱을 낮추거나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것 모두 자신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기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박 회장의 고민이 많을 듯하다. 박 회장이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며 “게다가 아직 모든 후보가 나온 것도 아니다. 차기 회장 선거의 판세는 적어도 11월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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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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