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2018년 한국의 고용·노동 정책이요? 한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문제들이 터지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정작 뭐가 문제인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엉성한 정책이 만들어낸 혼란을 문제로 인정하지 않고 반박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고용정책, 노동정책이 제대로 운영되겠습니까. 아니 제대로 만들어지기는 하겠습니까.”
   
   김대환(69) 전 노동부 장관은 인터뷰 내내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런 걱정 뒤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잇따랐다. 그는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많이 걱정된다”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가 내놓고 있는 고용·노동 정책들 대부분이 거창한 구호만 있을 뿐, 구체성을 가진 현실적 정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서툰 정책들과 정책 난맥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 중인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감부터 안겨주는 건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김대환 전 장관은 노동경제학자이자 한국의 고용·노동 정책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기업개혁과 경제개혁 운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참여연대(당시 명칭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초대 정책위원장과 참여연대 핵심 연구소인 ‘참여사회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의 경제노동분과 위원장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4~2006년까지 노동부 장관으로 있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안타깝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토론하고 대안 찾던 노무현 정부와 달라
   
   굵은 가을 빗줄기가 서울을 적신 지난 10월 26일,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 그의 사무실은 경제학자의 연구실답게 책장은 물론 책상과 탁자 위에도 경제학 관련 서적과 정책 관련 자료들이 수북했다. 그는 “이번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보여준 고용창출과 노동개혁 성적이 너무나 초라하다”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초라한 성적표뿐만이 아니라 고용과 노동 정책 수립 과정이 제대로 작동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방통행과 난맥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미 터져버린 정책 부작용과 문제들에 대해서조차 지금의 정부, 특히 청와대는 어느 것 하나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러니 정책 수정이나 개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마저 청와대 스스로 잃고 있는 중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현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은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 등 주무부처가 아닌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며 “그런 고용정책의 부작용과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반박거리를 찾고 변명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정책상 난맥과 문제가 제기되거나 논란이 불거졌을 때 치열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찾으려 했던 노무현 정부의 모습을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고도 했다.
   
   그에게 “지난 1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가 내놓았던 고용·노동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 무엇인지” 묻자 “자기모순과 불통”을 꼽았다. 대통령 선거 전부터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자임하며 주된 정책 기조로 ‘소득주도성장’이란 것을 내세웠지만 이것부터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했던 소득주도성장대로라면 ‘분배’도 개선되고, ‘경제성장’도 이루어지고, ‘고용’도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조의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먼저 확인했어야죠. 생각하지 못했던 맹점이 있었다면 그 기조 자체를 바꾸든가 수정해야 했습니다. 만약 ‘그것도 못 하겠다’면 소득주도성장의 원래 목표이고 주 내용인 저소득층 지원에라도 집중했어야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에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난맥들이 드러났을 때 빨리 제자리로 갖다놨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들은 구호만 있을 뿐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내용을 정권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다 보니 일자리 정책도,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을 청와대가 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이걸 인정해버리면 청와대가 그동안 내놓았던 말과 정책을 스스로 부인해버리는 꼴이 되는 상황입니다. 일종의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여기에서 이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구체적 이론으로 정립되거나, 전 세계 노동계와 고용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개념은 아니다. 그가 비판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들어봤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은 사실 ILO(국제노동기구)를 통해 소개된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의 한 아류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이것을 이 정부가 수입하며 본질(내용과 개념)은 이해 못한 채 포장(표현)만 거창하게 만들어 들여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언급했다. 이 두 쟁점이 명확한 개념 정의도, 실행 방법론도 갖추지 못한 채 수입해온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구호와 얽히며 고용과 노동시장에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이라는 건 사실 급여노동자의 임금뿐만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소득도 포함돼 있는 개념”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소득의 개념대로라면 급여노동자(피고용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고용주) 양자 사이 상충관계부터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을 입안해 집행했어야죠. 그런데 이 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처음부터 급여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최저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정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부작용이나 맹점,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책 같은 기본적인 정책 보조장치 없이 ‘당장 올리고 보자’는 목소리만 컸어요. 실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급하게 최저임금을 끌어올린 인상이 짙습니다.”
   
