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대로 폭락한 지난 10월 29일 증시 상황.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예고 없이 들이닥친 지수 폭락이 11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폭락장 속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갖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다른 주식을 사거나, 증권사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빚 투자’ 규모가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만회가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투자자와 함께 주식시장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축 중 하나다. 이런 개미들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투자에 나섰기에 ‘쪽박을 찰 것’이라는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한국 주식시장은 2017년부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2017년 1월 2일 2026.16포인트(종가)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13일 2117.59포인트를 찍으며 2100포인트에 안착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5월 22일에는 2304.03포인트로 2300대까지 올랐다. 7월 13일 2409.49로 2400포인트를 뚫었고, 10월 30일에는 2501.93으로 25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 2018년 초에도 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1월 29일 사상 최고점인 2598.18포인트(종가 기준)까지 오르며 곧 2600포인트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기도 했다.
   
   

   11개월간 13조 사들인 개미들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상승 기대를 키우는 보고서들을 쏟아냈고, 개인투자자들은 6월 한때 빚 투자를 의미하는 ‘신용공여 잔고’를 12조6500억원(금융투자협회)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강화, 반도체와 석유화학 정도를 제외한 주요 산업과 기업들의 급속한 침체 경고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에서조차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오른다’거나 ‘오를 수 있다’는 식의 보고서를 내놨다. 여기에 편승한 개인투자자들은 자기 돈도 모자라 거액의 빚을 내는 방식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증권사와 일부 애널리스트들,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보여준 이런 시장 분위기가 그나마 올해 여름까지 한국 주식시장의 급락을 방어해줬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이런 시장이 10월부터 빠르게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공포를 키우고 있다. 10월 10일 2228.61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는 11일 2129.67포인트로 단 하루 만에 98.94포인트, 4.44%나 추락했다. 2011년 8월 19일 -117.7포인트, 즉 6.22% 추락한 이후 하루 최대 폭락이었다.
   
   ‘검은 목요일’로 불릴 만큼 큰 충격을 준 폭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10월 24일에는 지수가 2097.58포인트로 떨어지며 2017년 3월 10일 이후 1년7개월 만에 2100포인트 선이 붕괴됐다. 10월 29일에는 급기야 1996.05포인트까지 추락하며 2000포인트까지 무너졌다. 2016년 12월 7일(당시 코스피지수 1991.89포인트) 이후 무려 1년11개월여 만에 지수가 1900포인트까지 추락하며 기대 대신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폭락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며 큰 손실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다. 기관·외국인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부터 분석해야 한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2018년 전 기간에 걸쳐 주식을 쉼 없이 사들였다. 2018년 주식시장이 개장한 1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 약 11개월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 규모가 12조8761억4100만원어치가 넘었다. 지난 11개월 동안 개미들이 13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사이, 기관투자자들은 반대로 5조899억1300만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았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기관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인 7조1157억400만원어치에 이르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지표상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내다판 주식을 개인투자자들이 그대로 사준 꼴이다.
   
   
   감(感)·정보에 의존한 도박성 투자
   
   산업과 기업 분석력이 떨어지고,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개인들이 지금 같은 하락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사실상 내던지다시피 한 주식을 고스란히 사들였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과 기관들 모두 지난 11개월 동안 각각 7조원과 5조원이 훨씬 넘는 주식을 꾸준히 내다판 것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 비중 축소를 의미한다. 이들이 한국 시장의 돌발변수와 미국에서 전해질 수 있는 외부 압력 등 리스크와 악재들로 인해 사실상 올 한 해 내내 관리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 매각과 한국 시장 비중 축소라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수 급락에 따른 손실 발생 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준비했던 것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리스크 관리와 외부 압력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판 12조원이 넘는 주식들을 고스란히 사준 사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증권사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한국 경제와 산업이 직면해 있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자극적 제목으로 포장한 보고서들을 투자자들에게 내놓기도 했다. ‘해소된 불확실성, 회복된 투자심리’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 같은 제목의 보고서는 애교였을 정도다. 10월 폭락이 있기 한 달여 전인 8월 말 일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은 멀고 증시는 뜨겁다’ 같은 제목의 보고서들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이런 보고서 내용을 일부 언론은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국제경제 상황은 고사하고 산업과 기업 분석력조차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이해도마저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본격 폭락한 10월 11일 이후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불과 32일(거래일 기준), 약 한 달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3조350억6020만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폭락이 시작되자 한국 주식 처분과 현금 확보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정반대였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1조2146억2632만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사들인 게 확인됐다.
   
