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답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photo 연합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사전에 약정된 비율에 따라 협력 결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들의 상생을 위해 추진한다고 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른 기업경영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반론이 강하다. 법제화되기까지 여러 산이 남아 있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기업들 해외로 나갈 것”
   
   정부가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해 가장 먼저 나오는 재계의 반응은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대 그룹 재무팀 관계자 A씨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된다면 협력사를 해외 기업으로 쓰지 국내 기업으로 쓸 이유가 없다”며 “대기업들이 해외에 갖고 있는 R&D센터가 이미 상당한 상황이라 국내에서 개발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공장을 세우거나 증설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역대 최대인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달했다.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 B씨는 “협력사들도 자체 법인이 있고 발생하는 이익이 있는데 각종 비용을 다 떼고 남은 우리 이익에서 다시 일정 비율을 떼어주라는 건 지나치다”며 “정부가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센 기업의 경우는 노조가 가만히 있겠냐”며 “기업마다 업종과 처한 상황이 다른데 제도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관계자 C씨도 “이 제도가 정확한 심사하에 공정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정부의 또 다른 ‘대기업 옥죄기’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사업형’, 둘째는 유통·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제품·서비스 매출과 조회 수 등에 따라 협력업체에 추가 이익을 제공하는 ‘마진보상형’, 셋째는 대기업이 경영 성과 달성에 노력한 협력사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형’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참여 기업에 법인세 세액 공제와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부여, 정부 R&D 사업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우수 기업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우대하고, 최우수 기업에는 모범 납세자 선정과 정부 포상 등에서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협력이익 어떻게 측정하나
   
   정부가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성과공유제와 유사하다. 성과공유제는 수탁기업이 원가절감, 물량확대 등의 성과를 달성하면 이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대·중소기업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면 등록할 수 있다. 11월 기준 총 322개사(민간 251, 공공 71개사)가 등록돼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주력 계열사는 대부분이 이미 등록돼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전면 도입을 추진했다가 대기업의 거센 반발에 밀려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원가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기업 재무팀 관계자 A씨는 “매출이면 몰라도 이익률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며 “재무적 성과를 측정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측정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재무적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냐”는 질문에 “성과공유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 계약서,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통해 이익을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기업들은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반면 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월 7일 경총 이사회에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기업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협력이익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있다”며 “기업과 협력업체 간 협력은 가능하지만 결과물을 갖고 사후적으로 이익을 나눈다는 게 의문”이라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이다. 지난 11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대기업의 참여 강요보다는,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도입과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익 많이 내는 대기업에 세금을 많이 걷는 대신 어렵게 자생하려고 노력하는 중소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보조를 해주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굳이 중소기업하고 대기업하고 협력하면 대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어려운 방법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초점은 법제화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회사 자체적으로 이익공유제를 시행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정부는 이 점을 의식해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부가 나서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관계자 B씨는 “‘냉면 발언’의 진위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 내겠냐”고 반문했다.
   
   이번 대책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협의회가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은 국회 상임위원회(산자중기위) 단계에서 발표된 것이다. 현재 이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회에 4개의 안이 계류돼 있다.
   
   이번 협력이익공유제는 협력업체들과 임금 인상분을 공유하는 임금공유제를 시행하는 SK하이닉스가 모델인 것으로 한때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SK하이닉스가 모델은 아니다”라며 “하이닉스가 추진한 임금공유제가 예시에 해당될 뿐”이라고 했다.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은 지난 2월부터 18명 규모의 조직을 꾸리고 협력이익공유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제도의 주무부처인 중기부도 논란이 확산되자 한 발짝 발을 빼는 모습이다. 중기부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의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전체 이익을 나누라는 게 아니라 물품, 프로젝트, 콘텐츠 단위로 범위와 대상을 한정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 제도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R&D 투자비용을 돌려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 유인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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