   
   내용도 개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그에 따르면 서민층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고 외치기 시작하고 나서야 청와대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정부의 정책적 관심에서 소외돼 있던 자영업자·소상공인층에서 목소리가 터지고서야 청와대와 정부가 화들짝 놀라 그제야 ‘사후적 보완에 나서겠다’고는 했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정책 체계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밀고 나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 많다고 꼬집었다. “올해 16.4% 인상에 내년 10% 이상 올리겠다는 최저임금 문제부터 숨고르기 신호를 청와대든 정부든 준비해 내놔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장 이것부터 반성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와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고용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아 차근차근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은 사실 한 덩어리로 된 계층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인 계층이 뭉쳐진 구조입니다. 결국 계층별로 특화된 고용·노동 정책을 찾아 만들고, 이에 맞게 하나씩 풀어가려는 노력을 했어야죠. 그런데 지금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구분이나 고려 없이 무조건 비정규직 0% 시대를 만들겠다는 선언부터 해버리면서 고용시장이 꼬이게 된 것입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먼저 하면 민간에서도 따라할 것으로 기대한 듯하지만 이런 기대 역시 어긋나버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민간부문이 따라와 줄 것이라며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하고 고용정책을 밀어붙였다면 우선 모범 사례부터 하나둘씩 축적했어야죠. 그렇게 쌓인 모범 사례들을 통해 민간에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게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용세습과 채용 특혜, 편법·불법 정규직 전환 같은 논란과 부작용들만 떠들썩한 게 지금 드러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양상 아닙니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가계소득의 안정적 증가, 계층 간 갈등 축소 등 한국 경제의 질적 성장과 사회 통합을 위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랬던 문제가 최근 몇몇 공기업들을 통해 부작용만 노출되고 심지어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식돼왔던 사안이 의혹과 논란만 키우는 정책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노동시장 진입한 사람만을 위한 정책
   
   이와 관련 김 전 장관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라는 건 사실 노동시장에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여기에는 강성노조 등 노동시장에서 특수한 힘을 확보한 계층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같은 방식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했거나 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층과 취업 준비계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수많은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화하다 보니 공공부문에서 신규 채용 여력이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고용을 위한 재원은 한정적입니다. 단계나 속도 조절 없이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화하면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지요. 규모가 커진다는 건 재원을 더 충원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결국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해 써야 할 재원까지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뜻이지요.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신규 채용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리를 놓고 노동 권력층에 의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이권 문제와 친인척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수면 아래에 있다가 최근 떠오른 것이지요.”
   
   그는 “세대 간, 계층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논란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고용정책을 밀어붙였다면 수많은 검토와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안들이 사전에 마련돼 있어야 했다”며 “우리 노동시장 전체를 보고 정책을 구상했어야 하는데,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상황과 이야기만 듣고 정책이라고 만들어버리면서 문제가 생긴 듯하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정부의 고용정책이 청년층과 미래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좌절감과 분노감부터 주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는 문제가 터져나올 때마다 일단 ‘그렇지 않다’거나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반박부터 하는 상황인데 대응이 잘못됐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청년들을 좌절시키니 자세히 들여다보고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 없어요. ‘(채용은) 개인정보 문제라 들여다보기 힘들다’거나 ‘(공공부문의 일이니) 감사원에서 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김 전 장관은 정규직화 문제도 청와대와 정부가 ‘당장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기조보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정규직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로 속도 조절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게 지금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년층에 좌절감 주는 고용·노동 정책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과 노동 정책의 부작용과 난맥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만 있고 주무부처가 사라져버린 현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답답한 현실”이라며 “지금 행정부라는 게 따로 있느냐. 내각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용과 노동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주무부처의 역할이 사라지거나 숨어버린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 청와대와 행정부의 역할 분담을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제가 노동부 장관으로 2년 일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이든 기본적으로 주무부처 장관을 중심으로 해당 부처가 역할과 권한을 주도적으로 행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노동 정책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주무부처일 텐데, 지금은 이들 부처가 뭘 하는지 역할이 안 보입니다. 청와대가 주무부처 등 내각에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청와대에서 정책 방향을 만들어 제시하면 주무부처 등 행정부는 그것에 따라 그저 움직이는 정도의 역할만 요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김 전 장관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구호에 집착하는 청와대가 현장 실무를 관할하는 주무부처의 보고와 현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지, 둘 사이 대등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지조차 의구심을 갖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강점은 ‘많이 들었다’는 것”이라며 “어떤 사안이든 정부 안에서, 또 청와대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할 자리를 요청했었다”고 회고했다. 그 역시 장관 재직 시절 청와대에 현장 이야기를 수없이 했고, 청와대도 주무부처에 수시로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정책으로는 참사 수준으로 추락한 고용도, 혼란한 노동시장도 회복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고용·노동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 눈감아버린 것인지 청와대와 정책 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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