   물론 시장 폭락에 따른 개별 기업 주가의 동반 하락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외국인투자자들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이나 기업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싸보이는 주식을 감(感)이나 소위 ‘정보’로 불리는 소문에 의존해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종의 도박성 주식 거래를 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외국인·기관투자자들과 완벽히 반대로 움직인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 행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외국인·기관이 판 주식만 골라 사
   
   실제 외국인·기관투자자들과 반대로 투자한 행태 역시 10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상황을 보자. 기자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32일(거래일 기준)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사고 판 주식들을 확인했다. 이 기간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는 5106억9644만원어치를 사들인 삼성전기이고, 2위는 3822억4834만원어치를 산 삼성바이오로직스다. 3위는 2351억6402만원어치를 산 아모레퍼시픽, 4위는 2209억3440만원어치의 신라젠, 5위는 1996억184만원어치를 사들인 셀트리온이었다. 이어 6위 삼성SDI(1767억781만원), 7위 포스코(1692억5053만원), 8위 현대자동차(1557억4450만원), 9위 호텔신라(1179억9286만원), 10위 KB금융(1135억9483만원) 순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을 살펴보자.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한국 주식 1위는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5위인 셀트리온이었다. 사실상 ‘내다버렸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인 8288억6532만원어치나 팔아치웠다. 2위는 7014억6270만원이 넘게 판 삼성전자이고, 3위는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인 삼성전기였다. 무려 4963억5846만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4위는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4위인 신라젠으로 2592억4158만원어치 넘게 팔았고, 5위와 6위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순위 2위와 9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호텔신라였다. 각각 1926억2394만원어치와 1800억3032만원어치 넘게 처분했다. 7위부터 10위는 KB금융(1733억6293만원), SK이노베이션(1634억5802만원), 아모레퍼시픽(1565억9478만원), KT&G(1419억8617만원)였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상위 10개와 외국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 상위 10개 중 무려 7개가 겹치고 있다. 이쯤 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폭락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과 정반대로 투자를 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 행태도 비교해보자. 10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22일(거래일 기준) 동안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판 주식을 보자.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 1위는 1928억9562만원어치 넘게 매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2위다. 기관 매도 순위 2위는 삼성물산으로 1455억558만원어치를 팔았고, 3위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8위인 현대자동차로 1367억4526만원어치 넘는 주식을 처분했다. 4위는 1258억1154만원어치 이상 판 삼성SDI, 5~7위는 각각 현대제철(1214억3497만원), 휠라코리아(1168억1976만원), GS건설(1105억2366만원) 순이었다. 8위와 9위는 각각 994억7547만원어치와 800억2070만원어치 넘게 처분한 포스코와 아모레퍼시픽으로, 이 두 주식은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7위와 3위에 해당한다. 10위는 LG디스플레이로 729억9955만원어치나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상위 10개와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 상위 10개 중 5개, 즉 50%가 겹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폭락장에서 개미들은 기관투자자들과도 정반대 투자를 한 셈이다.
   
   
   개미들 산 주식 얼마나 폭락했나
   
   외국인·기관투자자들과 정반대로 투자한 개미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 주식 1위 삼성전기를 보자. 폭락 직전이던 10월 10일 13만1500원이던 주가가 11월 26일 11만6000원으로 주저앉았다. 32일(거래일 기준) 만에 11.79%나 추락한 것이다. 2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더 심각하다. 10월 10일 48만8000원이던 주가가 11월 26일 33만45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무려 31.45%나 폭락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리며 11월 15일부터는 아예 거래정지 상태다. 이제부터는 금융당국이 아닌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10월 11일 지수 폭락 이후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3위 아모레퍼시픽은 10월 10일 21만2000원에서 11월 26일 15만5000원으로 26.9%나 추락했고, 4위와 5위인 신라젠과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각각 13.11%, 16.1%나 떨어졌다. 개인 매수 6위인 삼성SDI 주가는 이 기간 13.63%, 7위 포스코는 11.95%가 떨어졌다. 8위 현대자동차의 주가 하락은 심각할 정도다. 10월 10일 12만원이던 주가가 11월 26일 9만51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20.8%나 추락했다. 10위 KB금융 역시 5만5400원에서 4만7600원으로 14.08%나 추락했다.
   
   이처럼 폭락 기간 중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 상위 10개는 예외 없이 모두 폭락했다.
   
   반면 지수 폭락 중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개인과 전혀 달랐다. 외국인들이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32일(거래일 기준) 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 사들인 주식은 3개다. 이 중 가장 많이 산 주식이 2269억원 훨씬 넘게 매수한 SK하이닉스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6만9000원에서 7만900원으로 2.75% 올랐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휠라코리아는 3만9550원에서 5만6100원으로 무려 41.85%나 급상승했고, 세 번째로 많이 산 롯데케미칼의 주가 역시 8.77%나 상승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들이 1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높은 수익을 챙겨간 상위 3개 주식을 어찌 된 일인지 한국의 개미들은 천문학적 규모로 대거 내다팔기에 바빴다는 점이다. 폭락장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 SK하이닉스를 보자. 놀랍게도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주식을 합쳐 한국 개미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 1위였다. 무려 3141억원어치 이상 팔아치웠다. 8.77%나 상승한 롯데케미칼도 한국의 개미들은 1000억원어치 가까이 팔아치워 가장 많이 판 주식 9위를 기록했다. 폭락장임에도 무려 41.85%의 수익률을 외국인에게 챙겨준 휠라코리아 역시 개미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 29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들은 개미가 버린 주식으로 대박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6일까지 개미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을 기다리지 못하고 대거 팔아치운 반면 폭락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식들만 골라 대거 사들인 것이다.
   
   이런 ‘청개구리 투자’가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10월과 11월 폭락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인들의 손실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보에 민감하고 감과 소문에 의존한 투자 습성이 큰 개인투자자에게 대형 외국계 자본이나 기관투자자들 수준의 분석력을 바라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산업과 기업이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안목 정도는 키우는 노력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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